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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희 Jun 15. 2023

소년이 온다

한강

궁금했다. 한강의 손끝으로 전해지는 5.18의 이야기가......

그 참혹했던 열흘각기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는 구성이 더 깊은 생각을 만들어 냈고,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5.18 민주화운동의 잔혹함을 부드러운 문체로, 이 책 한 권으로 섭렵하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총 6장의 구성으로 앞서 말했듯 각각 다른 인물들이 화자가 되어 내용을 이끌어가고 있으며 그들 모두는 5.18의 희생자 들이다.


1장에서 동호의 시점에서는 쉽게 어린 소년에게 이입이 었다. 그가 느꼈던 죄책감, 두려움까지도 모두가  몫인양 다가왔고 피붙이처럼 안타까웠다.

상무관을 떠나지 못하는 동호의 순수하고 애절한 마음이 가슴깊이 전해졌지만 그가 엄마를 따라 그곳을 빠져나갔으면, 하는 간절함이 먼저 우러나와 마음을 괴롭혔다.

5.18의 희생자들과 그들의 가족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아픔을 오랜 시간 잊고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책망할 수도 없는 현실, 그날의 참상이 그림처럼 피어올라 책장이 무겁게 넘어갔다.


2장의 죽은 정대의 시점은 누구도 가볼 수 없었지만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미지의 공간에 대해 끊임없이 상상력을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내 몸이 죽어 없어질 때까지 여러 번 되뇌며 의문을 갖게 되는 삶과 죽음에 대해 정의.

죽으면 어디로 가는 것일까? 혼이라는 게 있긴 한 걸까?

작가 또한 그런 의문을 수없이 던졌던 것 같다.

죽은 정대의 시점에서 바라본 모습이지만 너무나도 구체적이고 그럴듯한 묘사에 섬뜩하기까지 했다.

혼이 되어 자신의 죽은 몸을 보게 되고 희생자들의 몸에 열십자로 포개어지는 상황과 벌레우글거리결국 자신의 몸뚱이가 타들어 가는 걸 지켜보는 정대. 내 육체 또한 그곳에 함께 포개어져 있는 듯한 몸서리치는 느낌에 등줄기가 서늘해졌고 읽는 내내 슬픔이 범벅이 된 채 몰입되었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3장 은숙의 시점이었다.

그녀가 왜 일곱 대의 뺨을 맞았어야 했는지, 딱 떨어지게 와닿지 못한 채 일부분 허우적거렸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그녀 역시 그날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해 죄책감과 고통의 시간으로 채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결론으로 모아지고 결국 연극무대에서 동호를 떠올리는 모습에서 적잖은 감동이 몰려왔다.

동호야, 동호야.

동호의 죽음이 모두 본인의 탓인  죄책감을 잔뜩 머금은 그녀의 무겁고 나직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4장 5장은 살아있지만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던 김진수와 선주의 이야기이다.

민주화운동에서 앞장을 서서 모든 일을 도맡아 했지만 결국 모진 고문의 옥살이를 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다 자살을 선택한 김진수. 성 고문까지 당하고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 해진 선주.

그 둘 역시 평범한 삶은 꿈도꾸지 못하고 살아있음을 자책하고 어둠의 시간들을 보내야만 했다.


6장은 민주화운동에 어린 아들을 잃은 동호 엄마의 시점으로 그날들을 기억했다.

바로 옆에서 듣는 것처럼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다소 거친 사투리 속에 원망과 죄책감들이 모두 묻어 던져지는 듯했다.

비교적 담담한 말투로 얘기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아픔은 마치 혈관을 타고 주사액이 퍼지듯  전신을 골고루 남김없이 파고들었다.


우리는 이미 많은 걸 잊었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5.18 광주 거리 한복판에서 피를 흘려야 했던 당사자들과 그의 가족들은 하루하루 찢기고 할퀴어진 누더기 같은 일상을 연명하고 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5.18의 참상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한편 남은 가족들과 그날을 직접 겪은 이들의 마음을 여러 번 불러들이게 했고 그로 인해 숙연해졌다.

소설이지만 소설이 아닌 '소년이 온다'는 그렇게 감동이 아닌 아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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