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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정성을 알리고 싶다면? 파타고니아의 마케팅 철학

법률사무소 앵커 <대표 김토끼의 인사이트>

by 김도희

브랜딩 공부하는 변호사, <법률사무소 앵커>의 김도희 변호사입니다.


<대표 김토끼의 인사이트> 코너 첫 번째 글에서는 무조건 파타고니아 브랜드를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파타고니아가 2011년에 진행한 캠페인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때문인데요. 옷을 파는 회사가 옷을 사지 말라니요!


소송 업무(송무)를 하지만 '무모하고 불필요한' 소송은 하지 말라고 권유하는 저희 법률사무소 앵커의 철학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이러한 철학을 전하고 있는지 연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처 : 세상의 모든 지식 유튜브 채널, 2011년 파타고니아 캠페인



1. 진정성은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400페이지 중 가장 큰 깨달음을 얻은 부분은 바로 마케팅 철학입니다. 특히 진정성과 관련된 내용이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파타고니아가 추구하는 진정성의 일부는 처음부터 이미지를 갖는 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에 있다. 공식이 없기 때문에 이미지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에 부응하게 행동하는 것뿐이다" 240p



'법률사무소 앵커의 법률서비스는 다르다. 진정성이 있다.' 저희를 직접 겪어본 분들은 이런 말씀을 해주시지만 잠재적인 고객들이 그러한 이미지를 갖고 직접 찾아오게 만드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그래서 '진정성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는데요.


진정성을 얻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신뢰란 오랜 시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니까요. 어떤 공식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그에 맞게 행동하면 될 뿐이라는 글이 와닿았습니다.




사용하는 사람들이 직접 만드는
진정성 있고 질 좋은 제품이라는 이미지


파타고니아의 창립자, 이본 쉬나드는 등반가였습니다. 자신과 동료들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대장간 일을 독학해 장비를 만들기 시작한 게 사업의 시작이었습니다. 저 역시 남편과 개업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저희만큼 이 일에 진심인 변호사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변호사 부부에게는 여기저기서 법률적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많이 오는데요. 진심 어린 조언을 들으신 분들은 항상 저희에게 소송까지 맡기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저희 둘 다 소송을 하지 않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저희 말고 다른 변호사를 소개해줘야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상당히 곤란하고 어렵더라고요. 변호사라 할지라도 실제로 같이 일을 해본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변호사가 어떻게 일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좋은 결과를 얻거나 그럭저럭 만족하는 지인들도 있었지만 변호사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례를 보면서 결국 우리가 원하는 서비스는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진정성은 마냥 누군가 알아줄 때까지 기다리기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보다 잘 알릴 수 있을까요? 이본 쉬나드는 다음의 4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1. 스토리 전체를 들려준다.
2. 사진 : 억대 모델보다는 '진짜' 순간을 보여준다.
3. 글 : 우리의 철학이 담겨야 한다.
4. 홍보 : 고객의 신뢰는 광고비로 살 수 없다.


카탈로그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시각적 도구가 아니라 스토리를 전달하는 주된 수단이라는 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삶의 철학을 공유하고 장려하는데요. 매 판매 시즌에 대한 파타고니아의 자세를 알리는 지침서라는 표현까지 합니다. '자연, 스포츠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 권위에 대한 건전한 의심과 회의, 진짜 모험에 대한 선호와 존경, 적은 것이 많은 것이라는 신념, 환경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강렬한 의욕'을 담습니다. 즉, 내가 얼마나 이 일에 진심이고 미쳐있는지 스토리로 풀어낸다는 것이죠.


사진 또한 억대 모델이 취하는 그럴싸한 포즈가 아니라 '진짜' 순간을 보여줍니다. 멋져 보이기보다는 예쁘지 않더라도 솔직함을 택하죠. 실제로 오랜 기간 활동을 해온 진짜 사람들의 생생한 순간을 전하기 위해 사진을 고르는 데 엄청 정성을 쏟는다고 합니다.


글에는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내용도 얼핏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상당히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는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를 하는 데 따르는 위험을 두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이야기는 일반 대중으로 인식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고객으로 대우받고 싶은 방식으로 고객을 대한다. 자신이 하는 활동에 열정을 갖고 몰두하는 똑똑하고 믿을 수 있는 개인으로 말이다"
253 p


"변호사를 샀어. "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나요? 변호사도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업 종사자이므로 '샀다'는 표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변호사도 있긴 한데요. 글쎄요.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질문을 조금 바꿔 물어보고 싶습니다. 변호사가 과연 자신을 샀다고 생각하는 의뢰인을 어떻게 대할까요?


