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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fJesse Sep 01. 2023

퇴사날이 다가온다.

퇴사가 다가올 때 느꼈던 의식의 흐름

    내가 서울살이에 지쳐 가족과 함께 외국으로 떠났던 것도 벌써 7년 전. 그때 생각이 너무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고 의식의 흐름이 너무 급변해서 나중에 보기 위해 글로 남겨두었다. 다행히 7년이 지난 지금, 마음이 아주 평온하다. 아마 지금 누군가도 그때의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몰라 이곳에도 남겨본다.




    유럽에서 석사를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었다. 회사를 그만둔 이후에는 가까운 친구 그리고 지인들과의 만남이 이어졌다. 사실 1년에 한 번 만나기도 힘든 게 우리의 삶이다.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 살면서도 한번 만나기가 그렇게 힘이 든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한국의 삶은 아니 어쩌면 서울의 삶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따닥따닥 붙어 있는 아파트,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는 지하철, 꽉 막힌 도로, 그리고 그 사이로 끼어드는 얌체 운전자. 어느 하나 기분을 좋게 만들지 않는다. 적어도 나에게는 서울의 삶은 스트레스 그 자체였다. 그런 도시에서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것은 나에겐 큰 모험이었다.


도시 사람들이 지적이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언젠가 서울은 나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려서부터 큰 도시를 갈망했다. 특히 서울을. 뭔가 세련되어 보이고 지적으로 보이는 것이 내 주변의 사람들과 대비되어 보였다. 나도 그 사람들과 시간에 쫓기며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그런 삶에 지친 것 같다. 내 사랑하는 가족과 조용한 삶을 살고 싶다. 큰돈도 필요 없다. 도시 사람들이 지적이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잠깐이라도 이런 곳에서 떨어져 살고 싶었는데 퇴사가 가까워 올수록 그런 욕망이 극에 달했다.


    왠지 모르게 어려서부터 나는 사람들의 관심에 당황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든지, 생일을 챙겨준다든지 하는 일들에 어떤 감정을 취해야 하는지 어색해했다. 가족으로부터 이런 관심을 받아보지 못해서 일 것이다. 이런 나지만, 퇴사를 하고 외국생활을 하러 간다는 말에 관심을 보여주는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고맙지만 그들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실제 이유를 말하는 것은 원하는 목적을 이루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만남 중에 어려운 일 하나는 내가 왜 외국으로 가는지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일이다. 사실 무슨 일을 하는데 꼭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유를 좋아한다. 예를 들면, 취업할 때 '왜 우리 회사에 취직하려고 하는가?' 하는 질문을 받게 되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딱히 이유가 없다. '취업해야 하기 때문'이나 ‘취직을 하고 싶기 때문’이 가장 많은 이유일 것이다. 또는 '당사의 취업공고를 우연히 봐서'가 이유 일 수 있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은 실제 이유를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실제 이유를 말하는 것은 원하는 목적을 이루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보단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이 낫다.


    그래서 논리 정연한 이유를 만들어서 그들과 공유한다. 사람들은 가끔 반론하고 나는 그 반론에 대한 또 다른 내 생각을 알려준다. 이쯤 되면 사람들과 관계를 멀리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사서 고생인가 싶다. 하지만 그들의 조언이 도움 되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내 좌우명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보단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이 낫다.'이다. 바꿔 말하면 아무도 안 만나는 것보단 누군가를 만나보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이렇게 그들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심신은 다소 힘들지만, 웬만해서는 그들과의 만남을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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