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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oo Apr 24. 2024

(호연지기1/2편)호연지기(浩然之氣)와 부동심(不動心)

ADHD인의 지향점

호연지기(浩然之氣)와 부동심(不動心) - ADHD인의 지향점


지백이 채팅방을 보면, ‘내가 꾸준히 노력한만큼 늘 결과가 좋지 않다’고 말하는 ADHD인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렇습니다. 지백이 1권에 적었듯, ADHD 진단 전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열심히 노력한만큼 수능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사실 돌이켜 보면,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은 많았지만, 실력을 쌓는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공부에 집중한 시간이 매우 적었습니다. 딴 생각이나 딴짓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게임, SNS 같은 명백히 벗어난 행위는 아니더라도, 계획을 세우고 수정하거나 공부법 따위를 고민하는 등 얼핏 보기엔 공부와 관련된 것 같아 보이지만 본말전도인 행위에 과몰입 했습니다. 또한 나의 과거와 비교한다면 많은 노력을 한 건 사실이지만,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경쟁자 집단을 놓고 본다면 많은 노력이라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노력이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 말하는 ADHD인들을 잘 살펴보면, 저와 비슷한 분들이 아마도 여럿 계실 겁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 지백이방에서 ‘노력은 절대로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하며 응원과 격려를 하지요.

그러나 현실에서는 ‘노력이 결과를 배신하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실력 상승에 필요한 실질적인 노력을 경쟁 집단 대비, 객관적으로 많이 했는데도 실패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노력한다고 해서 매번 성공하는 게 아니란 건 잘 압니다. 결과에는 노력의 방향, 운, 체력, 재능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한두 번이 아닌 매번 결과가 아쉽다면, 정신적 요인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높아진 불안과 우울 등 여러가지 정신적인 어려움은 정작 실력을 뽐내야 하는 중요한 날에 실력발휘를 방해합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ADHD인의 성향과 매우 밀접합니다. 사람이 당황하는 반응의 정도를 1부터 10까지의 수로 나타낼 수 있다고 가정하면, ADHD인은 양극단인 1과 10에 몰려 있습니다. 3 정도의 당황을 야기하는 사건이 눈 앞에서 일어났을 때, 일반인은 대체로 3 정도로 당황합니다. 그러나 ADHD인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해 급격하게 당황하며 9 또는 10 정도로 과하게 반응합니다. 때로는 공격받았다는 느낌에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데에는 주의력 부족, 감정 조절 어려움, 과잉 행동, 충동성 등 여러 요인들이 작용합니다.


- 시험 당일 날, 꼭 잘 봐야 하는 중요한 과목의 시험지에 상상도 못한 문제가 나왔을 때.

- 꼭 입사하고 싶은 회사의 면접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을 받았을 때.

- 오랜 기간 준비해온 프로젝트를 임원진 앞에서 최종 발표한 뒤, 질문공세를 받을 때.


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실력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것도 실력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준비해온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선 평소 꾸준한 운동, 충분하고 규칙적인 수면 등 컨디션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평소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 역시 자신감을 높이는데 중요하지요. 당일에는 심호흡으로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키고 마음챙김 연습을 하며 긴장감을 풉니다. 예전에 당황했던 상황들을 떠올리면서 차분하게 대처하는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이미 알고있을 중요한 팁 말고도 우리 ADHD인에게 강조하고 싶은 자세가 있습니다. 바로 호연지기(浩然之氣)와 부동심(不動心)입니다. (학창시절에 배운 개념으로 지금까지 삶에 적용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챕터의 집필을 위해서 맹자 원문의 해당 부분 한문 공부를 시작했고, 여러 해석을 보며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호연지기와 부동심에 대해 이전보다 더 깊은 이해와 통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ADHD인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ADHD인으로서 보기에, 호연지기와 부동심은 ADHD인이 평생 지향할 제1덕목으로 삼을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其為氣也, 至大至剛, 以直養而無害, 則塞于天地之閒”

“호연지기는 하늘과 땅 사이를 꽉 채울만큼, 지극히 크고 지극히 강해서, 어떤 일에도 굴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기운됨이다.”

호연지기는 맹자와 맹자의 제자 공손추의 대화에서 등장합니다. 호연지기가 무엇인지 묻는 공손추의 질문에 맹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호연지기는 대범한 자세나 용기 있는 태도 등 단순히 외적인 표현을 넘어서 더 깊고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호연지기의 진정한 용기는 부단한 노력과 성장을 통해 생기는 내면의 강인함과 깊은 신념을 바탕으로 합니다. 이는 목표를 향한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양심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자신의 꾸준한 노력에 대한 떳떳함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에서 나옵니다. 이 용기로 가득한 마음 상태가 부동심이며, 이때 드러나는 대범한 기운이 호연지기입니다. 즉 호연지기와 부동심은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호연지기를 지닌 사람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들리는 판단을 믿으며, 지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행동합니다. 이는 자신의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는 상태로, 내외부의 유혹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예상하지 못한 역경과 난관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습니다. 


“是集義所生者, 非義襲而取之也”

“호연지기는 의를 쌓아서 생기는 것이며, 갑자기 얻어지지 않는다.”

맹자는 또한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의 노력에 대한 떳떳함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단 번에 얻어지지 않습니다. 자신에 대한 신뢰는 1회성인 하루의 대단한 노력보다, 대단해 보이지 않아도 매일 지속되는 꾸준한 노력과 꾸준한 성장을 통해 점차적으로 형성됩니다. (지백이 1권의 수적천석(水滴穿石)을 떠올리자) 

신뢰가 두터워지면 나의 행동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면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이는 더 강해진 실행력으로 이어지며, 실천은 다시 마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런 선순환 구조의 경지에 이르는 모습이야말로 호연지기에 도달하는 순간이며, 떳떳함과 신뢰를 넘어 신념에 도달하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의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다음 편에서 '호연지기와 부동심을 어떻게 키울까?'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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