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와들리 Wadley
Sep 24. 2024
책 속은 위험하다는 사실
교실 안 분실 사건 그 후
시험문제 출제 기간이다.
주말 내내 출제하고 오늘 방과 후에도 출제하고 다시 출제하고 수행평가 준비하고 온갖 평가들로 무언가 어질어질한 상태이지만 글을 꼭 올리고 자야겠다.
찾았다.
반 아이의 10만 원과 집 아이의 사과패드 모두 찾았다.
아침 독서 때 반 아이에게 물었다.
"다시 찾아봤니?"
"선생님 집에 있었어요!!"
"정말? 아유 너무 잘 됐다."
진작 잘 찾아보지 그랬니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니 깜짝 놀랐잖니와 같은 말들은 필요가 없다. 그냥 녀석이 너무 이쁘고 기특하고 찾아서 너무 좋았다. 닭강정 먹고 반이라도 내가 용돈 삼아 줄 작정이었기에 내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지난 주말 내내 혹시나 저 아이가 그러면 그 아이가 하면서 보지 못한 이전의 도난 사건들에 대해 나도 알 수 없는 드라마가 쓰여지고 있었다. 그 모든 어둡고 우울한 장면들이 모두 날아갔으니 이것이 기쁨이라면 나는 더 없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간의 며칠이지만 우리 반 아이들 얼굴이 내 머릿속에서 흙빛이었다 검은손이었다가 난리 부르스 원하지 않아도 지나가곤 했는데 역시나. 아이들 얼굴이 몇 배는 더 이쁘고 밝아 보였다. 내가 보고 내가 믿는 저 아이들의 얼굴이 역시 틀리지 않았다는 마음.
집 아이는 학교에 일찍 갔지만 연락이 없었다. 역시나 또래 아이들이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이니 찾기는 쉽지 않겠다. 그렇게 가보지도 만나지도 못한 딸의 교실과 반 아이들 얼굴이 서랍을 중심으로 모였다 사라졌다 했다. 아이에겐 네가 잃어버린 거야 했어도 나의 무의식은 자꾸만 소매치기가 있던 유럽의 골목으로 재현되었다. 분실모드와 로그인과 그리고 등등 나도 모르는 나는 꿈속에서도 딸내미 학교에 가서 패드를 찾고 있더라.
그리고 방과 후 기초반 수업을 하는데 집 아이의 번호가 떴다. 끝나고 나오는 시간인가.
"엄마 찾았어."
패드는 녀석이 절대 가져가지 않았을 거라던 동아리 외부활동을 한 시내 교보문고 안에 있었다. 마침 분실물 문의한 내용을 보고 서점에서 잘 가지고 있다며 찾으러 오라고 온 연락이었단다.
반 아이의 우리 학교와 집 아이의 그들 학교가 문득 만나 얼싸안고 다행이라고 춤을 추자면 출 요량이었다.
아이들에게는 그 돈의 금액도 패드의 가격도 중요했겠지만 나는, 어깨를 누르는 듯한 고민과 의심과 불신이 더 큰 것들이었다. 한숨에 두 가지 무게가 다 가벼워진 오늘은 무어라도 또 더 해야겠지.
마침 오늘 수업 중 '분류'에 대해 배우면서 책장을 잘 분류하는 것을 얘기해주다가 숨기는 이야기, 그러니까 무언가 잘 챙겨두려고 숨기다가 스스로 못 찾게 되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 주로 어디에 잘 두니 하고 물으니 3분의 2가 책 속이었다. 책기둥 책장 책사이 책갈피 그리고 또 수많은 책들에 귀중품이든 명절의 용돈이든 많이들 넣는단다. 어머 나도 언젠가 결혼반지를 국어사전 뒤 파인 곳에 넣어 두었다가 잊어 버리고 찾고 또 찾고 했는데. 그러므로 비상금 준비물 몰래인 그 무엇이든 숨겨야 한다면 책이나 책과 관련된 것은 많이들 애용하니 피하시길.
유럽여행에서 소매치기가 너무 무서워 주머니 속 지갑을 만지작 거리고 떼고 다시 쥐고 하루에도 수 십 수 백번을 그렇게 조마조마한 적이 있었다. 그러고 보면 한국은 아직 살만한 나라인 걸. 비록 집 아이가 그토록 덜렁거린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지만. 두 교실이 도난과 찾기로 잠시 얼룩졌다가 제 모습을 찾았다.
간절하면, 진심을 담아 마음을 표현하면,
우리가 잃었던 것들은 새삼 반가운 얼굴을 내미는 것이다.
오늘따라 우리 반 아이들의 얼굴이 더 환하다. 내일은 이쁘니까 초코볼 사서 아침 독서 때 나눠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