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빚 구제' 정책이 논란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인당 최대 2만 달러 규모의 학자금 대출을 면제해주는 '탕감(蕩減) 정책'을 최근 발표했다. 이 정책에만 무려 3640억 달러, 한화 약 490조 원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공화당에선 '선거용 포퓰리즘'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정부가 청년 대상 채무조정 제도를 발표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관계 부처가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빚투(빚을 내 투자하는 행위)를 한 사람들까지 구제하는 건 사회 형평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탕감(蕩減)은 '빚이나 요금, 세금 따위의 물어야 할 것을 삭쳐 줌'이란 뜻이다. 즉, 갚아야 할 금전적 부담을 덜거나 아예 없애주는 것이다.
'방탕할 탕(蕩)'자는 '방탕하다' '쓸어버리다' '씻어내다' 등 여러 뜻을 품고 있다.
'경찰은 최근 지역 범죄 집단을 모조리 <소탕>했다' '재산을 모두 <탕진>해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하다' 등에 쓰인다. 조선 영조 때 당쟁을 해소하고 정치 세력의 균형을 위해 실시한 정책, '탕평책(蕩平策)'에도 '방탕할 탕'이 붙는다.
'덜 감(減)'은 '덜거나 줄어듦'을 뜻한다.
'선수는 연봉 <삭감>을 자처했다' '몸무게를 많이 <감량>한 탓에 얼굴이 야위었다' '올해는 예산을 크게 <절감>할 계획이다' 등에 '덜 감'이 사용된다.
탕감 정책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개인의 회생(回生)과 사회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 필요하겠지만, 무분별한 탕감은 상대적 박탈감이나 빚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낳을 수도 있다. 다만 '빚'에서 구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