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명의 글을 매주 봅니다

내일은 학교에 가야 한다

by 와들리 Wadley

학교에 가야 한다. 학교에 가는 길이 이렇게 무거운 것이었나.


학교 가라고 깨우는 엄마의 호통에 부스스 일어나는 선생님 딸에 대한 광고를 보며 진심 공감했다. 맞아 맞아 선생도 월요일에는, 개학날에는, 학교 가기 싫으니까.


내가 지금 학교 가기 싫은 건 학생들 때문이 아니다.

긴 연휴로 무너진 반복의 일상과 게으름과 잠 때문도 아니다.

수업이 어렵고 하기 싫고 가르치는 일이 흥미롭지 않아서도 아니다.

동료들, 5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사회의 오래된 집단 그들이 싫어서도 아니다.


이렇게 나도 내게 하나하나 질문을 던져 보았다. 아니었다.


나는 학생들 생각만 하면 지금도 기분이 좋아지고, 연휴가 길었으므로 규칙적인 흐름도 필요하고, 수업 준비를 하면서 지금도 신이 나며 수업받는 154명의 글을 온라인으로 읽고 연휴 내내 피드백했다. 동료들 미운 정 고운 정 다 가지고 있는 짧고 긴 나의 동료들은 좋은 선생님들이다.


그러면 무엇일까?


[저 믿으세요?]


이렇게 질문했었다. 지난 겨울, 당돌하게도 나는 부장교사를 하라는 말씀에 이렇게 여쭈었다. 살면서 항상 네, 잘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더 잘 하려고 애쓰던 나는, 나의 첫 반항에 스스로도 놀랐었다.


그만큼 나는 교사인 나에 대해 믿고 있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 물론 그것은 나만의 것은 아니다. 수많은 헌신적이며 온 힘을 내어주는 교사들이 많이 있어 우리 나라의 교육이 이만큼 나아가는 것이라 믿는다. 박봉에 학생들도 변해가고 학부모도 서비스직으로 대하는 나날들 속에서 교사는 그래도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과 더해지는 보람으로 살아가는 것이라 믿었다. 무엇보다, 나는 우리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그렇다. 내가 20년 간 학교에서 내 온 마음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 대한 학생들의, 학부모의, 동료의, 관리자의, 모두의, 그런 학교의 믿음이 있었다. 그 믿음을 믿고 나도 나의 힘을 다하며 기쁨을 느꼈다.


지금 우리 학교에는 이런 믿음이 없다.


이게 무슨 사춘기 방황 소녀 같은 말인가 싶지만, 교직은 교사에게는 이것이 참 중요하다. 나아갈 힘이라는 것


물론 나는 사회생활, 직장인의 생활은 해보지 않았다. 아이스크림 가게의 알바로, 여러 과외의 선생으로, 방송국의 강사로, 대학원의 조교로 여러 자리를 경험했지만 보통의 회사와 직장생활은 모른다. 그러나 교직은 학교는 다르지 않나. 다를 수밖에 없는 곳이 아닌가. 우리가 대하는 것은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아닌가. 그 무엇보다 때묻지 않은 마음으로 사회로 나아가기 전 연습할 어른으로 그들 앞에 서야 하는 것.


나의 학교에는 서로 다른 크기와 모양이라도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했던 마음'은 같았던 선배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나도 하나 둘 배웠고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선배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학교는 선배도 후배도 동료도 필요가 없다. 신뢰와 믿음, 나의 마음은 어디에 있나. 20년이란 이런 암흑에 잠시 두는 것인가.


긴 연휴에 154명 아이들의 글을 보며 녀석들 여전히 어리구나, 매주 글 피드백을 해도 바쁘구나들, 나아지는 아이 뒤처지는 아이 요즘 게으른 아이 다 보인다. 내 마음이 모아지지 않아서 나는 휴직이든 사직이든 해야겠다는 사춘기의 마음을 꼬깃꼬깃 일단 접고, 내일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들을 만나야 한다.


글 안 쓴 애들 혼내지 말고, 부드러운 피드백으로, 아이들에게 글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해야지.

이 생각만 하고, 잘 자고, 웃으며 가자. 내일도 비 오는 가을이다.

이전 25화나랑 생일이 같은 우리 반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