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이 우주선 간의 승무원 이동, 물자 및 장비의 보급, 수리, 우주 기지 제작 등을 위해 우주 공간에서 접근하여 결합하는 일. 사전적인 의미의 도킹이다.
하지만 이번 도킹은 나에겐 좀 특별했다. 우주 공간이 아닌 곳곳의 영화관에서 이승윤 가수와 팬들이 서로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는 그런 결합이었기 때문이다. 콘서트장이 아닌 스크린에서 서로가 이어지는 자리, 바로 서로가 만나는 도킹이다!
난 콘서트에 한 번도 가지 않은 자칭 열정팬이다. 그 場에 가지 않고 열정이라는 말을 붙여도 되나 싶지만... 그런 만큼 유튜브로 모든 영상을 챙겨본다. 특히 인터뷰 내용은 더욱더. 살짝 힘 빠진 듯한 빠르지 않은 어투이나 말의 내용은 단단해 마음속에 두고두고 남는다. 자신만의 생각과 신념이 언어에 배어 그것들이 오롯이 한 자 한 자 가사로 옮겨진 느낌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나에게 얼마 전 희소식이 전해졌다. 작년 2월 콘서트 실황을 영화로 제작해 전국의 롯데시네마에서 상영한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이승윤 콘서트 도킹 리프트오프>
설레는 마음으로 15일 영화예매시간을 기다렸다. (손이 느린 관계로) 만약을 위해 학교에 있는 딸에게도 부탁을 해 뒀다.
와우! 오후 2시 정각 드디어 예매에 성공했다.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이벤트 당첨됐을 때만큼이나 설렜다. 이 기쁨을 누구에게 전할꼬!
나중에 알고 보니 나의 광클 덕이 아닌 상영관이 많아 콘서트만큼 치열하진 않았던 것 같다. 아무렴 어떠냐~
22일 종로에서 미팅을 마치고 청량리로 향했다.
상영시작 15분 전. 저녁을 먹기도 안 먹기도 애매한 시간 빵 하나를 사들고 우선 3관으로 들어갔다. 세대도 성별도 다른 낯선 사람들과의 눈 맞춤은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여기 와 있기 때문이겠지.
시적허용, 달이 참 예쁘다고, 애칭, 가짜꿈, 교재를 펼쳐봐, 말로장생... 락과 발라드, 어쿠스틱 등. 음악이 가사가 그리고 느낌이 참 다채롭다. 노래가 바뀔 때마다 옆에선 박수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노래에 취하고 옆에 앉은 사람들의 떼창에 동화되며 나의 흥도 무르익었다. 2시간 40분 동안 나의 눈은 이렇게 스크린 구석구석을 쉬지 않고 오갔다.
영화는 끝났으나 일어나는 이는 없었다. 스크린에 더 이상 아무 자막도 올라오지 않자 처음 만난 그날의 관객들은 감동의 눈인사를 서로 나누며 각자의 길을 갔다.
잠시 영화관 로비에 앉아 내가 좋아하는 '폐허가 된다 해도' 노래 가사를 흥얼거렸다.
"난 나라는 시대의 처음과 끝이야
난 나라는 인류의 기원과 종말이야
넌 나라는 마음의 유일한 무덤이야
넌 나라는 시계의 마지막 시침이야
난 나라는 우주의 빅뱅과 블랙홀이야
난 나라는 신화의 실체와 허구야
난 너의 이름을 닮은 집을 지을 거야
폐허가 된대도 나는 너를 너를
서기가 영원해도 넌 마지막 나야
시간이 버릴 때까지 난 너로 가득 흐를 거야"
어차피 사라질 '나'라는 걸 알지만
언젠가 사라질 '나'를 생각하며
지금 이 순간은 '나'로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내용. 자연스런 허무함과 강한 결의가 느껴지는 노래.
내가 이승윤 가수를 좋아하는 이유다!
긴 무명의 시간을 포개어 '도킹'이라는 노래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알리고, 콘서트 이름도 '도킹'이라 지으며, 영화라는 매체로 전국에 '도킹 중'인 이승윤 가수의 울림이 널리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리뷰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