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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삼빠 Jun 20. 2024

대학치과병원을 가보셨나요?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둘째는 앞쪽이니 두 개가 덧니처럼 나서, 셋째는 앞니유치가 빠지지 않고 있어서 올해 초에 치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핑계로 미루다가  6월 끝나갈 때쯤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서 병원을 갔다.



둘째가 먼저 진료를 받았다.

쌍둥이들에게는 늘 따라다니는 질문을 받았다.

"누가언니야?"

"저요"

전에는 언니 그런 거 아니라고 따지더니 이제는 귀찮은가 보다. 그냥 둘째가 자기가 언니라고 한다.  그렇게 간호사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의사 선생님이 오셨다. 엑스레이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해주었다.

"아직 2학년이라 얼굴이 작기에 이가 약간 모여 있을 수 있어요.  초등 4~5학년쯤 되면 달라질 수 있으니 그때 가서 교정할지 안 할지도 보면 될 것 같아요. 충치도 문제없습니다."

다행이다.


이어서 셋째의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뭔가 잘못됨이 느껴졌다.  

"셋째는 둘째랑 다르게 바로 교정전문치과를 가셔야 될 것 같습니다. 영구치가 나와야 하는데 현재 영구치가 옆으로 누워있어요."

정신이 멍해졌다. 혹시나 문제 있나 싶었던 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급하게 교정치과 여기저기 물어보고 인터넷 서핑도 했다.

아내가 대학시절 교정을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래서 비용이 얼마나 비싼지, 얼마나 번거롭고, 기간이 긴지 보아서 알고 있었다.

마음에 부담이 몰려온다. 마음속으로 '괜찮아 큰일 아니야 교정하는 사람 많잖아' 마음을 다독여보았다.

하지만 나의 몸은 정직하였다. 두통과 구역감이 몰려왔다.

약간의 공황이 온 듯하다.

나의 마음상태를 정확히 알려주는 몸이다. 마음이 힘들면 내가 아니라고 부인해도 친절하게 너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려준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몸이라도 활동을 멈추고 쉬어준다. 사실 몸이 잘 안 움직이니 강제 휴식이긴 하다.

그렇게 지나가길 바라며 몸과 마음을 다 잡았다.





셋째와 함께 교정전문치과를 찾아갔다.

일반 치과와 다른 게 평면 엑스레이뿐 아니라 입체적으로 이가보이는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아기 입체초음파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의사가 여러 가지 설명을 해주다가 교정 전에 해야 될 일이 있다고 했다.

"진료의뢰서를 써드릴 테니 대학병원에 가보세요."

"네?"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왜 갑자기 대학병원이란 말인가..

무슨 '낭'같은 게 보이는 일반 병원에서는 확인이 어렵단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겨우 어느 정도 마음을 다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큰 산이 보이는 듯했다.

셋째에게 너무 충격받은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될 것 같아. 편안함을 가장하고 멍한 채 병원에 나왔다.

"아빠 피자 먹고 싶어."

"그래."

해맑은 딸의 외침에 우리는 피자를 사들고 집으로 왔다.

이제 또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 막막한 와중에 셋째는 나에게 자기 전 이렇게 말해주었다.


"아빠랑 찐한 데이트 해서 좋았어."



그래 이 병원 가는 것도 데이트라고 여겨줘서 고마워 딸.

아빠가 너와 데이트 하는 기분으로 힘내볼게, 우리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아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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