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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lovbe 글롭 Jun 30. 2022

전망 展望

언덕 위에서 돌아보는 나의 여행 - Budapest, Hungary

    전망대는 어느 도시라도 가장 인기 있는 방문지 중 하나로 꼽힌다. 하늘과 더 가까운 곳에서 내려다보는 건물과 사람으로 장식된 땅. 할 말을 빼앗기곤 한다. 부다페스트에서는 어부의 요새가 그 역할을 맡았다. 그 위에서는 페스트 지구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다시피 과거 요새였던 이곳은, 지금은 자신을 낳아준 도시에 다른 임무를 갖고 봉사하고 있다. 나를 포함해 많은 관광객들이 그 위에서 전망을 즐긴다.


    저 멀리를 내려다보니, 내가 지나온 건물들이 보인다. 유람선을 타고 훑었던 풍경도 다른 각도로 보니 색다르다. 피렌체의 미켈란젤로 광장에서도 내가 지나온 흔적을 바삐 찾았더랬다. 사실 여행지가 아니라 동네 뒷산을 오르더라도 집을 찾는다거나, 아는 곳을 애써 끼워 맞추곤 했다. 여행지에 와서도 그 재미를 놓칠 순 없었나 보다. 낯선 도시 속 그나마 친분이 있는 건물들을 알아보고자 노력하는 나.

 

View - Budapest, 2015 ©

    그렇게 전망을 통해 낯선 것과 낯익은 것을 발견한다. 새로운 각도로 도시를 조망하고, 넓은 관점에서의 조감도를 처음 마주한다. 가까이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신선하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이미 지나온 것들을 발견한다. 익숙한 것들을 돌아보는 일은 즐겁다. 내가 아는 곳이라는 사실이 약간의 안도감을 선물한다. 머릿속 지도를 펼치며 그곳들로 뼈대를 만든다. 낯익은 뼈대에 낯선 살점들을 붙여나간다. 지도 만들기를 멈추더라도, 눈으로 다가오는 조화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모두가 기획하고 참여했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온전히 계획하고 예측 수 없었던, 오늘 부다페스트의 모습.


Pest - Budapest, 2015 ©

    그렇게 나는 도시가 뿜어내는 아름다움과 함께 나의 여정을 조망한다. 짧지만 잊히기 어려운 상호작용. 이 장소와 한결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그렇게 내 마음 한편에 새로운 도시가 세워진다. 사진으로 담기지 않는 아름다움을 아쉬워하며, 동시에 담기다 못해 넘치는 마음을 뿌듯하게 안는다.


    어쩌면 여행이라는 것 자체가 인생에 대한 조망 일지 모른다. 새로운 도시와 사람들의 낯선 아름다움이 앞으로의 인생을 꾸려갈 자극이 되는 동시에, 내가 지나온 삶과의 닮음을 발견한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고 쓰는 언어가 달라도 우리는 같은 사람이기에, 그리고 그들로 이루어진 도시이기에 필연적인 닮음을 마주친다. 그 새로움과 익숙함의 조화가 나에게 즐겁고도 특별한 관점을 선물한다.


    요새 위, 다뉴브강을 보고 한강을 떠올린다. 달라도 닮아도, 아래에서 보아도 위에서 보아도 아름답다. 그 날 내 마음에 흐르는 한강은 그렇게 더 아름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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