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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fJesse Sep 06. 2023

퇴사 2주 전 의식의 흐름

나의 7년 전 퇴사일기

    7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며 썼던 일기 몇 편을 7년이 지난 지금 여기 브런치에 올려본다. 내 일기를 읽다 보면, 앞날이 보이지 않던 그때 느낀 감정과, 약간은 충동적인 선택에 대한 불안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때의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누군가의 불안함도 공감받기를 바란다.




    이제 퇴사 2주 전이다. 주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직원들과 짧게나마 차라도 한 잔 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했다. 누군가는 불확실한 나의 미래를 걱정하며, 누군가는 응원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내 결정을 부러워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꿈'이 있다. 꿈이라면 거창하지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버킷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내 경우에는, '외국학위'와 '외국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항상 버킷리스트 상단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겉멋이 들었다며 놀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외국에서의 삶을 갈망해 왔다.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를 뽑으라면 현재의 삶에서 단절되어 보는 것.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휴대전화는 우리 삶 아주 가까이에 와있다. 아니 삶에 일부라는 표현이 더 맞을 지도.


    아이러니하게도, 어려서부터 나는 이런 '연결된' 삶을 원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좋아하는 까닭에서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연결될 사람들을 고를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회사 팀원들로 구성된 여러 개의 단체 대화방은 대화가 없더라도 약간의 긴장을 유발한다. 그뿐만 아니다. 하루에 스무 번도 더 확인하는 모바일 이메일 계정은 직장인들을 긴장하게 하는 또 다른 요소이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내일 아침에 있을 미팅일정이 메일로 날아온다. 미팅일정 이외에도 내가 준비해야 하는 자료들도 보인다. 물론 시간을 조금 내면 재빨리 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미팅 준비도 나를 긴장하게 한다.


    그리고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주변 사람들의 '참견' 때문이다. 어떤 꿈에 관해 이야기하였을 때 들려오는 그들의 걱정, 훈수, 오지랖 같은 것들 말이다. 한국사람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은 상대방이 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하기를 원한다. 비슷한 생각을 하게 만들기 위해 설득을 하지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고, 갖은 노력에도 바뀌지 않으면 상대방을 싫어하기 시작한다. 이런 참견들은 우리가 가고 싶은 길을 걷는데 큰 방해가 된다. 결과적으로 진학, 취직, 결혼, 육아 어느 하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운이 좋게도 지금까지 나는 내 방식 대로,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걸어온 사람이었다. 진학, 취직, 결혼 등에서 내가 원하는 방향을 고수해 왔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들어갈수록, 먹여 살려야 하는 가족이 늘어날수록 고민의 시간은 길어진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꿈을 향해 달려 나가기보다는 자꾸만 누군가의 훈수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30대가 꺾이고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에 더욱더 안정적인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나도 그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그래도 나는 내 버킷리스트를 한 줄씩 지워나갈 것이다. 미래를 위해 노력하며, 현재도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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