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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변호사 사무실 계약, 우리의 첫 공간

INFJ 변호사의 개업준비일기

by 김도희

사무실 찾기, 지난 달의 여정


드디어 사무실을 계약했습니다. 2월 중순부터 부지런히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두 달이나 걸릴 줄은 몰랐어요.


나성동, 어진동, 대평동, 보람동, 소담동까지... 남편이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마다 세종시 곳곳을 누볐는데요.

하루에 7개 건물을 둘러본 어느 날엔, 발바닥이 얼얼했죠. 문득 남편을 쳐다봤습니다. 눈이 마주친 그 순간,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고 한바탕 크게 웃고 말았습니다. '더는 못 보겠다. 이제 그만 집에 가자'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 눈빛이었습니다.


변호사 사무실 찾기 프로젝트. 17개 건물을 둘러봤습니다.


뜻밖의 계약 불발, 아쉬움을 뒤로하고

5월 말에 개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저희는 적어도 석 달 전에는 움직여야 하지 않나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2월 중순부터 움직이기 시작한 건데요. 뜻밖에도 세종은 당장 입주 가능한 사무실이 대다수였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임차인이 들어오길 바라니까 '괜찮다 싶은 매물'이 나와도 저희와는 인연이 잘 닿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지난달 11일, 꽤 맘에 드는 매물을 놓쳤습니다.


공인중개사 님은 이야기가 잘 될 것 같은 분위기라 하셨는데 계약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말이 맞았습니다. 임대인 쪽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다른 쪽과 계약하겠다'고 통보 했다고 하더라고요.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저희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래도 남편이 '더 좋은 곳이 있을 거야!'라고 말해줘서 위로가 됐습니다.



계약 불발로 아쉬운 마음을 적었던 스레드 글



사무실, 일터 그 이상의 의미

프리랜서 N잡러로 일해온 저는 여전히 '일정한 공간에 출근'을 한다는 게 많이 낯섭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게 될 사무실은 저에게 단순히 일터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데요.


남편과 제가 함께 처음으로 만들어가는 공간이자 브랜딩의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의뢰인들이 지친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힘을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싶습니다.




보람동, 우리의 이야기가 쌓여갈 공간

여러 후보지를 둘러본 끝에 저희는 결국 보람동 사무실을 선택했습니다. 내부 공간이 가벽으로 분리되어 있었고 시청, 세무서, 우체국이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 마음에 들었는데요.


지금은 텅 빈 공간이지만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질 이야기들을 상상하면 마음이 두근거린답니다. 거창한 인테리어는 없지만 사람들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 우리의 이야기가 쌓일 보람동 사무실


계약서, 그 종이 한 장의 무게

4월 12일 토요일은 사무실 계약을 하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서둘러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도착했는데요. 계약은 생각보다 빠르고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손에 쥐게 된 한 장의 계약서. 아직은 계약금만 낸 상태지만 기분이 묘했습니다. 뭔가 이제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첫 발을 내디딘 느낌이랄까요? 남편과 저에겐 오랜 결심을 실행으로 옮기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종이 한 장의 무게가 꽤나 묵직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들

직접 발품을 팔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실제 만나는 매물은 저희의 머릿속에서 그리던 모습과는 조금씩 어긋나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무엇을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지 자주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듭하면서 저희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나성동, 어진동, 소담동, 대평동, 보람동 사무실 매물


1. 접근성

- 고객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위치인지

- BRT 라인 인근에 위치해 있는지(버스), 오송역으로 접근이 수월한지(기차)

- 내가 주 2회 이상 서울로 방송을 하러 가는 부분도 고려


2. 동선과 구조

-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헤매지 않고 올 수 있는지

- 복잡한 대형 상가는 피하고 배너 설치 등으로 안내가 가능한지도 확인


3. 정온한 환경

- 시야가 탁 트이고 비교적 조용한 곳

- 먹자골목이나 학원 밀집 지역은 제외

- 서면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 의뢰인과의 차분한 상담도 고려


4. 행정기관 근접성

- 시청, 세무서, 우체국과 가까운 보람동이 이상적


5. 공간의 분리

- 인테리어는 최소화

- 이미 가벽 등으로 공간이 분리된 구조 선호

- 탕비실, 싱크대 유무도 체크





소소한 축하와 마지막 벚꽃

계약을 마친 뒤, 저희는 앞으로 더 파이팅 하자는 의미에서 돼지갈비를 먹으러 갔습니다. ㅋㅋㅋ 한 단계를 넘어서서 그런지 유난히 고기가 더 맛있게 느껴졌어요.


소소한 축하를 마치고 식당을 나와 하늘을 올려다봤는데요. 활짝 핀 벚꽃이 눈에 들어왔고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저희의 앞날도 꽃길이기를...




사람의 온기로 채워질 공간을 꿈꾸며

사무실 계약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남편과 저는 자꾸 마음이 들뜹니다.


입주일은 5월 28일. 이후 한 달은 렌탈프리 기간으로 받았습니다. 남편의 퇴사일이 5월 19일이니 아직 제법 여유가 있는 셈인데요. 이 공간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이런저런 구상을 해봅니다.


따뜻한 햇살이 들어오는 오후, 향기로운 커피를 내리고 의뢰인이 조심스레 꺼내놓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는 장면을 상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마음이 놓이는 안전한 공간이 되기를. 그리고 저에게도 가장 저다울 수 있는 평온한 공간이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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