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종점에서 내려 조금 걷는다.
걷는 길에 보이는 골목길
그 사이로
안 보이려고 했는데
슬며시 보이는,
화장 못한 얼굴처럼
고시텔 입구가 보인다.
미안, 나도 모르게 봤어.
왜 저런 데 살까?
왜 이런 곳에 살까?
왜 이런 곳을
나는 걷고 있을까?
담배 태우는 사람처럼
길게 숨을 뱉어 보는데
고시원도 아닌
끝말이 살짝 수식되어
그렇게라도 해야 좀 사는 멋이 난다는
고시텔
단칸방 사람들
내가 사관(史官)이라면
하나 하나 기록을 남기고 싶기도 하다.
어디선가 홍어 냄새가 난다.
아, 아니다 다른 냄새인지도 모른다.
사는 냄새가 다 그러하듯
어딘가 한 군데 썩어가는 것처럼
그게 마치 살아가는 증거라도 되는 듯
남의 살 먹으며 산다는 게 그렇지
가끔은 쉰 것도 먹잖아?
수줍게 보이던 입구가
사람 하나
삼합을 먹듯 꿀꺽 삼킨다.
그런 것이다.
역사 따위 왜 필요하냐.
우리 모두 귀양지에서 살아가는데.
하늘 위로 푸른 촛불을 켜듯
별 하나를 마음에 그리며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자를 위해
기도를 올린다.
맛있게 잘 먹었다고,
당신의 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