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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도 브랜딩이 필요해?

INFJ 변호사의 개업준비일기

by 김도희

지난달, ZOOM으로 변호사 마케팅 무료 특강을 들었습니다. 개업을 앞두고 있으니 이 불황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싶어 이런저런 방법을 자발적으로 모색하게 됩니다. 생존때문이기도 하지만 서호석 변호사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변호사인 제가 봐도 남편은 변호사가 천직입니다. 현재 교육청에서 교권침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남편은 이전에 법무법인에 있을 때는 산업재해 유족 대리를 주로 했고 대한변협 전문분야 등록도 산업재해로 했습니다.


서호석 변호사는 심지가 굳은 '버팀목 같은 사람'입니다. 제가 2년 반동안 TJB 방송국을 상대로 지난한 소송을 할 때, 남편은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로스쿨 1학년 때, 노동법학회에서 남편이 회장, 내가 부회장을 맡았는데요. 그 인연이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흘러왔네요.


노동법학회 활동(가운데 계신 분은 존경하는 김선수 전 대법관님, 우측에 검은 옷 입은 두 사람이 남편과 나)
노동법학회 부회장 시절, 나는 소송 내용을 학회원들에게 공유했다.
나의 수습 변호사 시절.


소송은 여러모로 사람 진을 빼놓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힘든 과정을 겪게 되는데요. 만약 그때 곁에 남편이 없었다면 진작에 소송을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수 차례 꺾이고 흔들리던 과거의 저처럼 지금도 어딘가에는 법률적인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남편 같은 변호사도 있다고 알려줘야 해.' 이런 마음이 저를 자꾸 컴퓨터 앞에 앉게 합니다.







변호사를 만나야 할 일이 생기면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 아는 변호사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일 것입니다. 지인 중에 변호사가 없는 사람들은 검색으로 변호사를 찾는다.


특정 검색어로 나를 노출시키려면 얼마나 돈이 들까요? 평소 이 부분이 궁금했는데 특강에서 어렴풋이 그 답을 알게 됐습니다.


검색어에 따라 다르지만 '이혼변호사'는 클릭 한 번에 최대 10만 원이 든다고 한다. 그리고 검색 광고로는 최소 월 500만 원 정도는 써야 효과가 있다니... 들을수록 이건 지금 제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아니다 싶었습니다. 막대한 자금을 홍보에 쏟아붓고 있는 대형 네트워크 로펌과는 애초에 광고비로는 경쟁 자체가 될 수 없겠더라고요.


법률신문 기사, 서울신문 기사



직원도 없이 이제 막 시작하는
변호사 2인이 운영하는 법률사무소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변호사 마케팅 회사 대표가 던진 질문에서 힌트를 조금 얻었습니다.


"'가장 먼저 검색되는 변호사 되기'는 2순위인데요. 그렇다면 1순위는 과연 어떤 변호사일까요? "라고 대표는 물었습니다.


정답은 고객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변호사. '교통사고'하면 '한문철!' 이렇게 말입니다. 이게 바로 브랜딩의 힘입니다.


특강을 들으면서 끄적거린 노트에는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잔뜩 있었습니다.


말이 쉽지, 브랜딩을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어깨가 갑자기 무거워졌습니다.


사람은 해오던 방식대로 위기를 돌파합니다. 저는 인생의 고비마다 힘든 일이 닥치면 책을 붙잡았는데요. 그래서인지 아직도 답답하고 막막한 일이 생기면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저에겐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한 마음으로 며칠 전, 시립도서관으로 달려갔고 <팬을 만드는 마케팅>이라는 책을 빌려왔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 <사업일기> 27p에 등장하는 또 다른 책 <팬을 만드는 마케팅>


지금 읽고 있는 책 <사업일기> 27p에 <팬을 만드는 마케팅>이라는 책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부터 영 진도가 나가질 않았는데요. 이 책을 읽어야 넘어갈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팬을 만드는 마케팅> 저자 문영호

큰 회사가 아니라 작은 회사도 브랜딩을 할 수 있고 심지어 잘할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다니...


저도 언젠가 '브랜딩 별거 아니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싶었습니다.


문영호 작가도 한때는 저처럼 "좋은 브랜드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합니다. 프롤로그부터 빠져들듯이 읽었습니다.


다들 어렵다는 그 시기에도 작은 회사가 살아남았다. 그 방법은 바로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전략'




고객들이 내 제품을 어떻게 쓰면
더 의미 있고 가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책에는 본질을 꿰뚫는 질문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한 페이지에 오래 머물러 있을 때가 많았습니다.


'고객들이 내 제품을 어떻게 쓰면 더 의미 있고 가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 페이지도 그랬습니다.


의뢰인이 우리의 법률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해야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일단 워크시트를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브랜딩을 잘하고 싶다면 먼저 우리 브랜드가 생각하는 브랜드가 무엇인지 정의해 보라고 권합니다.


정답을 찾으라는 건 아닙니다. 우리 브랜드에 가장 적합한 정의를 찾아보는 것이 시작이고 어렵다면 작가가 만든 YC 컬리지의 브랜딩 정의를 먼저 적용해 보다가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합니다.


시도 1. 우리만의 브랜딩(마케팅) 정의를 내려 보자. worksheet 30p


여러분의 브랜드에 적합한 브랜딩(마케팅) 정의는 무엇인가요?

(힌트) YC 컬리지의 브랜딩 정의 : 고객의 신뢰를 얻어서 팬을 만든다.

