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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하 Mar 21. 2023

재산분할과 암호화폐, Cryptodivorce (1)

암호화폐, 대체 얼마나 있길래?

최근 암호화폐 씬은 루나와 테라 사태로 떠들썩한 듯 합니다. 그런데 알게 모르게 암호화폐로 떠들썩한 의외의 분야가 또 있으니 그것은 바로 이혼법정입니다. 암호화폐가 한국에서 대중적인 투자수단 및 자산보유방법으로 인식된 지는 약 10년 안팎으로 그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암호화폐는 보유방법이나 시세 등락 등에 관해 고유의 특성이 강하여 재산분할 법정에서 종종 다양한 공방이 오가는 주인공으로 활약하곤 합니다. 이하에서는 세 편에 걸쳐서 암호화폐의 재산분할 법정에서의 활약상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암호화폐는, 부동산이나 은행 계좌 등과 같이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분할대상재산들과 달리, 보유여부나 자산가치를 확인하는 것이 용이하지는 않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암호화폐가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것은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 형사판결에서는 이미 암호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2018도3619 판결)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우리 가정법원 또한 암호화폐의 재산적 가치 및 재산분할의 대상성을 인정하는 데에 이견이 없으며, 필자 또한 암호화폐가 분할대상재산으로 등장한 이혼 사건을 여러 건 진행한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는 어떠한 방법으로 재산분할을 할까요? 일단 우리 가정법원은 암호화폐를 ‘시세 등락이 있는 금융자산(그러한 종류의 다른 대표적인 자산으로는 주식을 들 수 있겠습니다)’과 유사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부 중 일방 당사자가 암호화폐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타방 당사자는 재산분할사건의 재판부에 해당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타방 배우자의 암호화폐 거래내역,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의 종류 및 수량, 그 평가액(시세) 등’을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이른바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을 신청합니다. 이렇게 금융거래정보 회신이 오면, [ ∑각 보유 암호화폐 × 시세 ]를 계산하여 이 금액을 보유자의 적극재산으로 산입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시세가 4천만원인 BTC를 10개, 시세 3백만원인 ETH를 3개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암호화폐 보유액을 409,000,000원으로 산입하는 식입니다.


센스가 좋으신 분들은 여기서 문제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암호화폐의 거래소는 24시간 열려 있고, 암호화폐의 시세 또한 수시로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암호화폐의 보유량과 시세를 과연 어느 시점의 것으로 하여야 할지가 문제되게 됩니다.


위에서 우리 가정법원이 암호화폐를 ‘시세 등락이 있는 금융자산’과 유사하게 본다고 말씀드렸죠. 아직 대법원이 암호화폐의 재산분할 방법에 대하여 뚜렷한 판례를 내어 놓고 있지는 않으나, 하급심의 판례의 대다수는 일단 다른 ‘시세 등락이 있는 자산’의 경우와 같이 취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그 자산의 종류와 개수는 혼인파탄 시(혹은 별거나 이혼 소송의 개시 시)의 그것에 의하며 시세는 사실심 변론 종결시(즉 재판이 끝날 때)의 시세에 의하는 것이지요. 아래의 예에 따라 살펴보겠습니다.



 < A와 부부의 재산분할 사례를 통해 본 예시>                    


A와 B가 2021. 1. 1.에 별거를 개시(혼인파탄)하였고, 이후 이혼 소송이 개시됨

별거 개시 시점에 A는 BTC 10개, ETH 3개를 보유하고 있었음

소송의 진행 중에 A는 BTC 6개, ETH 3개를 각 매도하여 소송 종결 시에는 BTC 4개, ETH 0개를 보유하게 되었음. 2021. 12. 1.에 이혼 소송이 종결됨

BTC의 시세가 2021. 1. 1. 에는 3천만원 → 2021. 12. 1. 6천만원, ETH의 시세는 2021. 1. 1. 에는 1백만원 → 2021. 12. 1. 5백만원으로 변동하였음


⇒ 이러한 경우 A의 암호화폐 자산의 종류와 개수는 BTC 10개, ETH 3개(혼인파탄 시)로 정해지며 시세는 2021. 12. 의 각 6천만원, 5백만원(사실심 변론종결시 시세)에 의하는바,

⇒ A의 암호화폐 관련 자산총액은 6천만원 × 10개 + 5백만원 × 3개 = 615,000,000원이 됩니다(= 즉 ∑각 암호화폐의 혼인파탄 시 수량 × 변론종결시 시세)



그러나 암호화폐의 취급방법에 대한 대법원의 리딩케이스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만큼, 모든 법원이 반드시 위와 같은 방식으로 암호화폐의 산입방법을 결정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제가 진행한 사건들의 실례를 보면, 


(a) 단순히 변론 종결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지갑의 자산 총액을 적극재산으로 인정한 사례(즉 ∑각 암호화폐의 변론종결시 수량 × 변론종결시 시세 ; 서울가정법원 2019년 판결), 


(b)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회신한 금융거래정보조회 회신 시 암호화폐 지갑 자산총액을 그대로 적극재산으로 인정한 사례(즉 ∑각 암호화폐의 조회회신시 수량 × 조회회신시 시세 ; 서울가정법원 2020년 판결), 


(c) 혼인 파탄 당시의 암호화폐 지갑 총액을 적극재산으로 인정한 사례 (즉 ∑각 암호화폐의 혼인파탄 시 수량 × 혼인파탄시 시세 ; 서울고등법원 2021년 판결), 또는 


(d) 암호화폐를 구입하기 위하여 암호화폐 거래소에 입금한 원화 금액, 즉, 특정 시점의 화폐 시세와 무관하게 암호화폐 매수가액을 암호화폐 관련 적극자산으로 산입함; 서울가정법원 2019년 판결


등 일반적인 원칙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는 재산분할 심판이 근본적으로 비송이어서 법원이 재량적 판단을 하는 부분이 많고, 무엇보다 암호화폐의 시세 등락이 너무 극심하여 그 시세의 등락을 일방 당사자에게 전가하기 어려운 점 등 다양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암호화폐가 대중적인 자산 보유 수단이 된 만큼, 암호화폐의 재산분할 방법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가 어느 정도 정리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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