183. ‘후회(後悔)’의 의미(2. 후회의 종류)
삶은 의미다 - 183
후회는 일상생활에서 매우 쉽게 인식할 수 있는 감정이면서도 정확하게 무엇이라 표현하기 어렵다. 심리 분야에선 ‘바라던 바와 다른 상황으로 귀결된 어떤 행동이나 행위와 관련된 불쾌한 감정’이라, 경영에서는 ‘후회는 실제 결과와 의사결정자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일어났을 결과를 비교함으로써 생겨나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철학에서는 ‘미래에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기 위한 대상의 인지 및 의향의 선언에 동반하는, 과정의 생각과 관련된 불쾌한 감정.’이라 정의한다.
다니엘 핑크는 『후회의 재발견』에서 후회의 심층 구조에 따라 기반성 후회, 대담성 후회, 도덕성 후회, 관계성 후회 등 4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기반성 후회는 어떤 결정이 결국 삶의 안정적인 기반을 흔들고 미래가 우리의 희망에 부응하지 못할 때 뒤따르는 ‘그 일을 했더라면~’으로 표현되는 후회다. 기반성 후회는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성실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고 그런 선택에서 출발한다. 기반성 후회가 찾아오는 과정을 살펴보면, 건강, 교육, 재정적 실수는 즉각적으로 나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모든 잘못된 결정들이 하나하나 천천히 쌓이면서 우리에게 닥칠 때는 갑자기 찾아온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깨달을 때쯤이면 이미 늦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따라서 기반성 후회는 피하기도 어렵지만 되돌리기도 어렵다. 대표적으로 건강과 관련된 잘못된 의사결정(나쁜 식습관, 흡연, 운동 부족)으로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폐암에 걸리고 나서 흡연을 후회하는 것)이나 교육에 대한 ‘더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등의 후회다. 기반성 후회가 드러내는 인간의 욕구는 안정이다. 우리는 심리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교육적, 재정적, 신체적 행복의 기본 인프라를 필요로 하지만, 미리 계획하고, 노력하고, 실행하고,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데서 대부분의 기반성 후회가 생긴다.
둘째, 대담성 후회는 세월이 흐른 뒤에 붙잡은 기회보다 대담하지 못해 흘려보낸 기회에 대한 ‘위험을 감수했더라면~’하는 후회를 말한다. 우리는 세월이 흐른 뒤에 행동한 후회보다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훨씬 크다. 용감하지 못해 행동하지 못했던 후회들이다. 대담성 후회는 선택을 더욱 풍요로운 삶으로 가는 발판으로 활용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다. 대담성 후회는 우리가 안전한 선택을 할 때 찾아온다. 안전한 선택을 하면 처음에는 안심할 수 있다. 예상되는 변화가 너무 거대하고, 너무 도전적이고, 너무 어렵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그 선택은 우리가 더 대담한 결정을 했더라면 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었으리란 사실이 아닌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어 고통스럽게 만든다. 우리가 행동했을 때는 그 결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결과를 이미 확인한 상태에서 후회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행동하지 않았을 때는 이후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추측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행동했던 것에 대한 후회보다 더 오래 남아 있고,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자주 생각나게 된다. 모든 대담성 후회의 중심에는 성장의 가능성이 좌절당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더 행복하고, 더 용감하고, 더 발전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가능성이 좌절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건 내가 저지른 나쁜 짓이나 어리석은 짓이 아니라. 하지 못한 일들이다.’라고 말한다. 대담성 후회가 들춰내는 인간의 욕구는 성장이다. 개인적인 발전에 대한 욕구, 풍요로운 세상을 즐기고 싶은 욕구, 평범한 삶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픈 욕구 등이다. 대담성 후회를 줄이려면 목소리를 높여라. 여행을 떠나리. 데이트를 신청하라. 꿈꾸던 사업을 시작하라. 지금 당장.
