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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들 Jun 23. 2024

애정을 보낸다는 건, 얼마나 세심한 것인지.

 요새 오취마을은 야단법석이다. 난리도 보통 난리가 아니다. 봄에 찾아든 제비들이 열심히 앵벌이를 하더니, 슬슬 어엿한 일가를 갖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녀들도 대성해서 둥지에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아침밥을 달라 재잘재잘 독촉하면 부모는 열심히 벌레를 잡아온다. 인간, 동물 가릴 거 없이 등골이 휘는 건 부모의 숙명이다.     


 물수제비라는 단어가 있다. 어렸을 때, 강에서 친구들과 몇 번 떠본 걸로 기억한다. 잘하진 못했다. 서너 번 정도만 튀어도 환호했다. 납작한 돌이 여러 차례 날렵하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었다. 제비의 비행도 그렇다. 조금만 다가가도 도망가는 새들과 달리 제비는 거리낌 없이 날아들어 온다. 문을 열어놓으면 사무실 안까지 들어올 지경이다. 그래서 왠지 더 귀엽고 친숙하다.      


 작년에도, 올해도, 사무실 서까래 아래에 제비들이 둥지를 틀었다. 한두 군데가 아니다. 사방이 막힌 자투리공간으로 제비가 날아들어 가기에 따라 가보니 제비 세 마리가 둥지에서 똘망  똘망 고개를 내밀고 있는, 뭐 그러고 있는 상황이다. 땅딸막하고 토실토실한 게 너무 귀여워 일하다 스트레스 받을라치면 둥지로 냉큼 쫒아가 마음의 안정을 취해본다.      


사무실 서까래 밑에 있는 제비들


 어느 날, 주민어르신들에게 쿠사리를 먹었다. 우린 마을회관을 빌려 사무실로 쓰고 있었는데, 제비 똥을 치우라는 엄명이 떨어진 것이다. 그제야 고개가 밑으로 떨어졌다. 둥지에서 바닥으로. ‘힐링스팟’이 ‘똥 공장’으로 격하되는 순간이다. 하루하루 조금씩 싸놓는데, 아이들이 장성하니, 어느새 감당이 안 되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었다.     


 ‘그래. 내가 사람 똥은 안 치워줘도 니네 똥이야 못 치우겠냐.’      


 바가지에 물을 한가득 퍼와 바닥에 뿌리고 바닥솔로 박박 밀었다. 한 번, 두 번, 물청소를 하다 뜨거운 햇살에 머리가 띵해질 즈음, 나이든 어르신들이 왜 제비 둥지를 털어버리는지 이해가 됐다. 마을에서 가장 친절한 집에 제비둥지가 가장 먼저 생긴다는데, 친절함이라는 단어의 심층을 보게 됐달까.     


 길을 가다가 지붕 아래 자그마한 골판지가 깔려있는 걸 보았다. 그 위에 제비 똥들이 잔뜩 쌓여있는 걸 보아 일종의 배변패드다! 반짝 머리에 전구가 깜빡였고, 부리나케 지붕 서까래로 고개를 들었다. 역시나 제비들이 엉덩이를 비쭉 내밀고 사부작거리고 있었다. 무언가 에게 애정을 보낸다는 건 얼마나 세심한 것인지!   


제비들의 배변패드, 나는 유레카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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