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기억하고 있다 (3부)

남겨진 산, 그리고 한 사람의 등불

by 최국만


지자체는 뒤늦게 움직였다.

주민들을 상대로 폐 엑스레이를 찍고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문제가 된 지역의 흙은 모두 걷어내고 새 흙으로 교체했다.


수십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암자 아래 채석장도 결국 영업이 중단됐다.


보고서에는

‘조치 완료’라는 문장이 남았다.


하지만 산은,

사람의 몸은,

그렇게 쉽게 완료되지 않았다.




원망은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


수산면 일대에서 한약재를 재배하던 주민들은

우리 방송사를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이 방송 때문에 약초가 안 팔린다.”

“멀쩡한 동네를 문제 지역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화살은

암자에 계신 스님에게로 향했다.


암자가 불탄 뒤

스님은 마을에서 고립되었다.

사람들은 모르는 척했고

인사도 건네지 않았다.


“마을을 못 살게 만든 사람.”


그 말은 스님의 등을 더욱 굽게 만들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던 사람


그러나 스님은 나를 향한 연락을 멈추지 않았다.


“PD님, 이건 꼭 알려야 합니다.”


석면과 관련된 제보는

늘 조심스럽고, 조용했지만

한 번도 끊긴 적이 없었다.


암자는 신자들의 시주로 다시 지어졌다.

예전만 못했지만

산 위에 다시 불빛이 켜졌다.


나도 그곳을 찾았다.

말없이 시주함에 돈을 넣었다.


스님은 그날 조용히 말했다.


“각혈을 합니다…

몸이 갈수록 약해집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이들 곁까지 번진 흔적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아랫마을 초등학교까지 오염이 확인됐다.


우리는 방송에서 말했다.


“운동장을 전면 걷어내고

흙으로 복원해야 합니다.”


그러나 운동장은

흙 대신 인조잔디로 덮였다.


겉으로는 깨끗해 보였다.

그래서 더 허탈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산 위에 달겠다는 등


몇 년 뒤, 스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PD님, 새로 지은 암자 위쪽이 참 좋습니다.

이번 석가탄신일에

그곳에 등을 달겠습니다.

환경을 지키느라 애쓰셨는데

이보다 더 큰 보시가 어디 있겠습니까.”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스님, 고맙습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그 말이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몰랐다.




짧은 문자 한 통


퇴직 후였다.

세상이 코로나로 멈춰 있던 시기.


휴대폰에 문자가 도착했다.


“00 암자 00 스님 입적.”


산을 지키려 했던 사람.

진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암자가 불타버렸던 사람.

그래도 끝까지 산으로 돌아갔던 사람.


그 스님이

조용히 이 세상을 떠났다.




나와 스님의 인연


스님과 나의 인연은

카메라와 산길,

돌먼지와 바람 속에서 맺어졌다.


그분은 수행자가 아니라

환경을 지키던 사람이었고

나는 방송인이 아니라

그 기록을 남긴 사람이었다.


산은 아직 그 자리에 있다.

아무 말 없이 바람을 맞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산 어딘가에

스님의 숨결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스님,

편히 쉬십시오.


산은

당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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