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글쓰기에 게을러진 이유
상담은 물리치료와 같다. 수술처럼 아픈 부위를 도려내는 게 아니다.
그래서 상담을 마치고도 나를 괴롭히던 과거의 잔재들은 남아 나와 숨바꼭질을 한다. 어느 날들은 잠잠하게 숨어서 찾을 수 없었고, 어느 날들은 문득 나타나 나를 놀래키고선 도망가곤 했다.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또 다른 운명의 장난이라고 할까?
상담을 마치고 근 1년 동안 나는 과거의 ‘그 일’들을 비추는 거울 같은 일들을 겪었다. 나는 직면한 현실의 위기에서 운명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베테랑으로서 다시 이 위기를 헤쳐나가 보자 싶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굳건히 버텼다. 꽤나 잘. 긍정적인 방향으로. 물론 그 과정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은 건 아니다. 다시 또 불안에 흔들리는 내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들이 날 약하게 만드는지 더 잘 느꼈다. 그래서 그 점을 이용했다.
어려운 선택은 과감히 미룬 채 현실을 관조하며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꾸준히. 그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의외로 ‘감사하다’였다.
‘이만해서 감사하다.’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하찮다 생각한 내 조건들이 득이 돼서 감사하다.’
감사하다는 생각은 내 사고를 유연하게 만들었다. 그 유연함 덕분에 나는 또다시 위기를 극복해 냈다. 이에 또 감사함을 느꼈다. 그저 감사할 일이 많은 날들이었다.
요즘은 폭풍우가 지나간 도로마냥 삶의 풍랑에 휘갈겨진 내 심신을 돌보고 있다. 떠오르는 모든 생각들을 내 안에 품고 있다. 그저 품고 있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잔잔함이 포근해진다. 언젠가 밖으로 꺼내야지 하면서도, 혼자서만 간직하고 싶은 포근함이다.
그래서 글쓰기가 게을러졌다. 브런치의 알람이 올 때마다 내 게으름이 부끄럽기도 했다. 약속을 저버리는 건 나답지 않아! 싶다가도 이 공간은 나만을 위해서 쓸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핑계에 져주곤 했다. 발행을 기다리는 저장글들은 미래를 위해 적금하듯 쌓아놨다.
오늘만큼은 욕심을 덜어 내고 글을 올린다.
누군가도 이 포근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불안도 조금은 누그러졌으면 좋겠다.
과거에 어떤 일을 겪든 사람은 회복할 수 있다. 내가 겪은 일이기에 자신 있게 말한다. 순간에 머물지 않고 그저 앞으로 흘러가면 된다. 잘 해낼 필요도 없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삶은 유의미하다. 우리가 그 증거다.
당신의 오늘은 안녕하신가요?
오늘의 제가 편안하듯, 당신의 오늘도 편안했으면 좋겠어요.
진심으로요. 당신의 평안을 빕니다. 굿 럭.
24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