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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랜드 Nov 30. 2022

파리만 오면 브런치가 땡긴다.

다시, 파리 여행기

파리를 오면 브런치가 땡긴다.

브런치란 breakfast + lunch의 합성어로, 파리지앵들이 흔히들 즐기는 식습관이며, 우리나라에서도 낯설지 않은 단어이다. 그리고 이 플랫폼의 이름이기도 하다.

사실 브런치를 시작한지는 꽤 되었다. 그리고 쓰겠다는 생각도 생각보다 자주 든다. 하지만 타고난 귀차니즘 때문인지 어떤 확실한 심리적 자극과 동기가 있어야 이 곳에 글을 쓰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파리에 올 때마다 브런치를 켠다. 글을 완결 짓든 안 짓든, 일단 쓴다. 그렇게 발행되지 않은, 나만 볼 수 있는 미완성 글만 어엿하게 5개는 된다. 저번 여행에서 파리에 4일 정도 있었고, 오늘이 1일차이므로 하루에 한 개씩은 쓴 꼴이다.

단순한 여행지라서가 아니라, 파리라는 환경이 나에게 주는 자극은 생각보다 크다. 사실 이번에도 분명 런던을 가는 길에 3일 정도만 있을 계획이었지만, 도착하고 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파리 한 달 살기를 고민하며 어느새 숙소를 찾아보고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파리가 좋을까. 이유는 참 많을 테지만, 기록하며 구체화하는 것과 감정으로만 느끼는 것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곳에 그 이유들을 남겨보려 한다.

파리를 처음 왔을 때, 내 목표는 오직 야경이었다. 처음 유럽 여행을 계획할 때, 수많은 유럽의 나라들 중 어디를 먼저 갈 지 고민되었다. 이럴 때 결정을 빨리 내리는 방법은 그냥 욕구를 따르는 것이다. 나는 유럽에 가고 싶게 만든 가장 강렬한 기억을 떠올렸고, 그것은 나의 최애 영화 중 하나인 '미드나잇 인 파리'였다.

나는 '미드나잇 인 파리'를 참 좋아한다. 그 옛날의 어떤 노스텔지어만을 지향하는 남자 주인공부터, 파리의 어느 밤거리에서 대뜸 마법처럼 나타난 마차를 타고 가장 가고 싶었던 황금 시대로 날른다는 설정까지.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황금기의 대문호들, 아름다운 이성. 여행 영화는 아니지만, 여행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낭만을 집약하고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 다양한 랜드마크가 등장하지만, 나에게 크게 다가온 것은 주인공이 거니는 파리의 밤거리였다. 사실 장면 자체만 보면 파리가 아니더라도 무방할 정도로 평범한 거리지만, 개인적으로 밤의 거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다른 조명 없이 오직 노란빛으로 점철된 거리가 왠지 쓸쓸하기도 하면서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도 주인공이 팡테온 신전 뒤의 계단에 쓸쓸하게 앉아 있을 때, 노란빛의 거리를 뚫고 분주한 마차가 다가와 주인공을 태우고 가는 부분이다. 마치 나니아 연대기의 옷장문을 연 듯, 엘리스가 이상한 나라로 빨려 들어가듯 주인공의 환상 여행이 이 곳에서 시작된다.

주인공이 마차를 만나는 광장, Place de l'Abbé Basset

파리 여행을 계획할 때 제일 처음 했던 일은 '미드나잇 인 파리'의 밤거리 스팟을 저장하는 것이었다. 다른 것은 하지 않고 밤거리만 걸어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나는 파리 야경의 낭만에 취해 있었다. 거리를 밤에 걸어야 했기에, 숙소도 그 근처인 마레 지구에 잡았다. 말 그대로 '미드나잇 인 파리'를 경험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의 첫 번째 파리 여행은 이 낭만을 경험한 것만으로 대성공이었다고 생각한다. 첫 유럽 혼자 여행에 적잖이 방황하였지만, 밤에 이 거리를 걸으며 비로소 파리에 온 보람을 찾은 희열은 잊지 못 할 기억이다. 게다가 앞으로 작성할, 조금은 익숙해 파리에서 겪은 경험들이 더해져 파리는 나에게 완벽한 낭만의 도시로 자리잡게 되었다.

찾아보면 많은 곳에서 슷한 풍경을 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언가에 취해 있는 사람은 그리 부지런하지 않다. 이미 만족하고 행복할 거리가 있는데, 굳이 다른 것이 필요할까. 오직 야경만 보고 가게 된 파리는 내 생각 속의 그 곳처럼 낭만적이었고, 언젠가는 바래질지도 모르는 이 환상 혹은 착각을 그저 즐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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