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를 장기적으로 계획해야 하는 이유
우리나라에서는 토익이라는 시험이 오래전부터 유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토익 900점이 넘어도 유창한 영어를 하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다. 내가 아는 한 아시아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를 제외하고 가장 영어를 잘하는 국가는 말레이시아다. *말레이시아에서 영어는 공용어는 아니지만 공용어 역할을 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토익 시험을 치지 않는다. 토플이나 아이엘츠 시험도 인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굉장히 잘한다. 네덜란드나 북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
우리나라는 영어 공부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도 영어 말하기 실력은 굉장히 저조하다.
우리나라는 영어 공부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도 영어 말하기 실력은 굉장히 저조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어 말하기 능력이 저조한 이유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는데, 내 생각엔 한국은 반도국가이긴 하지만 북한과의 국경으로 인해 섬나라나 다름이 없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비율이 상당히 낮고 한국문화가 강력한 주류 문화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요즘은 영어 유치원이 많아져서 벌이가 괜찮은 가정에서는 영어교육을 위해 영어유치원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조금 극단적인 경우에는 한국에 살면서도 영어를 한국어보다 빨리 배우게 하는 경우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잘하면 뭔가 똑똑한 인상을 주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지 아이가 영어를 잘하면 아주 큰 자랑거리가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영어유치원은 큰 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한국어 능력이 영어 능력을 압도한다는 점은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동의할 것이다. 한국어 능력이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높은 영어 수준은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키고 한국 사회에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단기에 높은 수준의 영어 실력 향상을 원하고 있고, '2022 여름방학 토익 700반', '성인영어회화 단기집중반'과 같이 토익 시험준비반이나 성인회화 반들은 단기간 영어 실력향상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에 대응한다. 하지만 토익 점수와는 별개로, 진짜 영어 실력은 영재가 아니고서야 단기간에 향상할 수가 없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너무 방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쉽게 언어를 배울 수 있는 유아·청소년기 이후에 시작하는 영어공부의 경우 영어를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을 계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무엇인가 배우기 위해서 '학원'을 많이 이용하는데, 사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서 꼭 학원에 다니거나 돈이 많이 들 필요가 없다. 유튜브나 Chat GPT 등 인터넷 콘텐츠 사용이 보편화된 지금은 더욱더 그렇다. 일례로, 핀란드에서는 학원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생소하다. 대학교육을 포함한 대부분의 교육이 공교육의 형태로 무상으로 제공되고 영어나 수학 등의 평가에서 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니는 일반 학생들의 영어 실력도 굉장히 수준급이다. 핀란드는 우리나라와 같이 외국인의 비율이 낮고, 유럽 본토에서 거리가 있는 국가이다. 이런 높은 수준의 공교육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독학으로 또는 인터넷을 활용해서 영어실력을 향상할 수 있다.
잘 이해가 되지 않고 답답하더라도 하루에 1~2시간씩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한다면 실력이 향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이, 읽히지 않고 들리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꾸준히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어나 문법은 말할 것도 없고, 듣기나 말할 하기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아무리 잘하는 사람들도 실력이 저하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잘 모르는 분야를 처음 공부할 때, 한국어로 공부를 하더라도 이해에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따라서, 영어를 처음 공부할 때나 오랜 시간이 경과하고 다시 시작할 때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잘 이해가 되지 않고 답답하더라도 하루에 1~2시간씩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한다면 실력이 향상될 수밖에 없다.
영어는 다른 나라 언어이고, 언어는 한 국가의 문화를 담고 있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공부할 때 문법과 단어만큼 중요한 것이 문화에 대한 이해이다. 예를 들면, 영어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처음 만날 때 꼭 'How are you?' 또는 'What's up?' 등으로 인사한다. 굳이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오늘 좀 어때?'이다. 내가 가끔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에게 '오늘 좀 어때?'라고 말하면 대부분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식으로 인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사시간 후에는 '점심 맛있게 먹었어?', 길 가다 마주치면 '어디가?'가 훨씬 자연스러울 수 있다. 영어로 'Did you have lunch?'라고 물어보면 듣는 사람은 '안 먹었으면 같이 먹자.' 또는 '안 먹었으면 먹고 와.'라는 말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이런 언어적인 문화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Thank you.'라는 말에 'No, no. It's OK'와 같이 '아냐, 괜찮아.'라고 한국식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문화적으로 'Thank you'라고 했을 때 'You're welcome.'이라는 대답을 기대하는 상대방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이는 독일로 'Danke.'와 'Bitte.', 스페인어로 'Gracias.'와 'De nada.'와 같이 서양 국가에서는 이런 패턴이 상당히 보편적이다. 따라서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이런 언어적인 문화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하다.
콩나물을 키울 때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그대로 물이 빠져나간다. 그렇지만 콩나물은 계속 자란다.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여러 번 영어 공부를 실패해 보았을 것이다. 아마 실패한 이유 중 가장 흔한 이유는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단어든 문법이든 오늘 공부한 내용 대부분이 그다음 날 잊힌다.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포기하는 것이 옳은 결정일까? 콩나물을 키울 때 콩나물시루에 물을 부으면, 그대로 물이 빠져나간다. 그렇지만 콩나물은 계속 자란다. 콩나물에 물 주기를 그만두면 콩나물은 모두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