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병행으로 38살에 공학박사 학위 취득이 가능했던 이유
요즘 많은 직장인들이 학업 병행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대게 회사에서 본인이 가지는 입지, 사회적인 지위, 임금의 상승뿐만 아니라, 자아실현 등의 동기가 있다고 풀이된다. 하지만 대학원이라는 선택을 내리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기회비용, 결혼, (여자라면) 출산, 육아, 그리고 휴식의 감소 등의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고민의 심도가 깊은 이유는, 한번 결정을 내리면 석사의 경우에는 2~3년, 박사의 경우에는 3~7년 이상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학업 병행을 위해서는 다른 삶의 가치를 많이 포기해야 한다고 한다.
나는 직장과 학업을 5년 동안 병행하여 석사와 박사를 38살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쉽지 않았지만 하다 보니 가능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학업 병행을 위해서는 다른 삶의 가치를 많이 포기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번 글에서는 육아와 직장과 취미생활 그리고 박사학위를 한꺼번에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이유를 거주지의 형태와 관련지어 설명해보고자 한다.
효과적인 시간활용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을 쓸 수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은 모두가 다르다. 나 같은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소리(소음)에 상당히 민감하다. 특히 집중을 했을 때 주변 소음(대화소리, 불규칙적인 잡음 등)이 있을 경우에 집중력이 급격히 저하된다. 그래서 대학교를 다닐 때도 도서관을 잘 이용하지 않았다. 중요도가 낮은 리포트나 학과 친구들과 모여서 해야 하는 작업이 아니라면 항상 기숙사 또는 자취방에서 최대한 집중력을 높여서 단기간 안에 작업을 끝냈다. 하지만 가족이 생기고 나서는 작업효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아이가 아프거나 와이프가 TV를 본다든지 하면, 그날 작업은 공을 치기 허다했다.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을 쓸 수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사용하는 방식은 모두가 다르다.
내가 가는 모든 곳이 작업실
내가 학부를 다니던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여 상황이 많이 개선되었다. 우선,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급격히 좋아졌고 공공 도서관의 질이 크게 향상되었다. 그리고 도심 속에 좋은 카페도 많이 생겨서 집중의 질이 높아졌다. 우리 아이는 도서관 또는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나도 노트북과 노이즈 캔슬링이 가능한 이어폰(또는 헤드셋)을 가져가면 어디서는 작업이 가능했다. 이것은 혁신이다. 사실 예전에는 공부나 업무가 도서관이나 학교, 그리고 직장에서만 가능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필요한 작업을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 함께라도 가능하다. 아이도 내가 소음에 예민한 것을 인지하고 있어서 작업할 때는 크게 귀찮게 하지 않는다.
필요한 작업을 언제 어디서든 누구와 함께라도 가능하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
그리고 가족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에서도 이런 부분이 아파트에 살 때보다 훨씬 많이 향상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단독주택에서는 1층과 2층을 우리 가족이 모두 쓰고 있으니, 아이와 아내는 부엌과 아이의 놀이방이 있는 2층에서, 나는 내 서재가 있는 1층에서 각각의 시간을 보낸다. 아무런 소리가 안 들리는 건 아니지만, 소음이 거슬릴 정도에는 아내에게 조금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을 하면 금세 소음이 잦아든다. 아파트의 경우 아무리 평수가 크더라도 대부분 1개 층을 쓰기 때문에 방과 방의 거리가 다소 멀다고 하더라도 소음이 그대로 전달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경험상 그날 업무나 공부를 그냥 포기하는 것이 속이 편하다. 어차피 집중이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석사와 박사를 단독주택에서 했는데 단독주택의 이러한 장점이 학업을 비교적 단기간에 마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된다.
충분한 음량으로 영화와 노래방도 즐길 수 있으며 아이가 시끄럽게 놀더라도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휴식이 가능하다.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곳에서 가장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많은 작업량과 질 높은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학업뿐만 아니라, 육아, 직업, 개인취미의 질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아무리 단독주택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진 못 하지만, 충분한 음량으로 영화와 노래방도 즐길 수 있으며 아이가 시끄럽게 놀더라도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휴식이 가능하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단독주택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