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와들리 Wadley
Sep 23. 2024
도난 사건에 대처하는 담임 엄마
반 아이도 집 아이도 모두 당한 날
담임을 하면서 가장 난처한 것이 도난 아니 분실 사건일 것이다.
습관적으로 물건을 자꾸만 잃어버리는 아이도 있었고, 쉬지 않고 자꾸만 가져가는 아이도 보았다. 매점 갈 돈 1-2천 원을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학급 티셔츠 살 돈 몇 십만 원이 사라지기도 했다. 초임교사일 때 눈 감고 손 들어 봐 해보기도 했고, 그냥 선생님이 물어줄 테니 도둑 찾지 말자고 하기도 했다. 어느 쪽이든 어떤 결과든 좋지 않고 한참 마음이 불편한 것은 분실과 동시에 모두를 도난의 기해자로 보게 되는 마음과 시선이다. 혹시? 누구지? 어디서? 우리 반 하나하나를 떠올리게 되면서 끔찍해지기 시작한다.
선생님 밤늦게 죄송한데 혹시 교실 바닥에서 떨어진 돈 못 보셨어요?
마침 내가 모두 보내고 문단속을 보며 나온 날이었다. 따로 못 보았는데. 가방이나 주머니 한번 더 찾아보렴.
지갑 안에 있던 돈이니 어디 흘리거나 교실 아니어도 집에 가는 길 집안 등등 다시 한번 찾아봐.
이미 도난이나 분실이다 사건과 말들이 지난 학기 있었다기에 이런 것들을 반 아이들에게 못 박아 두었다.
자기 물건은 자기가 챙긴다.
귀중품을 가져오지 않는다. 혹시 학원비 카드 등등 필요한 것은 등교 후 선생님에게 맡길 것. 화장품이나 눈에 띄는 물건 등 가져오지 말 것. 분실 시 자기 책임임.
그러나 나는 안다. 아이는 돈을 가져와 그냥 지갑을 편히 둔 자신을 탓하며 미안해하지만 혹시 누군가 하면서 마음속 얼굴들을 떠올리고 있었음을. 담임인 나도 혹시- 하면서 돌아보는 마음에 괴롭기 시작했으니까.
그런데 집에 왔더니 딸이 사과패드를 잃어버렸단다. 오후에 외부체험 가느라 후다닥 나왔는데 서랍에 있겠지 뭐. 학교에서 썼으니까. 그러니 마음 편히 자고 다음날인 주말 아침, 녀석은 부리나케 학교로 갔지만
엄마 없어. 분명히 쓰고 서랍에 뒀는데.
어쩌겠나. 누구나 이동하는 동아리 수업의 날이니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도 알 수 없다.
자 엄마 말 잘 들어. 네가 학교에 가져간 것부터 문제야. 공부용 쓴다더니 학교에는 왜 가져가니.
가져갔으면 잘 챙겨야지. 이건 관리를 잘 못한 너의 책임이야. 누가 훔쳐간 거 아니고 네가 잃어버린 거야.
알겠어? 잃어버린 거야.
라고 몇 번이나 세뇌시키듯 말해뒀지만 분실모드하고 새벽에 패드에 접속한 기록을 찾아보거나, 혹시 당근에 올라오나 슬쩍 보는 것도 나다. 이 넓은 세상에 건강하고 별일 없음 된 거다!라고 주말 내내 씩씩한 척 말해주지만 마음속은 좀 아깝고 쿨하지 못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 마음 좀 더 헤아리고 안아주라고 우리 딸에게도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아니겠는가. 네가 책임질 일이다라고 반 아이 집 아이 모두에게 말했지만, 생각보다 쓰고 어렵겠구나 싶은 것이. 어른도 그런데 어린 너희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
내일은 무언가를 잃은 반 아이 집 아이 모두 다, 탕후루든 닭강정이든 사주며 어깨를 두드려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