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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하 Mar 21. 2023

재산분할과 암호화폐, Cryptodivorce (2)

암호화폐, 대체 어디 숨겼어?

이전 회차 칼럼에서는 암호화폐가 주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는 점, 그리고 재산분할을 할 때에는 수량과 시세를 어느 시점으로 하느냐 하는 것이 종종 문제가 된다는 점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를 보유하는 경우, 과연 이혼이나 재산분할 사건의 상대방이 내 재산을 수월하게 찾아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경우의 수를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국내의 거래소를 통하여 암호화폐를 보유하는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의 국내 거래소가 법원의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에 원활하게 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필자는 다양한 사건을 진행하면서 국내 4대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에 대해 모두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신청을 진행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일방 당사자가 국내 거래소를 통해서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리고 정상적으로 금융조회나 사실조회가 이루어진다면, 암호화폐 관련한 자산이 재산분할에서 누락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바이낸스, FTX, 비트프론트’ 등 해외의 거래소를 통해서 암호화폐를 보유하면 어떻게 될까요? 안타깝게도 우리 법원에서 해외 소재의 금융기관에 대해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을 내리는 것은 일반적이지는 않습니다(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을 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나, 우리 법원의 관할 내에 있지 않은 해외의 금융기관이 우리 법원의 명령에 따라야 할 이유가 없겠지요). 따라서 국내에서 이혼 소송을 하는 당사자들의 경우, 타방 배우자가 스스로 해외 거래소의 암호화폐 보유내역을 임의제출하는 것이 아닌 이상 해외 거래소 암호화폐 보유량이나 거래내역을 직접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외국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1) 이것이 국내 거래소(업비트, 빗썸 등)를 통하여 암호화폐 지갑으로 출고된 경우라면 그 통로가 된 국내 거래소의 거래내역을 정리하여 해외 거래소의 보유내역을 계산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2) 해외거래소에서 신용카드로 직접 암호화폐를 구입하는 경우라면 신용카드의 사용내역 조회를 통하여 매수대금 상당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다만 가정법원의 경우 이혼 사건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타방 배우자의 신용카드 거래내역에 대한 조회를 쉽게 허가해 주지는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일 해외거래소 보유 암호화폐의 보유량을 계산하여 적극재산으로 산입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거래자가 암호화폐를 구입하기 위하여 국내의 어느 금융계좌에든 그 흔적을 남겼다면(예를 들어 국내 거래소 연결은행 혹은 신용카드 내역) 그 내역으로 매수대금을 계산하여 보유추정을 하는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높은 확률로 암호화폐의 매수대금이 적극재산으로 대신 잡힐 것으로 보이는데(해외 거래소의 암호화폐 보유내역 자체를 직접 파악하기는 어려우므로) 정작 암호화폐의 시세는 매수대금 이하로 크게 하락한 상태라면 보유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해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그 어느 경우라고 하더라도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직접 암호화폐를 거래할 때에 비하면 찾아내기가 훨씬 어렵고 복잡한 과정임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일방 배우자가 암호화폐를 주된 재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면, 타방배우자는 재산분할에 관한 권리를 어떻게 보전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국내 거래소의 암호화폐 자산에 대해서는 가압류와 같은 보전처분을 할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276조 제1항은 “가압류는 금전채권이나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채권에 대하여 동산 또는 부동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하여 할 수 있다”고 하고 규정하고 있는바, 암호화폐가 국내 거래소에서 시세를 가지고 있어 그것이 금전으로 환산되는 채권인 한 보전처분의 대상성을 부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대법원은, 형사 결정례이기는 하나 2018년 판례를 통해 ‘가상자산의 몰수를 인정’한 바 있으며, 2021. 3. 에는 검찰이 몰수한 가상자산을 매각하여 국고에 귀속한 일도 있습니다. 또한 실제로 민사 사건에서도 약 2018년 경부터 암호화폐를 압류 가능한 자산으로 보는 하급심 판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하급심 판례는 ‘암호화폐’ 그 자체보다는, 채무자의 거래소에 대한 ‘암호화폐 출급청구권 · 반환청구채권 · 지급청구권’을 피보전 권리로 삼은 뒤 보전처분을 인용하였습니다. 즉 암호화폐 거래소와 채무자 간 계약에 따른 암호화폐 반환청구권을 가압류 대상 권리로 본 것입니다. 


이렇게 암호화폐(혹은 그 반환청구권)가 가압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집행 및 현금화 과정은 아직 입법의 불비로 인해 사실상 정해진 방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종류가 다양하고 가치도 제각각인 암호화폐를 부동산이나 유체동산처럼 전형적인 경매의 방법으로 환가하기는 용이하지 않으며, 특히 시시각각 급변하는 암호화폐의 특성상 경매시점을 언제로 결정해야 하는지 등, 실제 가상화폐를 현금화하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난점이 있습니다. 


필자 또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가압류 하는 절차를 수차례 진행해보았는데, 암호화폐의 가압류를 실시하여 결정이 내려지고 제3채무자(암호화폐 거래소)에 송달이 되는 경우, 대부분의 거래소는 채무자로 하여금 거래소 전자지갑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거나 거래를 정지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이는 가압류의 변제금지효 상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면, 암호화폐의 가압류는 그 자체로 채권의 만족을 얻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암호화폐 보유자에게 상당한 압박을 줄 수 있는 수단으로 보입니다. 다만 집행 및 현금화에 대한 제 절차가 완전히 구비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지는 역시 암호화폐 보다는 전통적인 자산(부동산이나 주식, 예금)에 대한 보전처분을 단행하는 것이 효과적임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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