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변호사의 개업준비일기
변호사인 남편과 함께 법률사무소 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개업 준비 과정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막상 이 글을 쓰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나는 생각이 많은 INFJ이기 때문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인데, <사업일기>라는 책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읽다 보니 나도 차근차근 뭔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INFJ 변호사의 개업 준비 일기"라고 이름까지 붙여 봤다. ㅎㅎㅎ
배우 공유는 MBTI를 절대 안 알려준다고 한다. 다 알고 나면 사람을 규정짓고 단정 지어버리고 프레임을 씌워버리는 게 싫다고 한다. 나 역시 MBTI로 사람을 규정하는 것에 의문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INFJ 변호사로 나를 규정하고 글을 써보려 하는 건 INFJ의 특성들이 상당히 맘에 들기 때문이다.
INFJ는 굉장히 드문 MBTI 유형이다. 한국인의 3%가 이 유형에 해당한다. 그러나 드물다는 건 그만큼 이해받기 힘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면에 갈등이 많다
보수적이면서 동시에 반항적이다
감정적이면서 동시에 이성적이다
모든 유형 중 가장 이해하기 힘들고 미스터리하다.
자아성찰을 자주 하는 편이며, 본인 스스로에게 매우 엄격하다.
단지 몇 문장 읽었을 뿐인데 위로를 받은 느낌이다. 이렇게 모순된 사람이니 번민이 많을 수밖에...
INFJ는 생각이 정말 많다. 인간은 본래 '다른 사람도 나 같겠지?' 짐작하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어렸을 때, "생각을 깊게 안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속으로 엄청 놀랐다.
내향인이라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했는데 도리어 단순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나를 나무랐다. "너는 뭔 생각이 그렇게 많니?" 이렇게...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는데 타인의 피드백이 늘어나자 어느새 그 가시 박힌 말들을 내가 나에게 던지고 있었다. '나는 왜 이리 생각이 많지?'라며 스스로를 괴롭혀 온 것이다. 오랜 기간 '정말 내가 이상한 걸까?'라는 의구심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30대가 돼서야 절친(베프)을 만나게 되었고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것도 30대 중반이 넘어서다. 그전까지는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가족도 ^^;)
주변을 둘러봐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 거의 없는 환경에 놓인 사람들은 나 같은 어려움과 외로움을 겪기 쉽다. MBTI라는 게 유행하고 내가 INFJ라는 걸 알고 나서 나는 그제야 비로소 나 자신과 화해하는 느낌을 경험했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도 괜찮겠다'며 스스로를 수용했다. 이전보다 나를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외롭지 않을까? ' 이러한 생각이 항상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여기, 여러분처럼 생각 많은 INFJ가 있어요!" 마구 외치고 싶다. 그들이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INFJ로서 머릿속 생각들을 풀어내보려 한다.
스스로 의미가 없다고 정의한 일에는
어떠한 동기도 즐거움도 느끼지 못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정말 무릎을 탁! 치고 싶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의 "의미"가 유독 중요한 사람이다. 기자 일을 그만둔 계기도, 아나운서 일을 하다가 로스쿨을 가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도 그 일을 지속할 "의미"를 찾지 못해서였다.
개업 준비 일기의 방향도 그렇다. 외형적인 모습의 변화보다는 본질적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내 마음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싶다.
INFJ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해서는 믿고 맡겨도 좋습니다.
동기를 갖게 된 것은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능력을 다한다. 이 부분에 밑줄을 긋는다. 그렇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일에는 마음을 다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의미"를 찾으면 항상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INFJ 변호사의 개업준비일기는 어쩌면 또다시 "의미"를 찾아가는 모험이 될지 모르겠다.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나 역시 궁금하다. 무턱대고 계속 쓰다 보면 찾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참 대책 없게 느껴지면서도 오랜만에 설렌다. 두려워하지 말고 써보자. 늘 그래왔듯이 나답게 헤매고 또 나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