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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 시 작 Oct 07. 2024

이승윤콘서트 "역성" 드디어 갔다

- 역성에 동참하시겠습니까? 네! -

차곡차곡 변. 화.


"역성은 성공이 보장되지 않아요. 대부분 실패하고 낙담하고 부서집니다.

그래도 동참하시겠습니까?"




그때도 말했지만 나는 이승윤 가수의 팬이다.  

https://brunch.co.kr/magazine/bhs5


한 번도 콘서트에 가지 않은 광팬. 이래서 못 가고 저래서 못 가고 늘 시간이 안 됨을 핑계로 삼았다.  이번에야말로! 를 외치며 8월 말 드디어 티켓을 예매했다. 물론 내가 한 건 아니지만. 손이 느려 아이가 PC방에 가서 대신해줬다. 그리고 꼬박 한 달을 기다렸다.


매일 콘서트를 손꼽아 기다린 이유 즉 이승윤가수를 좋아하는 이유!

10년의 무명생활을 거치며 만들어 온 그만의 색깔과 철학이 있어서다. (어쩌면 그 색깔이 너무 강해 무명이 길었을 수도 있고)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하고 살짝 어려운 듯 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언어에 광적인 똘끼(?)가 더해져 내 마음을 움직인다. 게다가 무심해 보이지만 유머와 소신이 섞인 그의 인터뷰 내용들은 겸손함과 특유의 겉멋이 어우러져 깊은 울림을 준다.


아이의 재수시절 난 이승윤가수의 노래를 듣고 인터뷰를 보며 많은 위로와 위안을 받았다. 그리고 그건 내가 무언가를 끄적일 수 있는 힘이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번 콘서트의 주제는 "역성"이다.

긴 가죽코트를 휘날리면서 무대 위로 튀어 오르며 부른 '영웅 수집가' 노래에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누군가의 모습에 자신의 욕망을 투영해 무리하게 찬양하는 모습을 꼬집는 가사가 인상적이어서 참 좋아한다. 몇 곡의 노래를 연이어 부른 뒤 이어진 그의 울림 있는 말들은 며칠이 지난 지금도 내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세상의 이치나 흐름이 소리친다고 바뀌지는 않겠지만 소리에 담을 이야기들을 마음대로 뒤. 바. 꿔. 힘껏 소리 내어 보잖다. 또 음악이 세상을 바꾼다는 건 거짓말 같지만 음악을 듣는 사람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단다.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가 음악을 하는 마음가짐이다라는 말까지. 역시 이승윤이다!

1, 2집 노래도 좋았지만 이번에 발매된 3집의 선발매 8곡은 더 뜨겁고 감동적이다.


폭죽이 터지는 순간 빛을 내보자는 '폭죽타임'~

자신만의 예술을 꿈꾸면서도 내 노래가 매진되기를 바라는 역설적인 가사를 담은 '솔드아웃'~

1분이라는 전주를 거쳐 6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폭포를 뒤엎으면 분수가 된다는 가사로 관성을 거슬러 보자는 주제를 담은 '폭포'~

24K의 순도를 넘어서 그 이상의 사랑을 해보자는 '28K 러브' 노래가 이어진다. 사랑노래가 이렇게 담담하고 진정성 있게 들리다니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중 내가 특히 더 좋아하는 노래는 '검을 현'이다. 살다 보면 체스판 위에서 움직일 있는 칸으로만 다니는 기분이 때가 있다. 사실 밖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세상이 만들어 놓은 판에서 벗어나보자는 생각으로 만든 노래로 해방감을 많이 느꼈단다.  내 인생의 체스판을 한 번 벗어나 보자는 한 번 바꿔보자는 가사가 참 마음에 든다.




굳이! 이제 와서! (잘 될 지도 안 될 지도 모르는 일들을) 왜?

요즘 종종 듣는 질문이다. 어제도 친구에게 같은 질문을 받았다 ㅎㅎ. 머리도 잘 안 돌고 체력도 별로 좋지 않으면서 왜 고생을 사서 하냐고 한다.

일본어 강의를 30년 했다. 이제 다른 모습으로 체스판을 짜기 위해  눈을 돌린다. 나만의 색깔을 만들기 위해서. 뭐 색깔을 못 만들어도 상관없다. 하고 싶었던 일들이니 그냥 go 할 거다. 다시 맨땅의 헤딩 정신으로.


지금까지 해왔던 틀에서 그리고 판에서 벗어나 조금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표현하고 싶다.  새로운 시도가 주는 두려움이 크지만, (아직은) 기대감이 일 프로 더 많다.  이미 닦여진 길도 길이지만 만들어 가는 것도 길인 것 같다. 신작로가 아닌 겨우 한 사람 지나갈 만한 좁은 길이어도 길은 길이니까. 가 보지 않은 길이라 더 기대되는 요즘이다.


"넵"

 이건 그래도 동참하겠냐는 이승윤가수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이다!


* 오늘의 단어는 길 みち(미치)입니다.


P.S. 제가 더 좋아하는 두 곡을 올립니다~

 

https://youtu.be/9hy7Te3uLx0?si=fFX14GzIISFnZbc1

'검을 현'이란 노래인데 가사만큼이나 사운드가 아주 강렬합니다. 


https://youtu.be/fDjM8E5ksMo?si=XiMiWN8XmrFfEVLM

순도 높은 사랑 이야기를 담담하고 진정성 있게 표현한 '28K러브' 라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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