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의 자가용은 필수품인가?
우리 가족은 오랫동안 자가용이 없었다. 아파트에 살 때부터 그랬다. 그래서 단독주택을 알아볼 때, 주차장은 필수가 아니었다. 아마도 그 때문에 상당히 괜찮은 매물을 괜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래된 구축 단독주택은 주차장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집이 그 경우이다.
아마 서울에서 차량 보유가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도 1970년 이후부터 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차량 보유대수는 2008년도에 1대를 넘기 시작해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약 8년 동안 차가 없이 살았다. 그중 차량 1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상복합아파트도 포함되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차가 없는 이유를 궁금해하였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왜 우리가 차가 없이 살고 있는지 그 이유를 말해보려고 한다.
먼저 우리나라에 차가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다른 나라도 우리나라만큼 차가 많을까? 대답은 ‘아니요’이다. 우리나라는 알게 모르게 자동차 구입을 장려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자동차세는 유럽선진국이나 중남미, 중국, 싱가포르 등과 비교했을 때 압도적으로 낮다. 예를 들면 북유럽의 국가인 덴마크의 자동차세는 일반적으로 차량 가격의 100% 이상이다. 예를 들면, 2천만 원짜리 아반떼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낮게 잡아도 2천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여러 국가에서 자동차를 필수재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는 아마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자동차 완제품 제조국이기 때문에 내수시장의 성장을 위해 자동차세를 낮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제조하고 있지 않는 국가에서 자동차세를 낮게 부과하면 자동차 수입국에게만 좋은 일이다 보니 자동차세를 높여서 수요를 낮추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연간 7백만 대 이상을 생산하는 현대자동차라는 생산량 기준 전 세계 3위의 자동차 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의 수요증가를 위해 자동차세를 낮춰 수요를 높게 유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가 산 첫 차는 현대 아반떼였는데, 그 당시 대부분의 직장상사들은 하나 같이 아이 생기면 소나타로 옮겨 타라는 말을 자주 하였다. 여러 사람이 비슷한 말을 하는 것이 되게 신기했는데 추측하기로는 현대자동차 매장에서 일하는 영업사원들의 마케팅 멘트가 아니었을까 한다. 실제로 아이가 생기고도 소형차로도 충분히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했다. 장거리 여행이나 단거리 이동에도 우리 가족에게는 아반떼로 충분했다. 그러나 자동차 여행에는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었다.
도심에서 운전은 너무 스트레스가 컸다.
우선 도심에서 운전은 너무 스트레스가 컸다. 모두가 바쁘고, 시간이 금인 현대 사회에서 여유롭게 운전하기는 하늘에 별따기이다. 도심의 도로가 한 번 막히기 시작하면 길 위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았고, 중간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현실이 너무 곤욕스러웠다. 뿐만 아니라, 도심에서 주차할 때도 비용이 너무 비싸고 공영주차장마저도 시간당 5천 원이 훌쩍 넘어간다. 사설 주차장은 부르는 게 값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출퇴근 시간으로 붐비는 시간대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너무 쾌적하고 비용도 적게 들어갈 뿐만 아니라, 이동하면서 넷플릭스나 인터넷을 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그리고 자가용으로 다닐 때 보다 도착시간을 훨씬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의도한 결과는 아니지만, 탄소배출량도 줄여서 자연환경에 기여할 수도 있다. 무거운 짐을 옮긴다든지 급하게 시내 어딘가를 가야 한다면 택시를 이용하면 그만이다.
자동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집 다음으로 가치가 높은 자산이다.
자동차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집 다음으로 가치가 높은 자산이다. 이 마저도 집이 없으면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자산에 속한다. 부동산 가격은 상승한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지만, 자동차는 구매 후 한번 시승으로 가치가 급격히 하락한다. 감가상각, 유지보수, 가솔린, 주차, 보험 비용을 감안하면 돈 먹는 하마가 따로 없다.
대부분의 사치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필수재가 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이런 구절이 있다. "대부분의 사치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필수재가 된다." 세탁기나 TV가 사치재였던 1970년을 돌이켜 보면 현재와 같이 세탁기에 건조기까지 집집마다 구비되어 있는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집집마다 여러 대씩 보유하고 있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도 그중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구매가격의 크기와 유지보수 비용의 차이가 세탁기나 노트북과 비교 불가이므로 꼭 업무에 필요하지 않다면 자가용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수도권 대중교통의 요금 및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