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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탈 Sep 16. 2022

귀농이라고 농사만 짓나 / 작게 시작

잘할 수 있거나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 귀농이라고 농사만 짓나


귀농했다고 농사만 지으란 법은 없다. 귀농이란 단어에 스스로를 가두지 마시라. 도시를 탈출해 시골에 정착한 이유가 농사만은 아니지 않은가.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중에 본인 전공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비율이 40% 정도 된다고 한다. 필자 예상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절반 이상은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한다는 소리다. 또한 70% 정도가 대학 전공과 직장 내 직무가 연관성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한다. 취업난이 큰 원인을 제공했으리라 짐작하지만, 상당수는 반드시 전공을 살려 직장을 구하고 관련 업무를 해야 한다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한다고 남들보다 잘한다는 보장도 없다. 출발선에서 조금은 유리하겠지만 딱 거기까지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그 일을 하면서 행복하다는 보장이 없다. 

  직장인들도 그러할진대 귀농창업을 하면서 반드시 농사만 지어야 될 이유가 있을까? 비록 여러 사정으로 도시를 탈출해 시골에 정착했다지만, 적성에도 맞지 않는 농사일에 모든 걸 걸어야 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농사를 전공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귀농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시골에 정착한 이후 상황에 따라 재배 작목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농사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농사 외 다른 일을 생각해야만 한다. 주변 눈치를 볼 필요가 전혀 없다. 그들이 우리 삶을 대신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관계에서 오는 고통을 덜고자 도시를 탈출했는데 시골에서까지 관계에 얽매여서는 곤란하다. 누가 뭐라든 내가 행복해야 한다. 


자신이 잘할 수 있거나 좋아하는 일들을 나열해보자. 그중에서 경쟁력 있는 일이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당장 그 일을 시작하라.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다면 그것이 경쟁력이다. 도시에서 했던 일과 연관 지을 수 있다면 그것도 경쟁력의 일부다.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차선책을 택하면 된다. 수입을 생각해야 한다면 잘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해보자. 꼭 그렇지 않다면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나이 들어 선택한 삶마저 좋아하지도 않은 일을 하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인생 궁극의 목표는 행복이란 사실을 잊지 말자.


사족)

농사일이 적성에도 맞지 않는데 귀농했다고 자책하지는 말자. 누가 그럴 줄 알았는가. 대안을 찾아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


필자는 경제적으로 결코 자유롭지 못함에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자 노력 중이다. 농사일은 곶감 외에는 취미 정도로 하고 있다. 




# 작게 시작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뜻이 아니다. 나중은 창대할지라도 처음은 작게 시작하라는 말이다.


도시 탈출자 대부분은 크게 시작할 여력조차도 없겠으나, 운 좋게도 그만한 여건을 갖추었어라도 처음은 작게 시작하는 게 좋다. 도시를 탈출한 용감한 전사들은 도시로 되돌아가는 상황이 가장 두렵다. 도시를 탈출하게 된 사정이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되돌아감은 그 상황과 다시 마주해야 함을 뜻하기 때문이다. 첫 시도가 실패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설령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다시 시작할 여력을 보전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작게 시작해야 한다.


크기는 절대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인 크기를 말한다. 각자 상황이 다르니 그 에 걸맞게 크기를 조절해야 한다. 결코 주변과 견주어서도 곤란하다. 남과 비교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욕심이다. 크기가 너무 작다면 크기를 키울 때까지 실행을 보류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작이 너무 작다면 눈덩이 효과를 보기도 전에 굴릴 준비를 하는 단계에서 눈이 녹아버릴지도 모른다. 나아갈 때와 머무를 때를 구별하고 잠시 멈출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다시 나아갈 때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귀농창업이란 말이 있다. 농사는 사업이고 귀농은 창업이다. 자기 전공분야도 아닌 사업을 시작하면서 크기만 키운다면 결과는 예측 가능하다. 실패한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부디 작게 시작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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