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났네 우리
오늘은 내 생일이다.
그리고 우리 반 아이의 생일이다.
담임도 10번 이상 교직도 15년 이상
나랑 생일이 같은 우리 반 아이는 처음이다.
보통 연초에 명렬을 받으면 아이들 생일을 주욱 적어보곤 하는데
앗, 나랑 생일이 같은 아이네. 신기하고 반가웠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아이는 취미와 좋아하는 것이 글 쓰기이다.
아하, 천칭자리 가을에 태어난 아이들은 뭔가 끄적이는 걸 좋아하나 보다.
아마도 아이를 낳은 이후로 내 생일을 축하하기보다는
나를 낳느라 고생하신 엄마를 생각해야 한다는 마음에
카톡 생일 알림을 지워두었더랬다.
반 아이들이 알 수도 모를 수도 있었고
특히 담임을 안 하면 생일이지만 조용히 혼자 즐거워하곤 했는데
오랜만에 담임을 하니 넘어갈까 하다가, 나도 여중에서 오래 산 여중생이라 장난처럼
오늘 생일인 아이의 생일 축하 노래를 다 같이 열심히 부르고 마지막에
"어머나, 우리 반 아이가 나랑 생일이 같은 건 처음이네!" 했다.
아 이럴 땐 딱 찍어서 기념하고 싶다.
신기하고 놀라고 당황한 아이들의 그 귀여운 표정!
오후에 수업하러 들어갔더니 교실 불 꺼져 있고 라이터는 없으니 불 없는 꼬마초가 초코파이 위에 앉아 있다.
얼마 전 생축용 초코파이 사서 넣어둔 걸 녀석들 용케 찾았나 보다.
칠판에 가득 적힌 축하 메시지를 보면서 교실 앞뒤로 뛰어다니며 함께 찍은 단체사진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 담임선생님이라고 축하한다고 그리고 사랑한다고 하는 말들에
솔직히 눈물 찔끔 났다.
언젠가 올해의 1학년 우리 반이 내가 담임한 3학년 우리 반 아이들과 다 같이 모여서
두 학급의 우리 반 아이들이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던 날이 있었다.
파일 저장소는 기특하게도 나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어
교무실 의자에 혼자 앉아 그리움으로 고마움으로 눈물짓게 한 오늘이었다.
아, 나는 여중 졸업한 지 오래 되었는데. 계속 여중생이다.
학교에 계속 있어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