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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사탕 Jun 13. 2023

남들 모르게 숨 쉴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자체만으로는 별 볼일 없는 단 하나의 행위가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다만 이 작은 행동이 가져온 변화는 나를 둘러쌓고 있는 작은 세계의 색상을 달라지게 만들었다. 현실은 달라지는 것 하나 없었지만 적어도 마음속 가느다란 빛은 조금씩 그 두께가 굵어지고 있었다.



24시간 혼자 있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루종일 살림과 육아에 갇혀있다고 여겼다.

그것에 대해 늘 보상받고 싶었다.


결혼 전 솔로였을 때처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혼자 놀고 싶었다. 가족이 있는 아내이자 엄마라는 이유로 하고 싶은 것을 아무것도 못하는 스스로가 불쌍했다. 때문에 아이들을 재운 이후부터 새벽에 동이 틀 때까지 밤을 새우며 시간을 때웠다.


핸드폰 게임하기, 유튜브 보기, 영화 보기, 야식 먹기... 크게 건설적이지 않은 행위들을 통해 시간을 소비했다. 뭔가 알차게 채우고 싶다는 욕구는 있었지만 막상 작은 방에 홀로 누워 핸드폰을 손에 쥐는 순간 눈 깜짝할 새에 새벽 5시가 되어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여러 가지 부작용이 따라왔다.


 낮에는 늘 피곤했다. 나를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하는 아이들에게 짜증이 났다. 여기에 매 끼니 식사와 이유식, 빨래, 설거지 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늘 함께 있었다. 하면 티 안 나고 안 하면 티 나는 반복적 행위의 대한 쓸모를 외면하고 싶었다. 당연히 기본 베이스는 불편함이었다. 반짝거리는 눈을 들어 '엄마'라고 불러주는 그 행복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여전히'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만 여겼다.



그러다 예전에 사둔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둘째를 낳은 이후 읽었던 책이었다.

그 당시 감명 깊게 읽기는 했지만 역시나 그렇듯 표지를 덮은 후 기억에서 사라졌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저자의 시작은 너무나 강력하여 계속 생각이 났다.


촉망받는 고교 야구선수.

 야구 연습 중 동료의 배트에 얼굴을 정통으로 강타당하는 큰 사고를 겪은 후 온전히 걸을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다. 그리고 아주 작은 습관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고 그 누구보다 멋지게 성공했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부분은 딱 여기까지였다.


두 아이가 잠든 시각.

마음을 비우고 다시 한번 책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그렇게 오랜만에 다시 읽기 시작한 책은 또 다른 의미로 나를 깨우기 시작했다.


분명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상황 속에서 오로지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일어난 사람. 피눈물이  거라는 걸 뻔히 알았음에도 조금씩 움직이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 누구도 '어렵다'가 아닌 '안된다' 라며 단정을 지었음에도 본인은 놓지 않았다. 어쩌면 나와 정 반대로 생각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다른 이들은 괜찮다고 말하는데 나 스스로 안 된다고 단정 짓고 비참함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이다.


부러웠다.

정말 저자가 부러웠다.

저자 제임스 클리어가 대단한 인물이 된 것에 대한 부러움이 아니었다.

책을 읽는 내내 그가 멈추지 않을 수 있었던 확신과 자신감, 그리고 포기하지 않도록 해준 희망을 갖고 싶었다. 분명 내게는 없는 재능이었다.

아니, 애초부터 없다고 덮어놓고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가 그토록 원했던 사지육신이 멀쩡한 상태다. 다만 마음가짐이 달랐을 뿐이다.  

오랜만에 읽은 책 한 권은 힘들어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독서의 흥미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기 계발서, 에세이, 소설 등 분야를 따로 정하지 않았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알고 싶은 내용이 있어서,

내 마음이 너무 슬퍼서,

기분전환 하고 싶어서...

이유 또한 다양했다.


솔직히 닥치는 대로라고 표현을 했을지언정 원래부터 읽는 속도 자체가 그리 빠르지 않다 보니 주로 일주일에 1~2권 정도가 한계였다. 코로나로 두 아이 육아와 남편까지 온 식구가 있는 와중이라 애초에 읽을 시간자체도 넉넉하지 못했다. 변함없는 시궁창 현실 속에서 한가롭게 책 이라니... 어이없게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주변의 사정 모르는 사람들은 그 시간에 부족한 잠을 더 자라고 타박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늘 공허하던 내가 책을 읽으면서 그 안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어두운 동굴 안이 무조건 깜깜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고 알게 되었다. 


그렇게 책은 나에게 숨 쉴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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