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의 생일
The Greatest Discovery
기러기로 산지 7년 차. 어김없이 쓸쓸한 생일을 맞는다. 올해는 쓸쓸함의 무게가 다르다. 물을 잔뜩 먹은 솜이불처럼, 들고 있으면 팔이 빠질 만큼 무겁다.
시차 때문에 오후가 다 되어서야 축하메시지가 하나, 둘 오기 시작한다. 꽃다발을 한 아름 들고 폭죽을 날리는 이모티콘, 예전엔 영혼 없는 축하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어떤 식의 축하도 한없이 눈물겹다.
남편은 내 생일을 잊은 듯하다. 축하한다는 메시지도 없냐며 뚱한 문자를 보내본다. 섭섭한 마음은 온몸에 기관들을 꽉 쥐고 있는 것 같다. 심장은 조여들고, 위장은 뒤틀린 듯 저릿하고 혈관은 터져버릴 듯 쓰리다.
아이를 픽업하러 가기 위해 차에 앉았는데 스피커에서 엘튼존의 The Greatest Discovery 가 흘러나온다. 신호에 걸려 서있다가 눈물을 쏟았다. 몸피가 큰 금발의 할아버지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힐끗거린다. 볼 테면 보라는 듯 눈물을 닦지 않았다.
기러기생활이 물려서 인지, 갱년기가 두꺼워져서 인지 부쩍 스산하다. 오클랜드의 가을처럼, 엘튼존의 노래만큼이나 오십 번째맞는 생일이 무척이나 저릿하고 시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