셋째, 도덕성 후회는 비도덕적인 길을 갔던 것에 대한 ‘옳은 일을 했더라면~’으로 표현되는 후회다. 우리 대부분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순간의 유혹으로 상대를 사기 치거나 속이고 시험에 부정행위를 하는 등의 비도덕적 행위가 훗날 자신의 선함을 잃어버렸다는 후회가 쌓이고 지속된다. 도덕성 후회는 광범위한 일련의 삶의 가치들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양심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도덕적 가치에 반하는 길을 선택하곤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속임수를 쓰고, 묵인하고, 공정의 기본 원칙을 어긴다. 서약을 어기고, 권위를 무시하고, 존중받아야 할 대상을 깎아 내린다. 처음에는 그 결정이 짜릿하고 기분 좋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결정은 우리 자신을 갉아먹는다. 도덕성 후회를 일으키는 다섯 가지는 가해, 부정, 불충, 전복, 모독 등이 있다. 양적으로는 가장 적지만 가장 다양하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고통스러운 후회이지만, 집단적 측면에서는 개성을 가져올 수 있는 후회이기도 하다. 수십 년 전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거나, 부당하게 행동하거나, 남의 물건을 훔친 사건들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성인들이 많이 있다. 어린 시절 물건을 훔치고 수십 년이 지난 뒤에 훔친 것의 몇백 배를 갚으며 사죄하는 일이 회자되는 이유다. 이는 선을 행하려는 욕망이 우리의 어딘가에 각인되어 있고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도덕성 후회의 경우에 그 욕구는 선함이다. 우리가 종교, 서적, 철학, 부모의 훈계에서 귀가 따갑도록 익히 들어온 것들이다. 의심스러울 때는 옳은 일을 하라.
넷째, 관계성 후회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손을 내밀었더라면~’하는 후회다. 배우자, 부모, 자녀, 친구 등과의 관계가 단절되거나 실현되지 않는 것에 대한 후회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관계가 흐트러지거나 발전하지 않은 때, 우리는 지속적인 상실감을 느낀다. 관계성 후회는 후회의 구조에서 가장 큰 범주로 관계가 느슨해졌거나 불완전한 경우에 발생한다. 배우자, 부모, 자식, 형제자매, 친구, 동료 등이 이런 후회를 유발하는 관계의 유형과 단절의 성격도 다양한다. 어떤 관계는 점점 닳아 해지고, 또 어떤 관계는 갑자기 찢어지고, 어떤 관계는 시작부터 잘못됐다. 온전했던 관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죽음이 그 사이를 갈라놓을 때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경우도 있다. 사회적 관계에 대한 후회는 우리의 소속감을 위협하기 때문에 다른 유형의 후회보다 더 크게 느끼게 된다. 타인과의 관계가 무너질 때 우리는 고통을 겪는다. 학교나 사회에서 왕따를 당하는 사람의 고통이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못 느낄 정도로 크다. 관계의 단절은 분노와 질투 같은 감정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친숙하고 식별하기 쉬우며 이해하기 쉽다. 관계성 후회에서 인간의 욕구는 사랑이다. 낭만적인 의미의 사랑만이 아니라, 부모, 자녀, 형제자매, 친구들을 모두 아우르는 광범위한 개념의 사랑 말이다. 관계성 후회 중에 부모에 대해서 특별한 사실은 잘못된 배우자와 결혼하거나 실망스러운 파트너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자녀를 둔 것에 대해 후회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중년에 접어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는 그 후회(?) 말이다. 하여튼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계가 무너졌다면 전화를 걸어라. 직접 찾아가라. 당신이 느끼는 바를 솔직하게 말하라. 어색함을 밀어내고 손을 내밀어라.
우리들은 늘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애쓴다. 후회하는 상황이란 곧 실패를 말하며, 그래서 우리는 매사에 후회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내 삶에 후회란 없다.’를 자신 있게 삶의 모토로 삼고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심지어 “No Regret~!” 문신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 후회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후회해도 괜찮다. 후회를 디딤돌 삼아 망설이지 말고 시작하여 실천하고, 옳은 길을 가고, 두 팔 벌려 양손을 내미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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