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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호 May 06. 2024

전문가들이 증언한 휴대폰의 위험성

도둑맞은 집중력(Stolen Focus)가 베스트셀러인 이유를 알겠다.

일주일에 한번씩 서점을 들를 때 마다, 꼭 눈에 띄는 오렌지색 표지가 있었다. 도둑맞은 집중력이라는 제목과 함께. 집중력이라는 주제가 왠지 가독성도 떨어져 따분할 것 같고, 덜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나는 볼 때 마다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읽을거리가 떨어지면서, 동시에 아직도 이 책이 잘 팔리고 있다는 평을 받고있는 것을 한국의 온라인서점 yes24를 통해 알게 되면서, 내키진 않지만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내가 예측하지 못했던 놀라운 반전이 있었다. 단순히 집중하는 방법같은 낡은 자기계발서의 클리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굉장히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겪고 있는 문제, 기억력/집중력의 저하가 어디서 오는지 구체적이고 아주 심도있게 분석한 책이었다. 읽으면서 이게 베스트셀러인 이유를 충분히 알 수가 있었다. 올해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실용적이라고 느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책 '몰입'을 쓴 미하이와 같은 의사/교수와 같은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관련 연구자료와 각종 재밌는 사례들을 샅샅이 뒤져서 우리의 집중력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를 고발하는 일종의 르포형식이다. 결국 이 책의 메시지를 두 가지 큰 주제로 나눠서 개괄적으로 볼 수 있다.


1. 책의 앞 쪽은 우리가 왜 집중력을 잃고 있고, 그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 어떤식으로 행동해야하는 지를 따져보는 개인작 차원에서의 해결방법을 제시한다. 


개인적 차원에서 우리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일단 최대한 스크린타임을 피하는 것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들어간 순간부터 알고리즘이라는 그 첨예하고 날카로운 기술에 의해 농락 아닌 농락을 당하게 된다. 아마 모두 한번 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나는 'A'를 하려고 스마트폰을 켰는데 어느 순간 B,C, D ... 예상치 못했던 것들을 하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왜냐하면 알고리즘의 세계에 들어가면서 인간은 더 이상 스스로 직접 선택하기보다, 무방비로 다양한 일들에 노출되며 '이끌려'가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평소에 필요한 것, 관심있는 것들을 면밀히 분석해 빅데이터로 저장해두었다가 사용자가 좋아할 것 같은것들을 '무한하게', 말그대로 끝없이 다양한 주제로 흩뿌려준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홀려버린 사람들은 계속해서 현실이 아니라 그 세상속에 갇혀살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실제로 저자는 마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처럼 스스로에게 실험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도시에서 쓰던 스마트폰을 버리고, 외딴 지역에서 스마트폰 없이 일시적으로 살아보는 연습을 한다. 더 이상 빠른 정보에 절여지지 않고, 평온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오두막에 책을 한가득 쌓아놓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예전같았으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고 구박을 했을텐데, 오히려 현실에 집중하고있는 그 순간이 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도시의 복잡함과 어지러움에서 벗어나서 스님처럼 조용히 살아보는 것도 유의미하다는 생각이다.


2. 이어서 '멀티태스킹'을 하지 말아야한다. 인간의 뇌는 1-2가지 이상의 일을 한번에 집중하지 못한다. 실제로 세계에서 멀티태스킹을 잘한다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기억력 실험을 진행했는데,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뇌는 한 가지일을 처리하고, 다른 일로 넘어갈 때 집중을 온전히 바꾸는 전환시간이 필요하는데, 그 왔다갔다하는 시간을 계산해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집중력이 저하되면서 업무의 퀄리티도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멀티태스킹은 요약하면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연습이고, 오히려 기억력과 집중력에 관련된 뇌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뒤쪽에서는 결국 대대적인 사회 구조적개혁을 하지 않고는 우리가 집중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가 현재 사회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고 이미 내부적으로 비밀리에 토론을 했음에도(이미 문건은 뉴스로 공개적 보도가 되었다.) 다른 운영방식으로는 이익이 '덜' 된다는 이유로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우리가 힘을 합치기 전까지는 대형 기업들이 끝까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이런 사회적인 책임을 회피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왜 이익이 덜 되는지는 앞에서 설명한 알고리즘과 관련이 있다. 기업들이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목적은 단순하다. 사람들이 오래 붙어있는 만큼 트래픽이 생기고, 거기서 광고수익을 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수익은 한 개인이 상상하기는 어려운 수치이다. 그래서 유튜버들이 많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인간은 선정적이고 부정적인것을 더 많이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알고리즘이 그렇게 쏠릴 수 밖에 없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컨텐츠를 더 많이 만들어야 더 막대한 수익이 생기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저자는 여성인권의 사례를 들며, 개개인이 회의적인 시각으로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무기력하게 바라만 봐서는 안되고, 사회 전체가 집단적으로 뜻을 모아 개혁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이 문제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결국 알고리즘의 파급력은 점점 더 커지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이며, 전 세계 사용자들의 판단력이 상당수준 취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집중력과 관련된 논문을 쓴 교수조차도 요새는 스마트폰때문에 집중력의 지속시간이 굉장히 짧아졌다고 고백했다. 하물며 집중력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생각해본적이 없는 대부분의 일반인은 실제 집중할 수 있는 지속시간이 5분도 안 된다는 연구결과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스마트폰에 담긴 세상은 이제 내가 선택하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선택된 것에 노출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따라서 휴대폰 사용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반대로, 독서를 늘리기로 했다. 책을 읽는 행위는 내 의지로 읽고 자발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런 수동적인 세상에서는 운동처럼 뇌건강을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루틴이다. 영어강사로 활동하면서 요새 꽤 많은 사람들이 특히 말이나 글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이유는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과 독서의 부족(심지어 1년에 한 권도 안 읽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꽤 충격적이다.) 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도둑맞은 집중력'은 단순히 집중력의 주제를 넘어서 독자로 하여금 우리 사회현상과 일상생활을 다시 한번 재고하는 시간을 갖게 해주는 생각보다 깊고 철학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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