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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쥐방울 Mar 25. 2024

엄마들의 티타임 시간은 마르지 않는 샘물일까

엄마들끼리 하는 티타임 불편하신가요?


최근에 아이 친구의 엄마로부터 조심스러운 질문을 받았다. 질문의 요지는 삼삼오오 만나서 티타임을 자주 가지고 싶은데 지금까지 불참하거나 참석해도 여러 사정으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있었던 터라 혹시 불편한 마음인지 묻고 싶었던 것 같다.


사실 보이는 것처럼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 맞기도 하다. 얕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세명 이상 모이면 그 어색한 기류와 눈길을 참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평소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어쩌면 마음이 온몸으로 고스란히 드러났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티타임에 소질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만나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주제가 흥미로웠다면 수다보다는 능동적인 청취자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짧지만 몇 번의 만남을 가졌던 티타임에서는 주로 깊지 않은 개인의 대소사와 나로서는 궁금하지 않은 다른 가정의 사교육 현황을 들어야만 했다.


무엇보다도 다르게 느낀 지점은 시간에 대한 개념이라고 생각되었다. 만나서 어느 정도 정적이 깨지는 시간 이후에 진짜 대화가 오가는 티타임은 죽마고우가 아닌 이상 개인적으로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고 느꼈다.


하지만 티타임을 제안해 오는 분들은 즉석으로 만남을 가지기도 하고, 타인의 일정에 대해서 배려하며 약속을 잡는 경우가 드물었다. 왜 누군가는 시간이라는 타인의 일부를 아무렇지 않게 자기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이며 공유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마땅하다고 여기는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9 to 6의 삶을 살지 않더라도 재택근무나 프리랜서 등으로 집에서 육아와 병행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어느 엄마들의 티타임 시간은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는 샘물 같아 보였다. 한국 식당에서는 물이 기본제공이지만 외국에서는 생수도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다름을 인정하면 이해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은 케이크같이 다른 이와 나눌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시간은 삶의 핵심이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당신의 시간을 달라고 한다면 분명 그들은 삶의 일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앙뜨와네뜨 보스토(Antoinette bosco)


얼마 전 지역 내 새로 오픈한 쇼핑몰에서는 도보 고객에게 무료로 바퀴가 달린 빨간색 장바구니를 배포하겠다며 사전에 홍보를 한 적이 있었다. 이미 도보고객인 나로서는 큼지막한 홍보사진을 보았지만 꽤나 크고 투박해 보여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그 장바구니는 인근 주민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오픈 두 시간 전부터 수많은 인파의 줄 서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후 쇼핑몰에서 배포한 수천 개의 장바구니는 중고마켓에 등장하기도 하고 공동주택 분리수거 현장에서 자주 목격되기도 해서 더욱 놀라웠다.


누구에게나 매일 똑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어떤 이는 무료로 무언가를 얻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삶을 컨트롤하고 있다. 삶의 탈출구를 시간으로 낭비하지 않고, 소중한 이들과 관계 맺는 진정한 시간을 자유로움과 풍요로움으로 느끼길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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