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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서 Oct 23. 2024

자기소개서 이렇게 쓰면 탈락 청약 1순위

심사위원이 알려주는 자기소개서 꿀팁

난 작가이지만 대기업 출신이다. 내가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자기소개서를 잘 썼고 면접을 기가 막히게 잘 봤기 때문이라 확신한다.


대부분의 합격자들은 왜 회사가 나를 뽑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난 명확하게 안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제외하고는 날 뽑을 이유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 흔한 토익 점수조차 없는 나를 대기업에서 왜 채용했을까? 그건 바로 자기소개서와 면접의 힘이다.


지금 난 글을 쓰지만 내 기업 경력으로 인해 공기업 외부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심사자로 면접을 보거나 서류심사를 하다 보면 정말 어처구니 지원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내가 서류 심사를 하면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이 '이게 대학생이 쓴 거라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기소개서가 엉망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도 자기소개서를 못 쓰지? 왜 이렇게 자기소개서에 대한 무게감이 없지? 이걸 자기소개서라고 쓰다니... 자기소개서를 못 쓰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도 답답한 마음에 왜 당신이 자기소개서를 못 쓰는지 알려주도록 하겠다.



1. 자기소개서에 대한 마인드 세팅부터 다시 하자.


자기소개서라는 문서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오래 고민할 필요 없다. 당신이 받고자 하는 연봉이 곧 자기소개서의 가격이니까. 적게는 2천만 원 초반일 것이고 많게는 5천만 원이 넘어간다. 이 정도면 감을 잡을 것이다. 정말 비싼 문서였다는 감을. 


내가 쓰는 자기소개서가 이렇게 비싼 문서인데 대충 쓰거나 안일하게 쓰거나 막 쓴다면 과연 기업에서 살까? 기업은 바보가 아니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 추구인 것처럼 기업은 자기소개서를 보고 그 가치를 평가한다. 만약 지금까지 자기소개서를 하찮은 문서로 여겨왔거나 기업에서 대충 보고 넘어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했다면 그 생각부터 뜯어고치자.


당신이 적은 그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좋으면 좋을수록, 탄탄하면 탄탄할수록 더 좋은 가격에 팔릴 것이다.



2. 핸드메이드가 아니라면 그냥 휴지통에 버려라.


취준생들이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한다.

'이거 그냥 복붙해도 되겠는데?'

여러 회사의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비슷한 문항들이 나오고 한두 번 쓰다 보면 똑같은 내용이 반복됨을 느낀다. 그래서 치트키 사용의 유혹에 흔들리며 워드나 한글 파일에 대답들을 저장한 후 다른 회사에 같은 대답을 써야 할 때 자이언티의 초콜릿처럼 꺼내서 붙인다.


하... 이건 정말 학습 효과가 없는 건가? 앞에서 비싼 문서라고 마인트 세팅을 시켜줘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인간이라서 어쩔 수 없는 건가?)


자기소개서를 복붙한 자들을 보면 똑같은 실수가 나온다.

회사 이름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붙였거나,

중간중간 짜깁기를 하다 보니 문맥이 깨져버리거나,

하도 여러 개를 붙이다 보니 동문서답으로 붙여버리거나.


그리고 요즘 드러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챗 GPT 같은 AI 프로그램을 치트키로 사용하는 것이다. 챗 GPT 돌리면 서류 심사자가 모를 거 같나 보다.


다시 강조하지만 기업도 심사자도 바보가 아니다. 그들도 한때 취준생이었고 당신들이 겪은 시간을 모두 겪었기에 취준생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챗 GPT를 돌린 자기소개서는 이런 문제가 드러난다.


반말로 쓰다가 갑자기 높임말 문장이 나온다거나,

어떤 문장은 마침표가 있고 어떤 문장은 없다거나,

기분 탓인지는 모르지만 보다 보니 여러 지원자의 내용이 비슷하다고 느껴지거나.


이런 느낌적인 느낌이 감지되면 서류심사 탈락은 청약 1순위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 회사마다 한 땀, 한 땀 깊이 고민하고 많은 정보를 알아보며 직접 수제로 작성하길 바란다. 이유는 간단하다. 누구나 수제 맥주, 수제화를 높이 평가하는 것처럼 자기소개서도 직접 쓴 정성이 들어가길 바라니까. 당신도 무인 커피보다 사람이 만들어주는 커피가 더 좋잖아?



3. 기본은 반드시 지켜라. 제발!


