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능력과 사고력의 관계
나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두고, 영어를 제2 외국어로 둔 Bilingual이며, 현재 유학중이다.
완벽하게 마스터했을 때 가장 많은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언어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당연 영어다. 그러나, 이것이 내가 유학을 오게 된 이유는 아니다. 내가 미국으로 유학을 오게 된 이유는 순전히 한국 졸업장이 아닌 국제학교의 졸업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보다도 더 심각한 사실은, 나의 한국어조차 절대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마지막 한국어교육이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그 수업조차도 제대로 집중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한 언어를 완벽하게 다룬다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문법을 이해하고, 거의 모든 단어와 숙어, 그를 구성하는 단어들의 정의까지 알고 있는 것? 이것조차 내 빈약한 사고로 추측해 본 정의일 뿐, 내가 언어를 완벽하게 다루지 못하니 그 뜻을 정의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 언어를 완벽하게 다루지 못한다고 치고, 더 근본적인 물음으로 들어가 보자. 애초에 왜 완벽하게 다뤄야 하는가? 사고의 복잡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를테면 '복잡성'이라는 단어는 "갈피를 잡기 어려울 만큼 여러 가지가 얽혀 있거나 어수선한 성질"을 의미한다. 26자가, 단 3자로 압축되었다. 같은 맥락으로, 언어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연히 사고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언어능력의 상승은 곧 사고력의 상승을 의미한다.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제대로 파악해야지만 숙어를 이해할 수 있으며, 단어와 숙어, 문법 등을 모두 이해해야지만 문장 하나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문장 하나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심지어 지금 사용하는 이 단어들조차도 완벽히 이해하고 사용하지 못하는 주제에, 그간 읽은 수많은 책과 교과서로부터 지식을 제대로 흡수했을 리가 만무하다. 단순히 완전하지 못한 수준을 넘어 '수준 이하'의 모국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어떻게 제2 외국어인 영어를 "꽤나 잘하고 있다"라는 오만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당신은 유학생인가? 또 영어는 제2외국어이기에 영어로 한국어만큼의 사고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가?우린 반드시 졸업전까지 모국어를 마스터하고, 영어와 한국어를 자유자제로 왔다 갔다 하면서도 사고의 질이 저하되지 않을 수준으로 영어또한 잘해져야만 한다. 이곳의 리크루터들은 영어가 우리의 제2외국어라는 사실을 '감안' 해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대체 왜, 나와 비슷한 능력의 현지인 졸업생 대신 나를 뽑겠는가? (연봉을 현지인보다 만달러쯤 깎는다면 모를까.)
난 언어의 중요성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고, 몰랐으며, 왜 이해해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이는 모르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기에, 자신이 모르는 정보의 중요성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 지금도 내가 잃은 것들이, 또 가질 수 있던 것들이 떠올라서 간담이 서늘한데도 불구하고. 난 언어공부의 중요성을 '완전히'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 하면 할수록 더 죽고싶어지겠지.
뭔가 엄청난 걸 깨달은 양 써놓은 이 브런치를 보며, 혹시 "이건 당연한 것 아니야?" 생각하셨는가?
그게 당연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고, 그중 하나가 나다. 바보는 모르는걸 모른다.
아마 나는 커버 이미지의 소크라테스를 투표로 처형시킨 민중중 한명이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