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단발의 독립 일기, 세 번째.
*공주, 왕자 : 단발모리 팔로워 애칭
안뇽! 단발이야. 일주일 잘 보냈어? 오늘 편지는 이전 편지보다 조금 더 특별하다. 왜냐구? 이 편지는 도쿄에서 적는 중이거든 ㅎㅎ 목요일부터 여행 일정인지라, 원래는 미리 적어두고 떠나려 했는데 편지의 목적이 한 주를 마무리하는 목적인지라, 조금 번거롭긴 해도 오늘 편지를 쓰기 위해 노트북을 챙겨왔어 ㅎㅎ 뭔가 여행 중에 적는 편지라 더 감회가 새롭고 그렇다. (지금은 이동하는 전철에서 호다닥 적는 중!) 여기는 생각보다 벚꽃이 많이 져서 아쉽긴 하다만, 일본 여행이 거진 4년만이라 신나게 돌아다니고 쇼핑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어. 그래서 오늘은 여행과 관련하여 ‘휴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공주는 어떻게 쉬고 있어? 요즘 나는 ‘내가 잘 쉬고 있나?’란 생각이 많이 들어. 회사를 그만두고 여유시간이 많아진 만큼, 사실 나는 잘 쉴 수 있을거라 생각했거든. 근데 이게 참 신기한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주어져도 여지껏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어떻게 쉬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사실 나는 주말이 오면, 인스타에 만화를 그려 올리는 게 나의 휴식 중 한 가지였어. 근데 이제 본격적으로 ‘그림을 업으로 삼아보자!’ 하니까 그게 휴식이 안되더라고. (참 아이러니 한 일이야. 원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며 그림 그리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 말이야. 슬프다) 그래서 내가 요즘 어떻게 쉬나 살펴봤더니, 쉴 때 누워서 (레퍼런스 조사 명목으로) SNS, 특히 릴스나 숏츠를 보며 시간을 죽이는 경우가 많았어. 이게 나는 휴식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렇게 쉬고 나면 머리도 피곤하도 마음도 무겁더라고. 뭔가 몸이 더 추욱 늘어진다고 해야하나? 사람마다 휴식의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나에게 SNS나 자극적인 영상을 보는 것은 쉬는데 전혀 도움이 안되더라. 움직임이 없어도 오히려 더 피곤해지는 느낌을 받았어.
최근에 알게된 사실인데, 그런 자극적인 영상을 보는 것이 뇌에 칼로 찌르는 듯한 스트레스를 준다고 하더라고. (저번 편에 내가 김경일 교수님 엄청 좋아한다고 말했었지! 그 분 유튜브 영상에서 봤어 ㅎㅎㅎ)
그래서 내가 지인분들과 함께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지 방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거든. 그 때 나왔던 나홀로 휴식 꿀팁들이 재미있는 것이 많아서, 함께 공유해 볼게!
1. 나홀로 여행가기 (단발모리)
나는 사실 몇 년 전만해도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는 (넘 심심하잖니) 스타일이었는데, 혼자 국내 여행을 다녀와 보고는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이 이렇게 힐링이 될 수 있구나 했어.
내가 추천해 줄 여행지는 경주야. (다녀온지 꽤 되긴했는데 정말 좋았어서 공유해!) 나는 첨성대 부근에 게스트 하우스를 잡았는데, 걸어서 20-30분이면 경리단길, 동궁과 월지, 대릉원, 교촌마을을 다 갈 수 있어서 좋더라고. (뚜벅이 추천!) 핸드폰을 덜 보려고 지도도 게스트 하우스에서 제공하는 종이 지도를 들고 다니며 지나가다 예쁜 가게가 있으면 들어가고, 빗소리 들으며 그릇 만들기 체험도 하고, 산책하다 벤치에 앉아 아이패드에 그림도 그리고 아침에는 게스트 하우스에 함께 묵은 외국인 가족분들과 아침 식사를 함께 했지….
간호사 시절 밤 근무를 마치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떠난 즉흥 여행이었는데 생각보다 힐링이 많이 되어서 꼭 추천하고 싶어. 날씨가 좋은 날에 가는 걸 추천해! (나는 2박 3일 다녀왔어.)
