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선하 Mar 21. 2023

약혼해제, 사실혼 파탄, 단기이혼 등의 경우

박선하 변호사의 디보스 오딧세이(4)

최근 단기간의 혼인생활 이후 이혼, 혹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혼 파탄, 또는 약혼해제로 인한 분쟁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이혼이나 파혼이라는 것에 대한 심리적인 저항감이 컸기 때문에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어도 관계를 해소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었다면, 지금은 그런 것에 대한 심리적인 저항감이 없어서 "서로 안 맞는다면 시간 흘려보내지 말고 빨리 관계를 정리하자"는 경향이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신속하게 관계를 정리하게 되더라도, 결혼 및 약혼을 준비하기 위하여 진행했던 각종 비용 지출의 정산 등의 문제는 남습니다. 


(1) 약혼 해제의 경우 어떻게 될까요?


민법 제806호의 경우 약혼의 해제가 당사자 일방의 과실로 인한 것이라면 상대방은 그에 대해 재산상·정신상의 손해를 배상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동조 1항 및 2항). 즉 약혼 해제의 경우 유책이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손해를 배상해주고(위자료), 약혼을 위하여 지출한 금전적인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원상회복을 하되 상호 과실이 있는 경우 과실 비율을 감안하곤 합니다. 


즉 이 경우에는 비용의 정산, 위자료(과실이 있는 경우에 과실 있는 일방이 타방에게)이 핵심이겠습니다.


(2) 단기간의 이혼 혹은 사실혼 파탄의 경우?


결혼식은 올렸지만 법률상의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외부적으로는 부부로서의 사회생활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사실혼 관계라고 합니다(단순동거와 구분됨). 대법원은 (중혼적 사실혼이 아닌 한) 사실혼도 법률혼에 준하여 보호할 가치가 있는 관계로 보아, 타방 배우자의 부정행위 등 유책으로 사실혼이 해제된 경우 일방은 타방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타방 배우자의 재산 유지·증식에 기여했다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사실혼 배우자의 사실혼 해제도 사실상 이혼에 준하여 진행이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사실혼이 극단기 동안 진행된 경우에는 서로의 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하기가 어려워 일반적으로는 재산분할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얼마 정도를 '단기, 극단기'라고 보는지에 대해서는 자녀의 유무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확언하기는 어려우나 보통 1년을 기준으로 봅니다). 


그러면 1년 이내의 혼인, 사실혼 파탄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지? 그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렇게 짧은 기간 내에 혼인(사실혼)파탄이 발생하면 보통은 여자 쪽에서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혼인 문화는 남자 쪽에서 집을 해오고, 여자 쪽에서는 혼수와 혼인 비용을 대는 경우가 많은데(물론 최근 부동산 가격의 앙등으로 이런 문화 자체가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단기에 혼인이 파탄되면 남자가 지출한 비용은 자산으로 그대로 남지만(오히려 집값이 오르기도 하여 더 불어나는 경우가 많죠) 여자 쪽에서 지출한 혼인 비용(예식장 및 식대, 신혼여행비용, 혼수구입비용 등)은 전부 비용으로 녹아 없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실제로 법원은 주택구입자금은 사실혼관계가 단기간에 해소된 경우, 혼수 구입비용 상당액의 손해배상청구는 불가하며, 결혼 후 동거할 주택구입 명목으로 교부한 금원은 형평의 원칙상 원상회복으로서 전액 반환되어야 한다고 정리를 하여 판결을 내리기도 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0므1257, 1264 판결 참조). 


다만 하급심 판례는 혼인식 비용 + 신혼여행 비용의 경우 명시적으로 손해배상금액에 더한다고 본 판례가 다수 있는바(진행사례 있음) 정신적 손해배상과 더불어 혼인관계의 성립 및 유지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비용의 금전적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는 사례가 다수 있습니다. 즉, 위 혼수 구입 비용의 경우 혼수품이 물건으로 남았기 때문에 전액을 손해라고 보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렇다면 아직 혼인 기간이 1년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의 부당한 혼인관계/사실혼 파기로 인하여 파탄에 이른 경우, 부동산이 아닌 혼인 비용을 지출한 당사자는 그러한 비용적 손해를 오롯이 혼자서 감당하여야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이러한 경우 일방 당사자가 혼인을 위하여 지출한 비용을 감안하여 이를 '위자료'로 반영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므544 판결을 살펴보면, 이 사건의 원고와 피고는 극단기에 사실혼이 파탄되었으나 피고에 대하여 사실혼 부당파기의 책임을 물어 6천만원의 손해배상을 명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판례는 원고가 사용한 금액을 증거를 들어 적시하거나 한 것은 아니고 "사실혼관계의 부당파기로 인한 위자료의 액수산정은 반드시 이를 증거에 의하여 입증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법원은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파탄의 원인과 책임, 당사자의 연령·직업·가족상황과 재산상태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경험칙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직권에 의하여 액수를 결정할 것 / 원·피고 간의 사실혼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원인과 경위, 당사자 쌍방의 연령, 학력, 직업, 가족관계, 재산상태 등을 참작하고, 특히 피고는 원고와 2년이 넘는 교제기간을 거쳐 결혼식을 거행하고 신혼여행까지 다녀 온 다음에 결혼식 준비과정에서 생긴 당사자와 양가 가족들간의 감정상의 갈등을 해소하여 혼인생활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아니한 채, 아직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아니함을 기화로 단순한 감정상의 대립을 빌미로 삼아 단기간에 원고와의 사실혼관계를 파기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피고에 대하여 원고에게 지급할 것을 명한 위자료 금 6,000만 원은 경험칙에 반한 과다한 금액이라고 여겨지지 아니한다."라고 판시한 것입니다. 


즉 수십년의 결혼생활을 해도 위자료가 2천만원이 넘기 힘든 것이 우리 재판 현실인데, 극단기의 사실혼이 부당하게 파기된 점을 들어서 무려 6천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하여 준 것이지요(지금으로부터 약 25년 전인 1998년임을 감안하면 훨씬 더 큰 금액이라고 하겠습니다).



가사사건은 일반 민사 사건과 다른 특유의 절차와 법리들이 많아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대한변협이 인증한 가사법 전문 변호사로(대형로펌 출신 및 서울대 법대 출신) 다년간의 사건 처리경험이 있는 박선하 변호사에게 언제든지 편하게 상담 연락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재산분할과 암호화폐, Cryptodivorce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