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소규모 양조장은 처음이지?
우리의 작고 소중한 양조장을 소개합니다.
10평 남짓한 공간, 우리는 이곳에서 꿀꺽하우스만의 술들을 빚고 있다. 자취방 원룸 크기만한 이 아담한 공간에서 양조부터 제품 출시까지 필요한 일련의 모든 공정들이 이루어진다. 품질관리를 위한 주질 분석도 하고, 패키징 작업을 위한 유리병 세척 및 병입 작업도 한다. 이외 양조에 필요한 자잘한 업무들까지도!
처음 양조장을 구획할 때, 할당된 공간이 크지 않다 보니 업무 효율을 위한 작업 동선과 설비 배치에 고민이 많았다. 물론 어떤 양조장인들 안 그러겠느냐만은, 나름대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물이랄까. 최소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리고 싶어 하는 게으른 집돌이의 심정으로 평면도를 그려 나갔다.
양조장 내부는 크게 발효실, 저온 숙성실, 용기 주입실로 나눌 수 있는데, 양조장 정중앙에 서서 좌향 좌 한 번에 발효실, 두 번에 숙성실에 도착할 수 있다. 그만큼 작…, 아니 콤팩트하다.
꿀꺽하우스는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 중 탁주와 약주 생산 면허를 취득했고, 각 면허의 취득 기준 용량에 맞춰 발효조를 구비했다. 하단 부분이 원뿔 형태인 코니컬 발효조 네 대와 자체 온도 제어 시스템을 지닌 원형 발효조 네 대를 메인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코니컬 발효조는 자체 온도 제어 시스템이 없어 발효실 전체 내부 온도를 통제해 제어한다. 한여름은 물론 한겨울에도 효모가 원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발효실 내부는 늘 서늘한 정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발효실에선 술 빚는 일에 필요한 전반적인 공정이 이루어진다. 쌀을 씻고(세미), 불리고(침지), 불린 쌀의 물기를 빼고, 쌀을 찐다(증자). 쌀이 고두밥이 될 때까지 익으면 찜기에서 고두밥을 꺼내 열기를 충분히 식히고 물과 누룩을 섞어 탱크에 넣어 발효시킨다. 노출된 환경에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오염 방지를 위한 소독과 환기 및 방충 시설이 제대로 확보돼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수도와 전기도 공급돼야 하고, 물 쓸 일이 많기 때문에 바닥과 벽면은 모두 방수 및 결로방지 소재를 이용해 곰팡이 번식과 오염물질 생성을 방지한다.
발효실엔 자그마한 랩실도 마련돼 있다. 발효 중인 술의 이화학 분석과 관능검사를 위한 곳인데, 이곳에서 기기를 이용해 술의 당과 산도를 측정하고, 증류 과정을 통해 알코올 함유량을 분석한다. 직접 향을 맡고 맛을 보면서 술에 이상은 없는지도 함께 확인한다. 간혹 테스트해야 할 술의 종류가 많아지면 그만큼 많이 마셔봐야 하는데 가끔가다 알딸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발효와 숙성이 완료된 술은 이제 저온 숙성실로 옮겨 추가 숙성 과정을 거치는데, 섭씨 5도 미만의 숙성실에서 수 주에서 수 달간 숙성시킨다. 낮은 온도로 냉각시킴으로써 불필요한 이물들을 침전시키거나 날이 선 맛과 향을 다듬는다. 좀 더 차분해지고 단정해진 모습으로 만나길 기원하면서.
꿀꺽하우스는 소규모 양조장이기 때문에 다른 큰 규모의 양조장에 비하면 아직 작고 초라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 동네의 창작자나 생산자와 함께 교류하며 다양한 활동들을 도모하기도 하고, 여러 재미난 행사들을 유연하게 기획하기도 한다. 우리는 양조장이지만 마치 동네의 오래된 주민회관처럼 누구든지 언제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고, 막걸리를 마시면서 시시콜콜 수다 떨 수 있는 곳이 되려고 한다.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양조장이 되는 것만큼 재밌고 신나는 일이 또 있을까.
우리의 목표는 그것에 있다. 다 함께 누리고, 즐기며, 서로 상생하는 것. 우리 스스로 부패하지 않고 올바르게 발효되는 것. 작고 미미해 보이는 것들을 소중히 가꿔나가는 양조장이 되기 위해 오늘도 즐겁게, 꿀꺽하우스를 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