2. 나홀로 pub가기 (지영)
이건 우리 독서모임 회원인 지영님의 추천이었는데, 지영님은 학교 다닐 때 학교 앞에 조용한 펍이 있었대. 지영님은 학교 수업이 끝나고 혼자 펍에 가서 칵테일 한 잔 시켜 과제를 하거나 책을 읽었는데, 이 기억이 정말 좋았어서 종종 가곤했다는 거야. 회사원이 된 지금도 생각이 나서 혼자 갈만한 펍을 찾고 계시다고 하더라고.
나도 최근에 간 집 근처 이자카야에서 혼자 맥주 한 잔하며 신문을 읽는 아저씨를 본적이 있는데, 되게 멋있어 보이더라고 ㅎ완전 무드있지 않아..?! 그래서 나도 도전해 보려고 해! 4월 중에 혼자 한 번 가볼까 하는데, 가게 되면 또 편지에 공유할게ㅎㅎ
3. 나홀로 영화보기 (헤그랑)
나홀로 영화, 혹시 공주는 해본 적 있어? 이건 헤그랑님이 공유해 준 나홀로 휴식 방법이야. 이번에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어져 아무 영화나 끊어 혼자 보고 왔는데, 생각보다 영화에 집중도 잘 되고, 완전 힐링이 되었다고 하더라고. (혼영화는 9년만이라고..! 영화는 '소울메이트') 나도 영화는 혼자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이때 꿀팁은 예고편을 안보는 게 중요해. 확실히 예고편을 보면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거든. 아무런 기대 없이 우연히 마주해야 어떤 영화든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것 같아. ㅎㅎ 우연에서 오는 즐거움은 언제나 설레는 것 같아. 대신 우울하지 않도록 너무 어두운 내용은 보지 않기!
이밖에도 혼코노 가기, 혼자 서점가기, 좋아하는 노래 들으며 책 읽기 등 다양한 방법들이 나왔어. (아무도 '핸드폰 하기'를 휴식 방법으로 말 안한 거 보면, 우리 독서모임 회원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ㅎㅎ) 혹시 공주들 중에 나홀로 휴식 꿀팁이 있다면 공유해 줘♥️
[오늘의 사연]
안녕! 나는 아직 꾸준히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지 못한채 힘들게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공주야..! 부장님의 폭언과 상사의 괴롭힘에 지금 5개월째 상담을 받으면서 꾸역꾸역 회사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 사실 있을 이유가 없는데 다음이 무서워서 못나가고 있어. 매번 힘들어서 그만두고 다시 새로운 직장을 찾는데도 시간과 어려움이 많이 들어서 괜히 못나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해. (나이도 나이지만) 1년이 되는 날은 6월 초인데 9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퇴사날짜가 더욱 고민된다. 단발모리의 퇴사 시그널은 뭔지 알려줄래?
공주 진짜 고민 많이 되겠다 ㅠㅠ 나도 간호사 퇴사를 결심했을 때, 그 다음 해에 결혼을 하기로 했었거든. 그리고 두 번째 퇴사는 결혼을 한지 얼마 안된 시점이라 사실 고민이 정말 많았어. 내 인생만 생각하면 그만두는 게 당연한데, 결혼을 하게 되면 가족에 대한 책임이 생기니까 내 마음대로 그만두면 안될 것 같더라고. 그래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결국 모든 선택은 누군가가 아닌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잖아. 그럴 때 3년, 5년 뒤를 생각했어. 지금이야 당장 '결혼'이라는 이유로 나의 고민을 미룰 수는 있어도 결국 시간이 흐르면 또 다시 선택에 기로에 놓일 것 같았거든. 그래서 지금의 남편이랑 결혼 전에 미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했었어.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털어놓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했지. (사실 나에게 분명한 해결책은 '퇴사'였어서 ㅎㅎㅎ 그 이후 미래에 대해 어떻게 할 건지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
자꾸 이런 질문이 올 때, 퇴사를 장려하는 것처럼 답해서 매번 민망하지만 (ㅎㅎㅎ) 결국 공주가 후회가 없는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고민 충분히 하고, 결정을 내려야할 시기를 정해 좋은 선택 내리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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