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멈춘다는 것
인간이 짐승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는 어디일까?
짐승은 본능에 따라 행동하지만, 인간은 본능을 이성으로 절제할 수 있다.
이 명제에 동의한다는 전제하에, 나는 지금 마치 짐승이 된 기분이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깨어있는 순간만큼은 생각을 멈춘 적이 없었다.
하다못해 노래를 들을 때마 저도 가사에 어떤 깊은 의미가 담겨있는지 생각하고 싶었다.
휴식을 위해 튼 앨범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살아오던 오늘, 생각이 멈췄다.
물 한 방울 차있지 않은 욕조에 누워 노래의 리듬을 느낀 순간 마음이 매우 편안해졌다.
아마 아무리 편안한 환경을 스스로에게 조성해주어도 편안하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흔히 체력이 육체적인 활동에만 소모된다고 오해하고들 하지만, 사실 뇌가 소모하는 칼로리도 엄청나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던 내가 어째서 이 간단한 모순을 깨닫지 못했을까?
그냥 아무 생각도 안 하니, 특정 신체부위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더 이상 머릿속으로 하는 생각들마저도 논리적으로 얘기하려 노력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인생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항상 이런 스탠스를 유지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들을 불러올 테니 적절히 스위치를 켜고 끌 줄 알아야겠지. 하지만 체력을 비축하여 정말 필요할 때에 사용하는 사람이 현명한 것이다.
체력을 비축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아낸 것이, 정말 스스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해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