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Picnic, 듣기만 해도 설레는 단어다.
가난했던 그 어린 시절에도 소풍 날이면 김밥에 사이다를 챙겨주셨던 울엄마.
여주가 고향이었던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내내 소풍지래야 세종대왕 영릉 아니면 신륵사였지만, 친구들 손잡고 노래를 부르며 10 여리 정도의 길을 걸어가는 그 날이 좋았다. 초등학교때는 부모님이 따라오시는 경우가 많았지만 울엄마 아부지는 장사를 하셔서 그러지도 못했다. 점심을 먹고나면,보물찾기가 하이라이트였는데,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이 같이 찾으니까 대부분 보물은 그들의 차지, 난 번번히 꽝!!!
그래도 좋았다. 어릴적 소풍은 그냥, 마냥 좋았다.
내 딸과 아들의 초등학교 소풍 날이면 늘 김밥 50장을 싸곤했다. 아이들 도시락에는 기껏해야 한 두 줄 넣으면 되지만, 이왕 싸는 김에 많이 싸서 이 집 저 집 나눠주는 재미가 컸다. 엄마랑 아부지, 올케들, 이웃들...
이랬던 소풍이, 소풍이란 단어가 언제부턴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넷플릭스로 영화 '소풍'을 보았다.
16살 때부터 단짝 친구 금순이와 은심이, 둘이는 사돈 지간이기도하다. 금순이의 딸이 은심이의 며느리다. 젊음을 바쳐 인생을 바쳐 열심히 돈벌어 자식들 뒷바라지했지만, 결국 내 몸은 병들고 남편은 먼저 가고, 자식들은 엄마의 재산을 어찌하면 빨리 물려받을까 궁리하며 아둥바둥 사는 신세다. 은심이는 60년 만에 금순이가 살고있는 고향을 찾는다. 아픈 사연으로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간 은심이는 모아놓은 돈도 좀 있지만, 파킨슨병에 걸려 가끔씩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금순이는 평생 고향을 지키고 살지만 허리를 다쳐 점점 대소변까지 혼자 해결이 힘들어지는 상태이다. 초등학교 동창 태호도 만난다.
16살의 금순이와 은심이
요즘들어 엄마가 자주 꿈에 보인다는 은심이...
억척스럽게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금순이...
금순이가 서울로 올라와 둘은 낯선 키오스크 주문으로 햄버거를 먹는다.
이어 둘은 60년 만에 고향으로 내려간다.
셋이 모여 동심으로 돌아가는 금순이, 은심이 그리고 태호
근데 마지막 결말이 꼭 그랬어야 했을까?
2002년에 엄마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2년 뒤애 아부지도 따라 가셨다. 100세 인생인 지금 시대인데 두 분은 각각 69세 73세에 돌아가셨으니 뭐가 그리 급하셨는지...엄마는 아파서 가셨고, 아부지는 엄마가 그리워 바로 따라 가신 것 같다. 갑자기 심장마비로... 어느날, 아부지한테 국을 끓여서 가지고 갔더니 불도 안켜고 어두운 방에 우두커니 앉아 계셨었다. 점점 드시는 약봉지만 늘어난게 보이고... 그 순간, 내가 들었던 생각. '하루 종일 무슨 생각 하실까. 저렇게 사시는 게 무슨 의미일까? 하루하루 시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실까...'
영화를 보는 내내 울엄마 아부지가 떠올랐다. 그렇게 급하게 소풍을 끝내고 가신, 그 곳은 어떤가요???
내가 살아왔던 삶,
지금 살고 있는 삶,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내 인생이
아름다운 '소풍'으로 기억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