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kzGXji04JYk
성공이란 무엇일까. 어떤 것을 성공이라 칭할 수 있을까. 인생은 수 많은 선택으로 이뤄지고, 수 많은 결과지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뚜렷한 성공이라는게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성공했다'고 느꼈던 것은 교환학생 경험을 하면서 느꼈던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생활해 본 적이 이전까지는 없었어서, 미디어로만 접했던 미국의 생활에 걱정과 기대가 가득했다.
처음에 기숙사에 들어갔을 때의 적막이 기억난다. 처음에 가자마자, 방에 가득할 것이라고 믿었던 활기는 없었다. 아직 룸메이트들은 오지 않았고, 그들의 짐만 방 문 앞에 배송되어 있었다. 나는 내 짐들을 정리하고, 몇 일 간 그들을 기다렸다. 나를 제외한 3명의 친구들이 들어왔는데, 알고보니 그들은 작년부터 방을 같이 써서 이미 친밀한 상태였다. 방에서 수업을 들으려고 있으면, 밖에서 하하- 웃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겁을 먹은 나에게는 그것이 그들 사이로 내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 조금 겁이 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하루는 같이 밥을 먹으러 갔는데, 식당의 티비에 매튜 페리가 나왔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프렌즈라는 드라마에서 챈들러 빙을 연기했던 배우였다. 룸메이트 중 한 명이, "매튜 페리만 보면 첫사랑을 보는 기분이야"라고 말했다. "어쩜 나랑 그렇게 똑같은 생각을 할 수 있어? 프렌즈를 여러번 봤더니 마치 챈들러가 내 인생에 진짜 있던 사람 같아." 내가 말했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프렌즈, 가쉽걸을 지나 최근 방영되었던 셀링선셋, 더 서클까지 이어졌다. 평생에 걸쳐 봐 온 모든 외국 콘텐츠를 다 말한 것 같았다. 그 모든 것이 그들과 공유되고 있었음이 놀라웠다. 전혀 다른 땅에서 전혀 다른 것들을 먹으며 자라온 우리가, 이렇게나 같은 것들을 보고 즐겼다는 것이 신기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함께 이야기했던 셀링선셋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같이 봤다. 출연진에 대해 이야기하고, 출연진의 말투를 따라했다. 그 날 부터 그 대사는 우리의 유행어가 되었다. 매주 우리는 같이 좋아하는 방송을 보는 것을 '316 Cinema'라고 부르며 매주 반복했고, 우리의 유행어는 함께하는 회차만큼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정은 짜릿하기도 했다. 같은 것을 보고 유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은 기묘하게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세상 모두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긴다. 함께 본 방송을 떠올리면서 웃음을 내지르는 순간은, 옆자리의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웃는 것 만큼이나 설레는 일이다. 그런 감정 속에서 나는 내 교환학생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들과 지금은 물리적 거리로 인해 간단한 문자만 주고 받지만, 그들과의 유대는 분명 날 바꾸어 놓았다. 나 자신을 사회에 받아들여지기 쉽게 변형해야한다는 압박이 줄어들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면 그들과 같은 좋은 사람들을 얻을 수 있다는 작은 배움 덕일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을 막지 않을 자신감, 그리고 그것의 근거를 체득했다. 조금 철이 없게 느껴져도 그들과 와인을 들고 떠들어대던 금요일 밤의 기분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성공을 기반으로 한, 성공에 가까워지는 중인 또 하나의 사이드 프로젝트다.
하지만 한편으론 사회의 실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우리를 관통하는 이 문화는 미국에서 기인한 상업주의적이고 문화 사대주의적인 콘텐츠라는 점에서 그렇다. 'cultural colonization'이라는 것은 이렇게 우리 주변에 늘 있던 것이다. 이 곳에서 우리는 한가지의 시선만을 강요받는다는 점에서 희생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더 다양한 생각을 하기 위해 더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세상에는 주목해야하는 수 많은 일들이 있지만, 세상이 그것들에 전부 주목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단조로워지는 실패를 겪은 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나의 이 경험은 성공이자, 동시에 실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