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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주누맘 Aug 22. 2022

비학군지에서 엄마표 학습으로 아이들을 키웁니다.

나는 비학군지에서 나고 자랐다. 초등학교는 충남 예산에서 나왔고, 중학생이 되어서 조금 큰 도시라고 이사온 곳은 충남 천안이었다. 학구열이나 사교육이 그리 심하지 않은 도시였다. 방학 때 다음 학기 진도를 살짝 훑어보는 정도의 선행을 했고, 필요할 때 사교육의 도움을 조금씩 받았다.

나는 성실하게 공부했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지식한 학생'이었다. 학교 시험에서는 원하는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날마다 교과서를 읽고 또 읽어, 시험 직전에는 교과서를 줄줄 외울 정도였으니 시험을 못 보는 게 이상했다.

그랬던 내가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게 있구나' 하고 절망의 벽을 느꼈던 순간은, 고등학교에 올라와 수능 모의고사를 볼 때였다. 언어 영역과 외국어 영역의 점수가 늘 불안정했다. 조금 쉽게 나오면 1등급을 찍었다가도, 문제 난이도가 올라가는 순간엔 2등급, 3등급으로 요동쳤다.

수능은 1-2년 단기 공부로 성적을 확 끌어올리기가 어려운데, 그게 종종 가능한 친구들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엄청난 독서실력이 있고, 꾸준히 영어에 노출되어온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그랬다. 그런 친구들은 중학교 때 설렁설렁 공부하며 중위권을 유지하다가도 수능 1-2년 전 맘먹고 제대로 공부해서 원하는 등급을 찍어냈다.


엄마표 학습을 하는 이유


내 한계를 경험하면서 느낀 건 당장에 눈에 보이는 학교 성적보다 꾸준하게 쌓아 올린 독서능력과 영어 노출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런 내공을 갖고 있으면 그게 언제든, 공부하고 싶은 순간에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확신이 들었다. 중고등 시절 고액 족집게 과외를 받기보다 어린 시절 기본기 다지기에 더 충실해야 한다.

학군지의 수많은 학원들은 그 '내공'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실력차는 중고등학생 때가 아니라 유아기-초등 때 이미 벌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사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내공을 꼭 사교육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유아기 아이에게 가장 편안한 장소는 집이고, 가장 좋아하는 존재는 부모다. 마음 편한 장소에서 자연스럽게 배움이 일어날 때, 배움을 즐거운 것으로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존재는 부모다. 섬세한 눈으로 아이를 살피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적절한 순간에, 자연스럽게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


무엇보다 엄마표 학습은 가정경제에 이롭다. 사교육비는 우리나라 가정경제를 휘청이게 만드는 주범이다. 가정에서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배움에 우리가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설렁설렁하는 엄마표 학습

​엄마표 학습에 단점이 있다면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보가 적다는 점이다. 그런데 내가 직접 육아를 하면서 느낀 건, 이미 도처에 정보가 차고 넘치게 있다는 점이었다. 서점 육아서적 코너에 가면 엄마표 영어, 엄마표 책 육아, 엄마표 미술, 엄마표 과학 등등 이미 그 절차를 밟아간 수많은 선배들의 책이 쌓였다. 원하면 정보는 언제든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단점은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거다. 대단한 엄마들의 경험담을 듣고 있자면 되려 쉽게 포기하고 싶어 진다. 너무 잘하려고 힘을 주면 지속하기가 힘들다. 힘을 빼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설렁설렁 재미있게 한다.

영어 영상 보여주기, 영어 노래 부르기, 잠자기 전 한 시간 책 읽기, 특별한 경험을 하면 관련된 책 찾아서 읽기 등. 이런 것들은 특정한 공부 시간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활동으로 영어 유치원이나 논술 학원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냐는 질문에는 뭐라 대답할 말이 없다. 그저 사교육의 장단과 엄마표 학습의 장단을 살피며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것을 아이에게 제공할 뿐이다.


아이들의 행복

명문대가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는 시대다. 높은 연봉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래서 더, 그럴수록 더 엄마표 학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의 세상적 성공을 위해 지나친 재정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싶지 않다. 확실하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서 오늘 우리 가족들의 행복을 저당 잡히고 싶지 않다.​


엄마표 학습은 지금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그저 즐거움이기에 계속해나갈  있는 힘이 생긴다. 언젠가 엄마표 학습이 별로 즐겁지 않아  , 혹은  이상 필요가 없어졌을 , 아이들의 의사에 따라서 다음 스텝을 밟아갈 것이다. 언제나 아이들의 행복을 지켜나갈  있는 방법으로 말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비학군지에서 엄마표 학습을 하며 자라고 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이런 속편한 이야기를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학군지로 이사 가게 되는 날이  수도 있고,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 순간도  것이다. 어느 순간이라도 내가  아이들을 교육시키는지, 우리가 사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새기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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