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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주누맘 Aug 17. 2022

내 아이로 인해 내 이웃이 받게 되는 피해

비행기 폭언 사건

며칠 전 인터넷 뉴스를 뒤적이다가 '비행기에서 아이들 소음에 폭언 난동'이라는 기사를 봤다.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갓 돌 지난 아기가 울었고, 한 남자 승객이 "누가 애를 낳으랬냐, 교육할 자신이 없으면 애를 낳지 말아라, 내가 피해를 봤다."라고 고성을 지르며 아기 부모에게 폭언을 퍼붓는 영상이 함께 실렸다.

마음속에서 뭔가가 쿵 하고 떨어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더 알고 싶었던 것은 이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역시나 기사 아래에 엄청난 댓글 공방이 이어지고 있었고, 30분 정도에 걸려서 모든 댓글을 꼼꼼히 다 읽어보았다.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아이와 엄마를 옹호했다. 모든 사람은 어린 시절이 있었고, 어린 시절 누구나 타인에게 어느 정도 피해를 입히며 살수 밖에 없기에, 그 정도의 피해는 감수해줘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실제 장시간 비행에서 아이 때문에 너무 많은 피해를 봤다는 경험담,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비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견들도 많았다.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내가 비난을 받는 듯이 마음이 아팠다. 아이들을 옹호해주는 의견들에 따뜻함과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아이들로 인해 받는 피해에 대한 지적들도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막무가내식 분노가 아닌, 논리적인 글들에 고민이 깊어졌다. 나도 누군가에게  피해받는 걸 싫어하는 평범하고 이기적인 인간이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댓글 공방은 중간중간 내용이 심오해져서 '장애인의 교통수단 사용', 층간 소음의 문제' 등의 이슈도 등장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함께 살아가기에 어쩔 수 없이 받는 피해의 문제들을 모두 법적으로 해결 하기는 무리다.

모든 사람은 서로에게 피해를 입히고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 모든 것을 수치화할 수는 없다. 그래서 고리타분하지만, 그래도 결국 배려와 이해라는 '미덕'을 꺼내들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언제나 조심해야 하고, 반대로 내가 누군가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때 '어느 정도 수준은' 이해하고 받아줘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어느 정도까지 사회적 약자를 위해 배려와 이해를 발휘할 수 있을까. 나는 어느 수준까지 남들에게 미덕을 베풀 수 있을까.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할 때마다, '노 키즈존'을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씁쓸하지만 다행스러운 건 아이들은 언젠간 자란다. 그 씁쓸함도 한 때라는 것이다. 그저 오늘 하루 내 아이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마음을 단단히 챙긴다.

그리고 소외와 씁쓸함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다른 약자들을 더 넓은 마음으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미덕은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 없는 것이기에 나부터 변해보자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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