(힌트) YC 컬리지의 마케팅 정의 : 선한 의지를 가지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서, 우리를 알리는 일


"선한 의지를 가지고 → 고객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제품을 팔지 않으려는 마음"


의뢰인에게 불필요한 소송을 권하지 않으려는 마음저에게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브랜드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

[업의 본질]

업의 본질을 정의하면 조직 구성원들을 동기부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글도 참 좋았습니다.


영어 강사는 단순히 영어 점수를 높이는 게 아니라 수강생들의 꿈을 이뤄주는 일을 하고 있다. 피부과 의사는 피부만 좋아지게 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변호사도 의뢰인에게 단순히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브랜딩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제가 '고객(의뢰인)들에게 진짜 제공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입니다. 결국 최종 목적을 알아야 합니다.


전ㄷㄴ 방송국을 상대로 퇴직금 소송을 했고 그 결과, 승소했습니다. 그럼에도 이후 심적 방황을 꽤 오래 했습니다. 거의 3년을 싸워 승소라고 쓰여있는 판결문을 받아 들었지만 도무지 이겼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건강을 심하게 잃을 뻔한 위기를 두 번이나 넘겼고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습니다.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고 멘탈이 흔들려 변호사시험에 한 차례 떨어지는 아픔도 겪어야만 했습니다. 대법원까지는 가지 않기로 했던 건, 당장 또 치러야 하는 변호사시험 때문이었습니다.

'소송에서 이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적어도 우리가 차리는 법률사무소의 최종 목적은 달라야 한다.


시도 2.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worksheet 42p

업의 본질 : 여러분이 고객(의뢰인)에게 진짜 제공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 회사(법률사무소)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요?


막연히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언어화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며칠 째 답답해하고 있었는데 요즘 읽고 있는 또 다른 책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등장하는 TED 영상에서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TwXeZ4GkzI

Aimee Mullins 에이미 멀린스 2010년 TED 영상


영상을 직접 보지 않을 분들을 위해 써보자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역경의 극복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려 할 때마다 늘 불편한 감정이었습니다. 역경은 우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피해야 할 장애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문제는 역경을 마주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입니다.

... 역경이야말로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자아와 능력을 일깨우도록 하죠. 우리는 역경을 그저 험난했던 시간 이상의 무엇인가로 새롭게 그려낼 수 있습니다.


역경을 잘 맞이할 수 있게 준비하도록 하는 것.


역경을 새로운 그 무엇으로 정의하고 그려내는 것.


이 부분에서 무릎을 탁 치고 싶었습니다.


의뢰인들이 원치 않는 소송을 할 때, 그 역경을 잘 맞이할 수 있게 함께 하는 건 어떨까?


소송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시기에는 'TJB 방송국이 동료아나운서 2명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았던 그 사건이 저에게 일어나지 않았다면'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물론 제가 초래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어찌 됐든 저는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노동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그 방송국을 상대로 맞서 싸우기로 했습니다. 소송을 경험하면서 저는 본질적으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단순히 아나운서에서 변호사가 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두려워도 도망치지 않고 맞설 수 있는 용기가 제 안에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TJB 방송국 때문이 아닙니다. 저의 의지가 제 안의 또 다른 자아를 마주하게 했습니다.


소송을 앞두고, 엄마가 했던 말인데... 별 뜻 없이 한 엄마의 그 말이 저는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구설수가 있다더니'라는 말이었는데요.


마치 내가 불운해서 겪지 말아야 할 일을 겪는다는 의미로 들렸다. 비슷한 말로는 '삼재라더니...'라는 말이 있지 않을까? ^^; 이처럼 소송에는 온갖 부정적인 뉘앙스의 언어가 따라붙는다. 누군가는 소송에 엮인다고도 하고 소송을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표현하는 데에는 이러한 정서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법 없이도 산다'는 말이 있지만 법은 우리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료들이 퇴직금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된 그 순간, 임금체불은 내가 읽는 뉴스기사의 소재가 아닌 '내가 처한 현실'되어버렸다. 비록 체감하지 못할 수 있지만 임금체불은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주변에도 흔하게 일어난다.


"유능한 변호사를 찾아 사건을 진행하면 되지, 그렇다고 로스쿨까지 갔다고요? " 로스쿨 진학 계기를 들려드리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분들이 종종 계셨다.


난 요령을 잘 모른다. 뭐든 직접 부딪쳐서 배워왔다. 기자 경험도 나중에 앵커로서 뉴스를 더 제대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했고 로스쿨도 '법을 알아야 소송에서 이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순진한 마음 하나로 갔다. 솔직히 로스쿨이 어떤 곳인지 너무 모르고 가서 6개월도 안된 시점에 후회를 하기도 했다. ^^;(때로는 울면서 공부했다). 아나운서였기에 법도 하나의 언어로 이해했다. 법이라는 언어를 온전히 이해해야 앞으로 맞닥뜨릴 싸움을 잘 대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변호사들은 의뢰인을 돕는다고 하지만 그들은 나약하지 않다. 단지 법률 용어가 낯설고 어렵기 때문에 두려울 뿐이다. 그들이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는 능력과 의지를 발견했으면 좋겠다.


며칠 전, 내가 내린 어설픈 결론은 여기까지다. 앞으로 더 다듬어가야겠지만 모처럼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 꿈틀거림을 느낀다. 언젠가 만날 '미래의 그들'과 함께 웃을 날을 상상한다.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나는 또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 해나가야겠다.




- 아래는 함께 보면 좋을 에이미 멀린스의 2009년 TED 영상입니다.

(한글자막이 말하는 속도와 일치하지 않아 불편하지만 내용은 무척 좋은 강연이라 추천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Q0iMulicgg&t=12s

Aimee Mullins 에이미 멀린스 2009년 TED 영상(한글자막이 말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뜬다는 건 감안하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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