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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폰 없이도 아무거나 팍팍 사고 싶다

제목에서부터 딱 각이 나올 것이다. 이 글이 어떤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인지. 

그렇다. 많이들 알고 있을 그곳, 몇 년 전 새벽 장보기로 핫하게 포문을 열었던 그곳과 관련된 이야기다. 뭔가 인터넷 쇼핑치고 더 고급진 느낌과 깔끔한 매력에 한창 사용했었다. 그러다 은근히 고가의, 아마도 퀄리티는 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이 즐비해 쇼핑에 고민이 길어져 발을 끊었었다. 아, 발로 걸어가는 마트가 아니니 손을 끊었다고 해야 하나. 여하튼 그랬다.

그리고 최근 1-2년 간 그곳에선 꾸준히 쿠폰이 날아온다. 아마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주변 친구나 심지어 남편에게도 쿠폰이 날아오는 걸 확인했다. 제값 주고 사면 돈이 아까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한동안 제값 주고 장을 보던 친구는, 자기는 쿠폰이 자주 오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아.. 자주 오지 않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쿠폰이구나, 싶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쿠폰이 올 때에만 뭘 사게 되고, 그 금액을 맞춰서 사게 됐다. 컬리에서도 그걸 감안하고 준 걸 테니 당당했다. 집안 대소사에 모두 관심이 많은 남편도, 쿠폰을 좋아했다.

문제는 내가 더 사고픈 게 있어도 쿠폰이 없이는 사는 게 아까워진다는 거였다. 왠지 이 상품의 가격대로 그냥 구입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결혼 전부터 꼼꼼함과는 거리가 멀던 나의 성격 상, 가끔은 그냥 쿠폰이고 뭐고 생각 없이 그냥 사고픈 거 지르고 싶은 생각도 든다. 쿠폰이 좋긴 하지만 쿠폰을 사용해 쇼핑하자니 피곤하고, 그렇다고 쿠폰 없이 사는 건 아까워 하는 아이러니함. 나는 스마트폰으로 뭘 오래 검색하거나 쇼핑이 길어지면 심히 피곤해지는 몸을 가졌다. 주변 지인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이런 주제가 종종 나오는데,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나처럼 뭐 검색하고 가격비교하는 게 너무나도 싫고 극심히 피로가 몰려오는 타입과, 뭔가 찾고 비교하고 살펴보는 게 재미도 있고 전혀 피로하지 않다는 타입. 이렇게 말이다. 이걸 지인들과 대화를 나눌 땐 재미있다. 솔직하게 딱 여기까지만 이야기 나누고 재미있어한다. 이것도 MBTI와 관련 있나?, 재밌네~, 난 차라리 나가서 걸어 다니며 장보고 쇼핑하는 건 차라리 괜찮더라, 등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나눈다. 

그렇다고 이걸 남편과의 대화에서 그대로 적용하면 큰일이다. 함께 생계를 꾸려가는 입장에서 이런 말은 굉장히 배부른 소리다. 누군 가격비교하고 쿠폰 쓰는 게 좋아서 하는 줄 아나, 하는 소리가 나오기 십상이다. 물론 저렇게 공격적으로 말하지 않을 때가 많지만 아마 속으로 그렇게 말하거나, 아니면 부부싸움할 때 반드시 소환될 수 있는 주제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자료 찾고 비교하는 게 힘들고 멀미가 난다. 머리도 아프다. 그래서 그냥 정말 갖고 싶은 게 생기면 적당히 가격비교 하고, (안 한다는 게 아니다) 어느 정도 내 기준에 적합하다 싶으면 구매하고 싶다. 하지만 쿠폰이 있으면? 당연히 사용한다. 이왕이면 그 쿠폰이 적용되는 선에 맞춰서. 쿠폰이 없다면 적당히 하고 싶은 건데, 그 힘들고 지난한 과정을 힘들다고 표현이라도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게 지인들과는 허심탄회하게 되는데 남편과는 어렵다. 그게 싫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다. 투덜대는 건 그냥 친구사이에서나 받아줄 만한 것이다. 아니면 연인이거나. 연인도 아닌 부부 사이에서는 쿠폰 적용하고 가격비교 하는 게 귀찮다고 말하면 '그렇구나'가 안 된다. '어쩌라고, 그럼 비싸게 주고 사자고?' 하는 현실적인 생각이 들 거고, 그건 부부이기 때문에, 더 이상 '너의 사정'만이 아닌 '우리 집 사정'이 되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이다. 그래서 부부간에 너무 솔직하면 안 되는 순간도 있는 것이다. 반대로 나도 남편이 매번 아무거나 대충 사겠다고 검색 싫다고 하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역시 아니다. 남편이 아니고 아이가 하나 더 있는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난 여기서 이렇게 투덜대 본다. 그래, 나는 쿠폰 쓰기 싫다. 그냥 막 내가 갖고 싶은 거 적당히 검색해서 적당히 비교해서 덜 피곤한 순간까지만 보다가 내키면 딱! 지르고 싶다. 아마 모두의 희망사항 아닐까?

하지만 현실은, 아껴야 한다. 아이 둘을 키우며 연일 오르는 물가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도시 부부에겐 더없이 그렇다. 컬리 쿠폰의 마감일자와 최소 구입금액을 확인하고, 멤버십에 가입했을 때와 단순 쿠폰을 사용했을 때의 가격 비교쯤은 계산기 없이도 머릿속으로 착착 이루어져야 한다. 쇼핑루트도 한 곳만 이용하면 안 된다. 쿠팡과 GS와 동네 슈퍼, 대형마트 모두 섭렵해서 최저가를 알고 세일 기간을 익혀두자.

하..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오지만, 그것이 사람 사는 맛 아니겠는가. 어제 쿠폰 마감일자를 놓쳐서 아침부터 남편에게 한 소리 들은 나는, 이렇게 오늘도 되뇌어 본다.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닐 거야,라고. 


출처.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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