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
메타인지(Meta cognition)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사전적 정의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면 자기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 상위 인지 정도로 불리며 주로 교육학에서 사용된다고 하는데요.
어쩌든 저는 이 단어를 처음 듣고 상당히 마음에 들어 했는데, 제가 받아들인 이 개념을 열심히 다시 정리해 보자면 '내 생각이라는 결괏값에 대한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더 짧게 줄이자면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지' 정도로 바꿀수 있고요. 사전적 정의와는 조금 멀어진 것 같지만 애초에 적당한 대용어가 없어 반쪽짜리 외래어로 남은 단어니 괜찮다고 혼자 생각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직후 어느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일했던 적이 있습니다. 회의시간에 이사님이 말하길
“어떤 모션을 취했을 때 소비자 반응이 좋을지 생각하면서 아이디어를 내줬으면 좋겠다”
“이런 걸 메타인지 라고 하는데 상대방 반응이 어떨지 한번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같다”
속으로 음.. 내 생각과도 사전정의와도 다르군 싶었지만 애초에 이견의 여지가 많은 개념이니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차이가 생기는 건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컨대 위 발언을 제가 받아들인 개념으로 정정하자면
“소비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에서
“나는 왜 소비자가 그런 반응을 보인다고 생각하는가?”로 바뀝니다.
이렇듯 제가 생각하는 메타인지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나는, 왜 가 들어간다는 것인데요.
사냥을 하려는 맹수들은 자기 기척을 줄이고 사냥감에게 다가갑니다. 자신의 기척(A)이라는 변수가 사냥감의 도망(B)라는 행동 결과를 가져올 것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죠. 자기가 잡은 쥐를 주인에게 가져다주는 고양이는 자신의 행동(A)이 주인이 기뻐할 것(B)이라는 감정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물론 주인은 싫어할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항상 의식하진 않더라도 이러한 A-B 관계를 예상하면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조금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자면, 나는 “왜” A가 B라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개인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수없이 많습니다. 그때 "나는 왜 스트레스를 받는가", "어떤 요인들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가"에 대한 생각이 일반적인 인지 과정이라면
"나는 왜 이런 요인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준다고 생각하는가?" 가 제가 생각한 메타인지 과정입니다.
전자가 어떤 사람 때문이라면, 후자는 나는 사람의 어떤 행동과 말투들을 싫어하는지까지 이어지고
전자가 반복되는 야근 때문이라면, 후자는 나는 야근으로 인해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지까지 이어집니다.
인터넷에 어떤 이슈가 화제가 되었을 때, 연예인에 대한 사건사고가 터졌을 때, 단순히 내 의견이 내가 좋아하는 스피커의 의견과 댓글 여론에 따라 찬성/반대로 갈리는 게 아니라 위 과정을 통해 내가 어떤 생각과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술을 좋아하고 대부분의 자리에서 열심히 마시는 편이었는데요. 사실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니 저는 사람들과 알딸딸한 상태에서 하는 대화를 좋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럿이 마시는 회식이라거나 혼술은 기피하는 편이었고요. 회식이나 혼술은 취하긴 하지만 대화를 하긴 힘들잖아요. 이런걸 알고나니 왠지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른사람들에게 제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소개하기도 훨씬 쉬워졌고요.
이런 생각을 의도적으로 항상 반복하면서 살기는 사실 에너지 소모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사 살다 보면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이 떠오르기 마련이고 그건 지속적으로 나의 생각하는 용량을 잡아먹습니다. 그럴 땐 오히려 정면으로 마주하고, 정리하여 머릿속 어딘가로 치워버리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p.s 지하철에서 노약자들을 보면 자리를 양보하시나요? 그 이유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