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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음악은 정말 집중이 잘 될까?

잔지식과 의식의 흐름

내가 잘 모르는 분야가 몇 가지 있다. 클래식, 미술, 술, 과학... 아, 쓰고 보니 정확히 반대로 말해야 한다는 걸 느낀다. 잘 아는 분야가 몇 가지 있고 잘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실 그렇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모르는 것 투성이인 인생이지만 우리는 나름 다들 잘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어릴 때는 그런 생각도 했다. 매일같이 사용하는 연필깎이, 책가방, 컴퓨터, 나아가 집(아파트나 학교 같은 건물 포함), 자동차, 에어컨.. 이런 것들을 어떻게 만드는지는 항상 사용하는 것들이니 언젠가는 나도 그 원리를 알게 되겠지. 이걸 다 사람이 만든다는 게 정말 신기하네. 지금은 하나도 모르겠지만 죽기 전엔 다 알고 가고 싶다. 이걸 직접 발명하고 만들어 내는 사람도 있는데, 나도 언젠간 다 알게 되겠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이 필요하다 하는 것부터 하나씩 배워갔고, 모르고 넘어가는 부분도 점점 늘었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왜 이리 빠르게 흘러가는지. 나이가 마흔이 되었는데도 어릴 때 수준과 별 다를 게 없다. 아직도 자동차를 어떻게 만드는지, 비행기를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현생'에 치여, 그러니까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만 처리하기에도 바쁜 나머지 그런 궁금증을 갖는 건 어느새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계속 미룬다. 


'언젠가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도 연대별로 쭉 공부해 봐야지, 미술에 대해서도 화풍별로 쭉 알아봐야지. 술의 역사도 어마어마하던데, 위스키의 역사가 발달했다는 스코틀랜드에서부터 한번 출발해 볼까. 요즘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 정말 많던데, 그런 걸로 공부하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만 하면서 시간은 흐른다. 궁금한 게 있을 때 그때그때 찾아봤다면 어땠을까. 잔지식들이 쌓여 어느 순간 그것들이 쫙 연결되며 머릿속에 정리가 되었을까? 꼭 그렇지는 않았겠지. 다만 미루지 않고 호기심을 충족시켰더라면, 다음에 생기는 궁금증을 해결할 때 또는 찾아본 내용을 해석할 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좀 더 깊이, 다음엔 더 깊이 알아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 한 번에 전체를 알고 싶어서, 한 번에 흐름을 쭉 이해하고 싶다는 욕심에 너무 오래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익히지 않았다. 


요즘은 스피치 책 출간을 계약하고 집필하는 기간이라, 오래 집중해서 글을 쓴다. (대작가님들에 비하면 이건 '오래'라고 할 수 없는 것을 알지만 말이다.) 매일 오전 스벅으로 출근해 커피 한잔과 함께하는 글쓰기 루틴을 지키고 있다. 스벅에서도 자체적으로 재즈나 클래식 등 음악을 늘 틀어준다. 하지만 웅성거리는 소음에 묻혀 잘 들리지 않기도 하고, 뭔가 붕 뜬 느낌에 그 역할을 잘하지 못할 때가 있다. 수다 떨러 카페에 올 때는 전혀 문제 되지 않던 것이 혼자 일하러 올 때는 이렇게 신경이 쓰이다니. 그래서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로 귀에 무언가를 끼고 있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었으니까. 이어폰을 끼고 내가 선곡한 음악을 듣는다. 몸은 카페에 있지만 정신은 내면에 머문다. 선곡의 조건은 몇 가지가 있다. 첫째, 가사가 없을 것. 둘째, 재즈나 클래식, 애니메이션 OST 등 나름의 부드럽고 웅장한 곡일 것.(나만의 기준) 이 외에 CCM을 듣기도 하고, 그때마다 달라지긴 하지만 요즘은 유튜브에서 '집중할 때 듣는 음악'같은 제목을 찾기도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제목이 '모차르트 효과'. 모차르트 음악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식의 제목이 많았다. 과학적으로 입증이라도 된 것처럼. 정말인가? 


모차르트 효과 [ Mozart effect ]

요약 :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 지능이 좋아진다는 이론.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어바인에 있는 캘리포니아대학교(UCI)의 라우셔(Frances Rauscher) 교수팀이 처음으로 제기하였다.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의 음악을 듣기만 해도 뇌의 활동이 촉진되어 지능이 향상된다는 이론으로, 라우셔 교수팀은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K 448)〉를 들은 대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고 발표하면서 이 이론을 제기하였다.

모차르트 효과의 찬성하는 쪽에서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다른 음악가들의 작품처럼 계산적이거나 격하지 않고, 순수하고 단순하면서도 투명해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과 비교할 때 뇌에서 창조력과 관련된 부위를 더욱 강력하게 자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찬성하지 않는 쪽에서는 모차르트 효과가 단순한 정서적 각성에 지나지 않고, 다만 대부분의 음악이 사람의 기분을 고양시키는 까닭에 이를 머리가 좋아지는 것으로 착각할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1999년 미국 애팔래치안주립대학교 연구팀은 고전음악을 들은 뒤 기분이 좋아졌다는 일반적인 느낌 외에 지능이 좋아졌다는 증거는 없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이후에도 여러 실험 결과 모차르트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재는 거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모차르트 효과 [Mozart effect]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이외에도 여러 글들을 찾아보았고, 모차르트 효과라는 말이 있는 것은 맞으나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고전음악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에 주목한다. 내 주관적 견해로 특히 모차르트의 음악은 대체로 무겁지 않고, 긍정적인 기분이(모차르트가 작곡할 당시에는 그런 기분으로 쓴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드는 편이라 그 말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너무 쳐지지도 않고 때로는 긴박하게, 때로는 나긋하게 이끌어간다. 작년 여름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소아학 연구’에 실린 실험 내용을 보면, 주사기를 이용해 채혈을 하는 영아들을 대상으로 몇 년간 실험한 결과 모차르의 자장가를 들려준 아가들이 통증을 덜 느꼈다는 기록이 있다. 다른 감각들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동일한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따스하고 안정감 있는 자장가 음악에 온전히 빠져들듯 집중하게 되어 아기들이 바늘의 통증을 순간 덜 느낀 게 아닐까 싶다. 만약 날카롭고 짜증스러운 선율을 들려줬다면, 그것만으로도 예민해지고 바늘이 찌르는 아픔도 더 크게 느꼈을 테니 말이다.  모차르트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었든 그렇지 않든, 심리적으로는 확실한 효과가(아이나 어른이나) 있다는 것에는 크게 동의한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한 장면


글을 쓰다가, 음악을 듣다가, 클래식을 듣다가, 모차르트 효과가 궁금해졌던 의식의 흐름. 뭘 알고 듣는 게 뭐 그리 중요하겠냐만, 궁금한 건 그때그때 해결하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내 귀에 들리는 이 곡의 제목이 정확이 뭔지, 몇 악장인지까지는 모두 알기 어렵겠지만. 내가 매일 마시는 이 커피는 어디서 왔고, 원두의 역사와 커피 제조 기법을 다 모르고도 맛을 느낄 수 있듯. 정말 궁금한 것만이라도 바로바로 알고 가는 습관을 가져야겠다고 말이다. 


세상엔 궁금한 것 투성이인데. 다 알고 가기 어려울 만큼 생이 짧다는 것도 참 애석하다. 너무 무거워지기 전에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고민할 시간에 하나라도, 조금씩이라도 알고 가야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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