파타고니아는 자신들이 고객으로 대우받고 싶은 방식으로 고객을 대한다고 합니다. 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를 하는 데도 주저함이 없는데요. 자신이 내놓는 생각이 소수의견이라 하더라도 신념을 지키려 애씁니다.


이쯤 되면 옷을 만들려고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철학을 퍼뜨리려고 사업을 하는 회사 같아 보입니다. 실은 저도 비슷한 면이 있는데요.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도 있다는 걸 느끼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저희를 만난 분들이 법으로 스스로를 지키는 경험을 쌓아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3년 가까운 시간을 소송으로 고통받았던 경험이 있는 저이기에 저희 법률사무소 앵커와 함께하는 모든 과정에는 저희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이 철학을 스토리로 잘 전달하는 것, 이게 바로 제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겠죠?


누구나 난생처음 맞이하는 사건 앞에서는 흔들리고 위태롭기 마련입니다. 유난히 마음이 약해진 이 시기를 틈타 타인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악용하는 사례도 종종 봐았는데요. 위기의 순간일수록, 냉정하고 차분하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면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괴롭고 힘들지만 이 시기를 잘 버텨낸다면 자신에 대한 믿음이 한층 강화되는데요. 스스로를 더 믿을 수 있도록 옆에서 돕고 싶습니다.


만약 당신이 단 한 명만 도울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을 돕고 싶나요?

최근에 '단 한 명의 사람만 도울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을 돕고 싶은지' 물어보는 질문을 마주 했습니다. 한참을 고민했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더라고요. '과거의 저' 같은 사람들. 의지는 있으나 지식과 정보는 없고 수없이 당해 무력감을 느끼고 포기하고도 싶었지만 뭐라도 해보고 지고 싶은 사람들. 그런 분들에게 유독 마음이 쓰입니다. 남편과 제가 모든 사람들을 도울 수 없기에... 가능하다면 우리와 결이 맞는 의뢰인들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데요. 그러려면 저희가 어떠한 사람들인지, 어떠한 철학을 갖고 법률사무소 앵커를 운영하고 있는지 열심히 알려야겠죠.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이 글을 쓰고 있네요. ^^




오늘 얻은 인사이트 적용해 보기

필요하지 않다면 새 옷을 사지 말라는 캠페인 → 필요하지 않다면 소송을 하지 말라는 우리의 메시지

직접 입는 사람이 만든 옷은 다르다 → 직접 소송을 겪어본 사람이 만드는 법률서비스는 다르다.

옷을 팔기보다 철학을 퍼뜨리려고 사업을 하는 것 같은 파타고니아. (자신들이 사랑하는 야외활동을 계속하기 위해 자연을 지키기 위해 사업을 함)

→ 소송에서 이기는 것 못지않게 소송 이후까지 생각함. 관점이 다르고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다른 방법까지 생각하고 고려한다. 사람들이 위기의 순간을 잘 겪어내서 단단해진 스스로를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법률서비스 제공은 우리와 결이 맞고 우리의 철학을 이해하는 의뢰인들을 만나는 과정. 과거 평온했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또 무엇이 있을까? 고민 중.




이본 쉬나드의 인생 요약

1938년생. 파타고니아 창립자. 전문등반가이자 산악인. 어린 시절,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함. 자연에서 위로를 받았고 모험을 즐겼던 어린 시절. 등반에 푹 빠진 본인과 친구들을 위해 대장간 일을 독학해 등산장비 만들기 시작. 쉬나드 장비 회사는 1970년대 이르러 가장 큰 등산장비 회사가 됨. 그러나 주로 제작했던 피톤이 암벽을 훼손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피톤 사업을 접고 초크 개발.

1960년대 후반, 럭비 셔츠 등 의류사업 시작. 1973년 파타고니아 상표 만들었음. 1990년대 경제불황으로 1991년 직원의 20% 해고.

위기를 맞이하면서 "왜 사업을 하는지, 어떤 회사가 되길 원하는지" 임원들과 직접 파타고니아 등반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음. 이때 얻은 깨달음을 지침으로 만들어 직원들과 토론하고 사유하는 야영 캠프를 꾸준히 진행함.

제품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직원을 채용.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 자율 복장, 사내 어린이집 운영. 따로 임원을 위한 개인 집무실이나 주차장 없음. 개방형 구조. 직원들에게 당신이 믿는 신념대로 싸울 것을 장려하고 지지함.

야외 스포츠를 좋아하는 만큼, 지구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 꾸준히 해오고 있음. 매출의 1%를 환경 보존을 위해 사용. 재활용과 수선 적극 장려하는 시스템 구축.

한국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음. 1960년대 주한미군으로 복무하며, 북한산 인수봉을 한국인 친구들과 등반한 적이 있음.



https://www.youtube.com/watch?v=OjNpZxSEc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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