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는 18개월쯤부터 1년 넘게 지독하게도 중장비를 사랑했다. 노래도 장난감도 책도 이야기도 다 중장비로 통했다.
이때쯤 중장비 책들을 읽어주면서 느낀 건, 아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을 때와 다른 분야의 책을 읽을 때는 눈빛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엄청난 몰입과 반복, 또 책 내용을 단숨에 외워버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덕후가 가진 힘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분야의 책은 본인 스스로 질려서 그만 볼 때까지 읽게 해 줘라."라는 책 육아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열심히 읽어주고 또 읽어줬다. 내가 하는 책 육아 법칙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인기 많은 전집이 아닌, 내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찾아서 읽어주는 것'이다.
타고 타고 세계여행
중장비와 비슷하게 '탈 것'이나 '교통수단' 관련 책은 다 좋아했었는데, 이런 책들은 평소 읽던 책 보다 글밥이 좀 많은 책이어도 잘 듣고 이해했다. 흥미와 관심이 크니까 중간중간 어려운 부분이 있어도 몰입이 가능했던 것 같다.
그래서 30개월쯤 과감하게 글밥이 많은 책으로 훅 건너뛰아서 사준 책이 #타고 타고 세계여행이라는 전집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탈 것'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은근슬쩍 세계 여러 나라를 경험하게 해주는 그런 책이다.
조금 난이도가 있고 배경 자체가 외국이라서 준우에게는 동공 지진 일어날 법한 새로운 경험이었을 거다. 다행히 너무 좋아해 줬고, 매일 밤마다 읽고 또 읽어서 총 30권을 몇십 번씩 읽은 것 같다.
이 책 덕분에 다른 나라가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 방문에 걸려있는 지도를 보면서 "우리나라는 어디에 있냐.", "일본은 어디냐.", "영어 영상에 나오는 까이유는 어디 나라에 사냐." 묻기 시작했다.
기차 타고 세계여행
세돌쯤부터는 기차로 관심사가 완전히 옮겨갔다. 이제는 중장비는 거들떠도 안 보고 하루 종일 기차 이야기다.
30개월쯤부터 남편이 기차 블록과 기차, 전철 장난감 등을 많이 사줬는데, 자연스레 관심이 옮겨간 것 같다. 또 쉬는 날이면 아빠랑 둘이 전철이나 기차 여행을 다니더니 기차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최근에는 둘이 의왕에 있는 기차 박물관에 다녀오기도 했다.
아빠가 열심히 놀아주면, 엄마인 나는 역시 책을 검색한다. 준우가 관심을 많이 갖는 '기차'와 '세계 여러 나라'를 적절히 조합시킨 책. #기차 타고 세계여행이라는 책은 최근 41개월 된 준우가 날마다 읽고 있는 책인데 세계 여러 나라의 기차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 그 나라에서 먹는 음식, 유명한 관광지, 기후와 환경까지 설명하고 있어서 어른인 나도 새롭게 얻게 되는 정보가 참 많다. 그런데 중간중간 어려운 단어들도 많아서 아무리 기차 덕후라도 4세가 읽기는 조금 어렵긴 하다.
준우가 눈빛 빛내며 들어주긴 하지만, 이것만 계속 읽으면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 비슷한 책들을 또 주문했다. 비슷한 계열의 책들을 여러 권 읽다 보면 이해되지 않던 부분들도 이해가 되는 어느 순간이 오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 땅 기차여행, 기차 타고 부산에서 런던까지
오늘 도착한 따끈따끈한 책 두권. 준우가 어린이집 간 사이에 뜯어보는데 왜 내 마음이 두근두근 설레는지. 여행이라는 소재 때문에 삽화들이 너무 아름답기도 했고, 준우가 또 얼마나 좋아할까 상상하니 즐거웠다.
책을 넘겨보며 얼른 준우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마음이 두근두근 하다.
가끔은 애 둘 육아로 몸과 마음이 지쳐 '오늘은 책 좀 안 읽고 그냥 재우면 안 되나, 언제까지 책을 읽어줘야 할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하루 중, 스마트 폰 다 내려두고 아이와 찐하게 붙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시간은 책 읽는 시간뿐이다.
독서 전문가들은 아이가 한글을 다 떼고도 책을 계속 읽어주라 권면한다. 책 육아는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가 아니라 아이와 부모의 교감이기 때문이다. 그 교감은 할 수 있다면 더 오랫동안 누리는 게 당연 좋다.
힘들긴 해도 매일 책을 읽어줄 수 있다는 게 참 고마운 일이다. 오늘 밤에는 새 책을 맛깔나게 읽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