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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사탕 Jun 15. 2023

어쩌면 삶은 저주가 아닌 축복이었을지 모르겠다

솔직히 처음에는 모든 자기 계발서를 읽을 때마다 부정적이었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일어섰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당신은 혼자였잖아!'

'집에서 밥 해주고 살림해주는 아내가 있었잖아!'

'하루종일 몰두해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었잖아!'

' 당신은 원래 집에 돈이 많았던 사람이었어!'

'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야!'


인정한다.

그 당시 나는 정말이지 꼬일 데로 꼬여있는 어둠의 대마왕이었다. 

세상 아무리 예쁜 말과 용기 나는 문장을 보아도 감동은커녕 어떻게 해서든 비판거리를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작가가 아무리 7전 8기를 피눈물 흘려가며 이겨냈다 할지라도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 일이었고, 그와 나는 다른 존재일 뿐이었다.

아무나 붙잡고 쏟아낼 수 없었던 이야기를 나 홀로 그렇게 책을 읽어가며 글을 쓴 저자에게 화풀이를 했다.


그렇게 쏟아부은 감정들이 속 안에서 흘러나오기를 몇 달쯤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일까?

어느 날 문득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자기 계발서라는 것은 타인의 값진 경험을 보고 스스로 성장하기 위한 도구일 텐데, 나는 왜 안 되는 것만 찾아 헐뜯고 있었을까? 책을 읽고 나아지기는커녕 욕만 하고 있는 것이지? 


책을 쓴 이는 자기 자랑이 아닌 나처럼 힘겨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정작 늘 부족한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말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렇게 자랑으로 뒤덮인 위선 덩어리처럼 보이던 책이 다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역경은 나와 상황이 달랐을 뿐 힘든 건 매 한 가지였다는 걸 알아채기 시작한 것이다.

참 반응속도 늦은 나란 사람.




아무리 불러도, 욕을 해도 답이 없는 책에 투덜대는 것을 멈추었다. 

단숨에 습관이 달라지지는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기본 마인드가 바뀌니 그제야 그들의 고난보다는 어떻게 일어서려고 했는지, 그들의 방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넘어서면 툭툭 털고 일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에게 밀리면 울기도 했지만 다시 한번 도전하는 끈기와 강단이 시야에 잡혔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실천하는 힘이 보였다.

주변의 반대가 있다 하더라고 멈추지 않는 에너지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책을 읽고 새벽에 일어나면서 그동안 내가 보아오지 못했던 다양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이 건강하게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기적이 너무 당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나'라는 존재는 여전히 이곳에 있었을 뿐이었다. 다만 지금 당장은 아이들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로서 조금은 변화했을 뿐 '나'의 본질은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삶이라는 것이 저주가 아닌 축복이었을지 모르겠다는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어쩌면 삶은 저주가 아닌 축복이었을지 모르겠다.

그때부터 책이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시선이 바뀌기 시작하니 마음이 덩달아 움직인 것이다.


소설을 읽으며 설레는 마음을 되찾았고,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꿈꾸었다.

힘든 삶을 드러낸 에세이는 지금이 그저 낙타의 혹처럼 어려운 굴곡 중 하나일 것이라는 위안을 받았다.


 가정주부에 특별한 커리어라는 것 하나 없던 무기력하고 경쟁력 없는 나.

여기에 코로나 19라는 특이사항이 장기화되면서 이러한 생각이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대단한 능력이 없으면 어떠랴.

지금부터라도 나를 만들고 채워가면 된다는 마음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어차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곳을 안락하게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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