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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니 Nov 23. 2024

부천 버스 종점에서

버스 종점에서 내려 조금 걷는다.

걷는 길에 보이는 골목길

그 사이로

안 보이려고 했는데

슬며시 보이는,

화장 못한 얼굴처럼

고시텔 입구가 보인다.

미안, 나도 모르게 봤어.


왜 저런 데 살까?

왜 이런 곳에 살까?

왜 이런 곳을

나는 걷고 있을까?

담배 태우는 사람처럼

길게 숨을 뱉어 보는데


고시원도 아닌

끝말이 살짝 수식되어

그렇게라도 해야 좀 사는 멋이 난다는

고시텔


단칸방 사람들

내가 사관(史官)이라면

하나 하나 기록을 남기고 싶기도 하다.


어디선가 홍어 냄새가 난다.

아, 아니다 다른 냄새인지도 모른다.

사는 냄새가 다 그러하듯

어딘가 한 군데 썩어가는 것처럼

그게 마치 살아가는 증거라도 되는 듯


남의 살 먹으며 산다는 게 그렇지

가끔은 쉰 것도 먹잖아?


수줍게 보이던 입구가

사람 하나

삼합을 먹듯 꿀꺽 삼킨다.


그런 것이다.

역사 따위 왜 필요하냐.

우리 모두 귀양지에서 살아가는데.


하늘 위로 푸른 촛불을 켜듯

별 하나를 마음에 그리며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자를 위해

기도를 올린다.


맛있게 잘 먹었다고,

당신의 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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