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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Feb 07. 2023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

자아와 책임, 그리고 죄책감. 당신에겐 무엇이 먼저인가?

사전적인 의미의 자아는 '모종의 이유로 자기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을때, 그 대상' 을 의미한다.

그러니 내 자아는 존재하긴 하는것이다. 하루종일 하는일이라고는 내가 누구인지 생각하는것밖에 없으니.

살아오며 진정으로 무언가를 좋아해본적도, 무언가를 혐오해본적도 없는것같다.

정말 '말 그대로'의 의미다. 연인을 만나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감정에서가 아닌, 내 연인이니까 이렇게 행동해야겠다라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문화생활을 즐길때도 사람들의 관심이 없는 분야는 전혀 즐길 수가 없다.

무슨 영상을 시청해도 좋아요가 수백개씩 박혀있는 댓글들이 없다면 감흥을 받지 못한다.

그런 댓글들을 읽고 나서야 그들처럼 느끼게 되는것이다.


약한 자아를 가진 사람을 가장 쉽게 이해하려면, Responsibility 라는 단어를 이해하는것이 먼저다. 

Response(반응) + ability(능력) 이 합쳐져 만들어진 책임감이라는 단어는, 어떤 상황에 대하여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책임은 자유와 직결되는 개념이다. 강한 자아를 가진 이들은 약한 자아를 가진 사람들이 왜 스스로의 자유를 포기하고 타인에게 구속되려 하는지 쉽게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실 그들 또한 책임 없는 자유라면 얼마든지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 그런 상황은 영영 오지 않을뿐.


자기정체성은 '사회가 인식하는 나 자신'을 의미한다. 이는 주변인들의 나에 대한 평판일수도 있고, 내가 SNS에 올린 게시글의 좋아요 수 일 수도 있으며, 친구들이 생각하는 나 일수도 있다.


이제 두 개념을 연관지어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예제를 곁들여보겠다. 강한 자아를 가진 A가 있고, 약한 자아를 가진 B가 있다.  A와 B의 친구 C가 잘못을 일으켰고, 객관적으로 볼때 C가 잘못한 상황이며, A 와 B 둘 다 이를 인지하고 있다. A는 설령 C가 자신의 친구더라도, 꾹 참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것을 C에게 말해주었다. 반면 B는 C를 위로해줄수밖에 없었다.


이는 죄책감이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또는 객관적인 손해를 끼치는 것과 관련된 '사회적' 감정이기 때문이다.  B와 A는 그냥 판단기준이 다를뿐이다. 도덕적으로 C가 옳지 못하다는 것을 이해하였어도, 이를 C에게 말해주었을때 타인인 C가 느낄 감정을, 그로 인해 자신이 느낄 죄책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것이다. 그걸 감당하느니, B 입장에서는 스스로에게 조금 죄인이 되는것이 합리적이다.


A라고 마음 상한 C를 보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죄책감보다도 자신에게 당당해지고자 하는 마음의 크기가 더 거대할뿐이다. 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은 어린시절부터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자연히 이에 따라 여러 사람들과 부딪히기도 하지만, 그러한 트러블들도 전부 자신이 선택의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서 감당해야 할 '책임'이라고 이해하며 성장하는것이다.


이날 A와 B가 각각 사고한 방식은 사실 A와 B의 인생 전체를 좌지우지할 사고방식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우리는 살아가며 친구에게 싫은소리를 하는것정도는 우스워질정도로 많은 선택을 해야하지 않은가.

져야할 책임이라고는 친구의 궁시렁정도가 전부였던 그때에도 자신에게 당당하지 못했던 B가, 20년뒤라고 자신의 자아를 타인의 감정보다 소중히 여길수 있을까?


그렇게 내 이름 석자를 제외한 모든걸 잃어버린듯하다.

심리학 관련 지식을 조금 찾아보는 정도로는 찾아지지가 않는다.


참고자료

 약한 자아와 견고한 자아 (brunch.co.kr) 

죄책감을 덜 느껴야 하는 이유 :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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