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기만 하면 인사를 부루섬 아이들이 너무 귀엽다.
“평화의 정원 만들기”
교육봉사외에 우리의 봉사거리는 한 개가 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곳에 인터내셔널 정원을 만드는 것이었다. 앞서 설명했듯이 우리는 다국적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팀이어서 국제적인 정원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한국, 일본, 네덜란드 그리고 이곳 인도네시아 참가 청년까지 포함하여 여러국가에서 국제적 정원을 만들기 위하여 각국에서 잘 자랄법한 꽃씨를 가져왔다. 부루섬은 *종교갈등의 슬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갈등의 흔적은 부루섬 곳곳에서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이곳 부루섬에 평화의 씨앗을 심고자 한다.
그런데 이렇게 거창한 뜻이, 현지 아이들에게는 잘 전달이 되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그냥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만이 넘쳐나는 것일까? 아이들은 틈만 나면 우리에게 공책을 들고 와서, 이름을 한국어로 써달라고 했다. 한명에게 써주니, 정말 줄줄이 달려와서 모든 학생들이 모든 참가자의 언어로 된 이름을 받아가는 형국이 되었다. 이쯤 일이 확산되니, 선생님이 이제 학생들을 쫓으며, 우리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모양새가 되었는데,
“우리가 왠지 연예인이 된 느낌이랄까?” 나쁘지만은 않다.
킴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기분이다. 꼭 토끼홀로 빠진 사람 같다.
“슬라맛 빠기~”
부루섬의 아이들이 만날 때마다 인사를 하곤 한다. 인사를 하면서 며칠 동안 꽃씨와 나무를 심었는데, 그 양이 아직 많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이 국제정원을 높은 분들이 구경하러 오신다는 것이다. 우리는 더운날에 누군가가 오신다는 것 자체가 매우 짜증나는 일이었지만 매우 정중하게 이야기를 하는 현지인에게 웃으면서 ‘좋아’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여러 가지 혜택속에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니(간식 등) 부루섬 시청의 시장님실에서의 같이 나무를 심자는 제안을 뿌리칠수는 없었다.(근데 부루섬의 제일 높은 분이 시장님이었구나..) 그리하여 다른곳에서도 한번 심어주겠다고 했더니, 제법 거창하게 일을 벌렸다. 인니 학생들과 주민들 100여명을 동원한 것을 물론이고, 의자와 테이블 세팅에 방송카메라 동원까지, 왠만한 콘서트 행사를 만들어 놓고 행사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약속한 시간이 되어서도 시장님은 나타나지 않았다.
무려 한시간 정도를 기다렸을까? 그래도 시장님은 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 부루섬 사람들에게 한시간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인가 보다.
너무 태연하게 다들 앉아있어서 우리도 그냥 멍 때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드디어 누가 오긴 왔다. 그런데 시장님은 아니고, 다음으로 높으신 보좌관님이라고 한다. 이곳 오지에도 공무원 보좌관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세팅된 장소에서 시장님 다음으로 높으신 보좌관과 나무를 심었다. 마음속으로는 오히려 시장이 안 온게 더 편한 것일수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장님이 왔다면 몇 번 나무를 심었다고 뽑았다가 했지도 모를일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한국에서도 이런 행사를 하면 VIP가 오실 때 기념품을 나눠주는 것을 본적이 있는데, 그 풍습이 이곳 부루섬에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나눠주는 기념품이 간식용 도시락이라는 것이다. 학생들과 현지 주민들은 도시락을 나눠줄 때 정말 열광의 도가니였다.
이렇게 나무심기 행사가 대충 정리되고 오늘은 정말 너무 더워서 곧바로 바닷가로 향했다. 이곳 부루섬의 달달한 것중에 하나는 바로 남태평양 바다가 지천에 널려 있다는 것이다. 하루종일 땡볕에서 나무를 심은 덕에 수영복으로 갈아입지도 않고, 그냥 시원한 바닷속에 풍덩, 킴의 몸을 맡겨 버렸다. 바닷가에서 다시 만난 아이들도 ‘살라맛 빠기’라고 외친다. (아침인사를 저녁까지 외치는 그 이유가 매우 궁금하긴 하다.)
*말루쿠 종교갈등 : 인니의 전 지역에서 일어났다고 하는 종교갈등은 특히 이곳 말루쿠 지역과 암본에서 더욱 심하게 일어났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이슬람과 기독교는 상대방을 불신하여 민간인에 대한 잔혹행위 및 삼림이나 밭에 불을 지르는 등의 갈등으로 표현되었다. 일부지역에서는 정부군과 민병대의 교전도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