서류심사를 하다 보면 가장 큰 스트레스가 맞춤법과의 전쟁이다. 신이시여 내가 진정 대학생의 자기소개서를 보고 있단 말입니까?라는 생각에 몇 번이나 한숨을 쉬며 천장을 바라보게 된다.


맞춤법 맞게 쓰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이 지원자는 초등 교육도 제대로 안 됐는데 일을 할 수 있을까? 나중에 중요한 보고서도 이 지경이면 어쩌지? 이런 불안감이 엄습한다. 당신도 그런 경험 있지 않나? 연인이 보내는 문자마다 기본적인 맞춤법이 계속 틀리면 뭔가 없어 보이는 느낌.


사람이 없어 보이는 것도 문제지만 맞춤법이 틀리면 그만큼 자신이 쓴 글에 대한 검토가 허술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사람이 일을 꼼꼼하게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심지어 다시 한번 체크하는 부지런함이 없어 게으르다는 편견까지 생긴다. 제발 좀! 맞춤법 좀 신경 쓰자. 이게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지 않나.


두 번째 전쟁은 줄임말과의 전쟁이다. 요즘 취준생이 자기소개서에 가장 많이 쓰는 줄임말이 '맘'과 '알바'. 다시 마인트 세팅으로 돌아가서, 자기소개서는 정말 비싼 문서다. 이런 취업 문서에 줄임말을 쓰는 건 정말 요즘 말로 에바다.


맘은 마음이고 알바는 아르바이트 또는 파트 타이머로 풀어서 쓰길 바란다. 이 외에도 엄청나게 많다. 자기소개서 쓸 때 친구들과 문자 보내는 습관 그대로 쓴 줄임말이 없는지 반드시 확인하자. 요즘은 맞춤법 검사기도 잘 나와 있으니 어려운 일은 아니다.


세 번째 전쟁은 문장의 흐름 곧 문맥이다. 아무리 읽어도 읽어도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가 되는 나. 몇 번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 생각과 의견을 그대로 글로 옮기는 것뿐인데 이상하지? 말할 땐 문제가 없는데 글로 쓰면 문제가 되는 게.


말은 문맥이 틀려도 문법이 틀려도 서로 대화의 주제와 소재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 하지만 문서는 완전히 다르다. 하물며 지원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심사자가 보는 문서는 더욱 그렇다.


문장을 썼으면 몇 번이나 스스로 읽어봐야 한다. 그리고 쓴 사람은 내가 쓴 문장에 익숙해 그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읽어봐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자기소개서 남한테 읽어보라고 하는 게 부끄러울까? 취업 못하고 빌빌거리는 게 더 부끄러울까? 답은 간단하다.



4. 뜬구름 잡는 소리는 이제 그만!


모호한 내용, 추상적인 표현, 구체적 내용의 부재. 이런 자기소개서를 볼 때면 '뭐라는겨?' 라는 생각과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반문이 생긴다. 내용을 억지로 채우기 위해 짜내고 짜내다 보니 구구절절 뜬구름을 잡고 있는 게 눈에 확 드러난다. 그런 자기소개서 예시를 보면,


노력하겠습니다=어떻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어떻게?

최고가 되겠습니다= 어떻게?


그저 추상적으로 하겠다고만 하니 어떻게 노력할 거고, 어떻게 열심히 하겠다는 건지, 어떤 방법으로 최고가 되겠다는 구체적 플랜 즉, How가 빠져있는 자기소개서가 많다.


회사는 열심히 하는 곳이 아니라 잘해야 하는 곳이고 잘하려면 자신만의 플랜이나 전략이 나와야 한다. 여전히 뜬구름 잡는 표현으로 심사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착각은 하지 말자.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경험과 능력이 있기 때문에 어떤 노력을 통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보겠다. 이런 구체적인 내용 위주로 써야 한다.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나만 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하자. 회사는 열심히 보다 어떻게 할 건지 계획적인 사람을 좋아한다.



마치며...


글을 쓰는 작가로서, 기업 출신으로서, 심사자로서 취준생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서인 자기소개서 작성에 대해 얘기해 보았다. 누가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이 당연한 걸 못하는 게 더 문제이기에 글로 정리해 본 것이다.


다시 한번 자기소개서라는 가치를 잘 파악하고 이 한 장의 문서에 쓰는 글이 당신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작가 인스타: @author.otho

작가 유튜브: https://www.youtube.com/@othop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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